정부, 최근 3차례 비축유 방출…1482만 배럴
오는 5월부터 유류세 인하 폭 30%까지 확대
체감 효과 크지 않을지도…유가 여전히 높아
인수위, 정부에 강도 높은 물가 안정책 주문
오는 14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점쳐져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정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유류세 인하와 비축유 방출 등 기름값을 내릴 수 있는 방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이런 조치들이 물가 안정에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체감상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에너지기구(IEA)와의 협의에 따라 비축유 723만 배럴을 추가 방출할 계획이다.
이번 비축유 방출은 역대 최대인 1억2000만 배럴 규모로, 우리나라는 미국(6056만 배럴), 일본(1500만 배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양을 방출하게 된다.
앞서 지난해 12월(317만 배럴)과 올해 3월(442만 배럴) 이뤄진 두 차례 방출까지 더하면 총 1482만 배럴에 달하는 비축유를 내보내는 셈이다.
IEA의 이번 결정은 석유시장 안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열린 IEA 장관급 이사회에서 미국이 비축유 방출을 제안한 이후 국제유가는 꾸준히 하향세를 보이는 중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로 수입되는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97.41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가 100달러 밑으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15일 이후 처음이다. 올해 최고치(배럴당 127.86달러)와 비교하면 23.8%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3월 비축유 방출 결정 이후에도 두바이유가 다시 반등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하락세 역시 길게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정부는 오는 5월부터 3개월간 유류세 인하 폭을 이전 20%에서 10%포인트(p)를 상향한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역대 가장 큰 인하 폭으로 이를 적용하면 휘발유 기준 ℓ당 164원에서 82원을 추가로 깎아줘 기름값이 246원 내려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같은 방식으로 경유는 174원, 액화천연가스(LPG)는 61원 내려간다.
지난해 11월 유류세 인하 조치 시행 당시와 비교하면 체감상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국제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휘발유 가격 전국 평균은 ℓ당 1985.72원으로 여전히 19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와 국제유가가 같다고 가정하면 유류세 인하 이후에도 휘발유 가격은 1900원을 웃돌게 된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전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얼마 전 '소비자물가동향' 브리핑에서 "유류세 인하는 서민 부담을 완화해주는 민생경제 측면이 강하고, 석유류 가격 오름세를 크게 둔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결국 국제유가 흐름을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년 만에 4%대 상승률을 기록한 물가는 차기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실제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현 정부에 강도 높은 물가 안정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장에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제 곳곳에서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런 문제 인식을 정부에 촉구했고 강도 높은 물가 안정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지 않으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오는 14일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 상승 진화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류세 인하 조치도 일정 부분 물가 안정에 도움은 될 것"이라며 "결국 점진적인 유동성 회수 작업을 통해 물가 압력을 덜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