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인허가)·IR(투자 홍보) 부문 인력난
벤처 창업 급증 및 창업 초기부터 IR 활동 영향
"RA 인력 있으면 무조건 확보부터"
IR 담당 과·차장급 모셔오기 전쟁
"인력 수급 확대 대책 필요"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최근 몇 년 간 바이오산업 부상으로 벤처 창업과 충원이 급증하면서 업계에서 체감하는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RA(의약품 인·허가), IR(투자자 대상 홍보활동) 부문은 소위 "지옥에서라도 (인력을) 데려와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인력 가뭄이다.
6일 기준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에 올라온 제약·바이오·의료기기 기업의 RA인력 채용 공고는 100여건에 이른다.
이런 구인활동에도 채용은 어려운 상황이다. A바이오 벤처는 RA 담당자를 충원하는 데 6개월 이상 걸려 최근 겨우 채용했다. B벤처는 RA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전임상 및 임상 1상을 마친 후속 신약의 임상을 진척하지 못하고 있다.
RA(Regulatory Affairs)는 임상개발과 함께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허가 등록 업무를 담당하는 분야다. 신약의 임상과 상용화 과정에서 규제당국과 소통하는 업무를 아우르기에 바이오 전문성 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필요로 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RA 인력은 갑자기 양성될 수 없고 최소 5년 이상 경력을 쌓아야 실무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 경력직만 필요로 하기에 더 귀하다"면서 "제약바이오 기업의 절반이 항상 RA 인력을 찾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회사에서도 RA 인력이 구직 시장에 나오면 무조건 충원하자는 의지가 강하다. 지옥에서라도 데려오라고 말할 정도다"며 "최근 몇 년 간 임상시험 시 환자를 검사하는 임상간호사들도 RA로 영입돼 많은 바이오 기업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IR 부문 역시 과·차장급 모셔오기 전쟁을 겪고 있다. 특히 기업공개(IPO) 업무를 경험한 인력의 몸값이 높아져, 대리 및 과장급이 IPO 후 연봉을 크게 올려 팀장급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바이오 IR 관계자는 "아직 주니어인데도 IPO 경험을 가졌다는 이유로 다른 곳에서 빵빵한 조건을 제안 받는다. 기존 회사에서 갑자기 조건을 맞춰주기 어려워 인력을 놓치는 것이다"며 "우리 회사의 과장급 IR 직원 역시 다른 회사의 팀장급으로 이직했다. 판교 바이오파크 A동에 있던 IR 담당자가 몇 달 뒤 B동에서 근무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히 판교는 바이오를 포함해 6천개 기업이 모여 있는 곳이다. 연봉을 크게 업그레이드하며 카카오, 네이버로 흡수되는 사례도 많아 인력 수급 확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력난의 가장 큰 원인은 급증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에 있다.
IR 관계자는 "최근 3~4년 간 연간 100여곳의 신규 상장사가 배출됐다"며 "매년 이 만큼의 IR 담당자가 필요해졌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바이오는 산업 이해도가 있는 경력직을 필요로 하지만 바이오 IR 담당자는 어떤 분야든 갈 수 있어 더 수급이 안 맞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임직원이 최소 50명은 넘어야 IR 담당자를 채용했으나 지금은 창업 후 바로 뽑는 상황이다"며 "IR 직원 채용이 어려워지면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VC(벤처캐피탈)에서 유입되는 사례도 많아졌지만 커진 몸값을 지불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곳이 갈려 인력 빈익빈부익부 현상 역시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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