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높은 독일의 고민

기사등록 2022/04/06 10:51:41

민간인 학살 드러나 대러 에너지 수입 중단 압박 커져

동독때 러와 연결된 파이프라인 등 과제 해결 어려워

우크라이나 에너지·무기 지원에도 러산 에너지 필요

감축 노력 상당히 진전됐지만 당장 끊는 건 불가능

[부차=AP/뉴시스]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부차 마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살해된 민간인들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의 민간인 학살로 보이는 증거가 드러나면서 전격적인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2022.04.05.
[부차=AP/뉴시스]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부차 마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살해된 민간인들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의 민간인 학살로 보이는 증거가 드러나면서 전격적인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2022.04.05.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등 전쟁범죄 행위가 폭로되면서 대러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에너지를 수입하는 독일에 대해 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독일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끊지 못하는 이유를 탐색하는 기사를 실었다.

지난해 독일은 전체 석유수입량의 3분의1을 러시아로부터 들여왔다. 독일 수입 석탄도 절반 가량이 러시아산이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석유, 석탄이 독일 경제와 주민들의 삶에 깊이 각인돼 있다.

독일과 시베리아를 잇는 첫번째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은 1980년대초 건설됐다. 이처럼 냉전시대의 유산이 독일 동부 지역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에 그대로 남아 있기에 독일이 다른 에너지 공급원을 찾기가 어렵다.

유럽 지도자들은 최근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에너지를 포함시킬 것인지를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 러시아 에너지가 꼭 필요한 독일이 곤혹스런 입장에 처해 있다.

이날 룩셈부르크 유럽연합(EU) 회의 참석차 출발한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독일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에 크게 의존하게 된 것은 실수"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이 러시아에 대한 5번째 제재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우르술라 본 데어 라이옌 EU의장이 5일 밝힌 석유 수입 금지 등의 조치가 포함된 방안이다. 린드너 장관의 발언은 에너지 수입 제한이 러시아보다 독일에 더 큰 피해를 준다며 저항해온 독일의 입장이 변했음을 시사한다.

꼬마곰 젤리부터 화학,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대표들은 가스, 석유, 석탄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생산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독일 가정은 절반 가까이 천연가스로 난방한다. 또 발전소도 천연가스를 많이 사용한다. 또 화학, 광산, 제약 부문의 강력하 노동조합들이 가스 수입을 줄일 경우 실업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레오폴디나 한림원의 경제학자들은 지난달 러시아 천연가스의 단기적 수입 중단은 다른 에너지원 활용으로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또 로베르트 하벡 독일 에너지장관은 카타르와 미국을 순방해 에너지 협력을 모색함으로써 준비하는 모습이다. 독일은 이미 올들어 3개월 동안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15% 줄여 40% 이하로 내렸다.

그러나 산업계 지도자들은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금지 제재에 반발하고 있다. 마르틴 브루더뮐러 BASF사 CEO는 "꼭지를 잠그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다른 데서 구하거나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데는 몇 주가 아니라 4~5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자이퉁지와 인터뷰에서 "수십년 동안 일궈온 나라 경제 전체를 망가트리려 하느냐? 그런 시도는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초콜릿, 스낵, 사탕 생산업체들도 가스가 부족하면 고에너지 식품을 생산할 수 없게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독일제과협회는 "가스는 독일 제과업체들에게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식품을 생산하는 독일 제과업체들은 독일인들에게 비중이 크다. 특히 식품이 부족한 비상시기에 더 그렇다"고 밝혔다.

지난 주 리투아니아는 4월부터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인구 280만명의 리투아니아는 전체에너지에서 천연가스 의존도가 11%인데 비해 독일은 27%에 달한다.

독일 정부는 올해 러시아산 천연가스 560억 입방m 수입을 대체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 수입 터미널을 건설키로 하고 5억유로(약 6643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액화천연가스는 천연가스 대체품으로 먼 나라로부터 해상으로 수입한다.

러시아는 또 가즈프롬 독일 국영에너지기업의 자회사들이 소유하는 방식으로 독일에 수천km에 달하는 파이프라인과 핵심 저장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 아스토라가 서유럽 최대 천연가스 저장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하벡 장관은 4일 가즈프롬의 독일내 주 자회사이자 아스토라의 모회사인 가즈프롬 게르마니아를 최소 9월까지 국가가 직접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로부터 가스 주도권을 되찾는데 핵심조치다.

독일에서 정제되는 석유의 3분의 1 이상이 이중 상당량이 러시아산으로 냉전시대 동유럽에 설치된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입된다.

이에 따라 러시아산 석유를 다른 곳에서 수입하려면 지난해 270억t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막대한 양의 수입대체국을 찾아야 하는 동시에 독일 동부 지역 정유공장에 이들 석유를 공급할 수단도 확보해야 한다. 동서독 사이엔 파이프라인이 설치돼 있지 않다.

독일은 올들어 3개월 동안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35%에서 25%로 낮추었다. 4월 중순부터 독일 동부 로이나 정유공장은 러시아산 석유를 지난해의 절반만 정제하고 서독에서 트럭과 철도로 운송되는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석유를 처리할 예정이라고 독일 경제부가 밝혔다.

반면 독일 봉부 슈베트에 있는 PCK 정유공장은 러시아 에너지 회사 로스네프트가 소유한 곳으로 러시아산 석유 대신 다른 곳의 석유를 처리하는데 호응하지 않고 있다. 독일 언론들은 에너지부가 국가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이 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석탄은 대체가 쉬운 에너지원이지만 2018년 탄광을 모두 폐쇄한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수입 석탄의 절반을 수입해왔다.

지난 6주 동안 독일은 공급망을 조정하고 새로운 공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러시아산 석턴 수입을 절반 가량 줄였다고 경제부가 밝혔다. 현재 석탄 수요의 25%만이 러시아산 석탄이다. 여름까지는 모든 석탄 수입을 중단할 계획이다.

하벡장관은 그 이전까지는 독일이 경제 엔진 역할을 하는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또 지난달 유럽 전력망에 연결된 우크라이나에 에너지를 공급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하벡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이례적으로 무기공급을 시작한 독일의 무기 생산에도 러시아에서 수입한 석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석탄을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하벡 장관은 지난주 ZDF TV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자원 공급 요청을 받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인프라스트럭처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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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높은 독일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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