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수상 실패에도 '그래미 벽' 낮춘 이유…도전 계속

기사등록 2022/04/04 16:54:19

[서울=AP/뉴시스] 방탄소년단
[서울=AP/뉴시스] 방탄소년단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에서 2년 연속 고배를 마시면서, 이 시상식의 높은 문턱이 재조명되고 있다.

하지만 보이밴드가 팝 흥행 공식으로 완성한 곡을 들고 쟁쟁한 후보 틈에 2년 연속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사실상 문턱을 낮춘 것이라는 평가도 많다. 

방탄소년단은 3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글로벌 히트곡 '버터(Butter)'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에 올랐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다.

올해 해당 부문의 트로피는 도자 캣&시저의 '키스 미 모어(KISS ME MORE)'에게 돌아갔다. 이 곡은 완성도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곡이다.

작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최장기간인 10주간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 '버터'를 비롯 레이디 가가&토니 베넷 '아이 겟 어 킥 아웃 오브 유', 콜드 플레이의 '하이어 파워', 저스틴 비버·베니 블란코 '론리' 등 강력한 경쟁자들을 따돌린 이유다.

미국 대중문화지 벌처는 앞서 이번 그래미 예측 기사에서 2020년 '세이 소'로 디스코의 부활을 알린 도자 캣이 작년 그래미에서 상을 받지 못했다며, 잘 만들어진 히트곡 '키스 미 모어'로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 만큼 가가&베넷 '아이 겟 어 킥 아웃 오브 유'와 함께 수상이 유력했던 곡이다.

우리에게는 아쉽지만 '버터'는 현지 미디어에서 유력 수상 후보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본래 그래미 회원들은 아티스트의 곡의 관여도와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버터'는 RM을 포함한 다국적 작곡가 집단이 히트곡 공식에 맞춰 제작한 곡이라 후보에 지명됐다는 것만으로도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게다가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상을 휩쓴 '2021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는 각각 차트와 대중의 인기 투표가 기반인 반면, '그래미 어워즈'는 주최 측인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투표로 수상자를 가린다.

[서울=AP/뉴시스] 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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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열린 '그래미 어워즈'는 이에 따라 '빌보드 뮤직 어워즈'·'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를 포함한 미국 3대 대중음악상 중에서도 문턱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이번 방탄소년단의 수상 불발은 인종 차별이나 그래미의 보수적 색채를 확인한 것이 아니라는 업계의 시각에 꽤 힘이 실린다. 

이번 그래미 어워즈는 그간 비판을 받던 백인 위주의 시상 일변도에서 벗어났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본상 4개 부문에 백인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를 받은 프로듀젝 듀오 '실크 소닉'은 한국계 미국 래퍼 겸 싱어송라이터 앤더슨 팩(Anderson .Paak)과 푸에르토리코계인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결성했다. '올해의 앨범'을 받은 미국 재즈 뮤지션 존 바티스트는 흑인이다. '베스트 뉴 아티스트'(신인상)을 받은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필리핀계 미국인 아버지와 아일랜드·독일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방탄소년단은 이날 '그래미 어워즈' 퍼포머로 무대에 올라,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버터' 공연으로 호평을 들었다. 객석에 있던 동료, 선후배 뮤지션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객석에서 멤버 뷔가 신인상을 받은 미국 '괴물 신예' 올리비아 로드리고에게 귓속말로 대화하는 등 현지 메인 스트림에 안착했음을 확인했다.

방탄소년단이 후보로 지명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시상을 후반부로 미뤄 그래미 측이 시청률 상승에 방탄소년단을 이용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반대로 그 만큼 방탄소년단의 인기와 명성을 확인한 것일 수 있다.

일부 아쉬움이 많이 남은 팬들은 주최 측 소셜 미디어에 "사기"라고 반응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상을 받지 못한 것에 일부 아쉬움을 표하기는 했지만 결국 "노미네이트 된 것도 두 번째니까 대단한 일"이라고 긍정했다.

[서울=AP/뉴시스] 방탄소년단
[서울=AP/뉴시스] 방탄소년단
한국인 최초 그래미상 2회 수상자인 황병준 사운드미러코리아 대표는 "시상식 전날 노미네이트된 사람들끼리 모이는 파티가 있는데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비석에 새길 것이 있다고 다들 입을 모은다"면서 "후보에 올랐던 것만으로도 대단한 뮤지션들이다. 수상은 운 때가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엠넷의 '그래미 시상식' 중계를 맡은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앞으로 더 많이 후보에 오를 것이고, 할 게 많다"고 했다.

실제 방탄소년단이 일정 성과를 계속 내면 '그래미 어워즈'의 문도 지속해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은 1만여명이 넘는데 그간 백인 위주였다. 하지만 점차 다양한 인종과 젊은 음악 관계자들이 포함되고 있다. 그만큼 선택지의 폭이 다양해질 확률이 크다.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하이브 방시혁 의장도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이다.

게다가 하이브가 지난해 저스틴 비버·아리아나 그란데 매니지먼트사인 미국 연예 기획사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한 것에서 보듯 현지에서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면서 미국 음악업계에 방탄소년단의 우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미 방탄소년단은 음악 산업적으로 현지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작년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콘서트를 열어 이 공연장 역사상 처음으로 4회 공연을 매진시켰다. 최근 하이브는 미국 대표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TIME100 Most Influential Companies)에 2년 연속 선정됐다.

또 방탄소년단은 오는 8~9일(이하 현지시간)과 15~16일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Allegiant Stadium)에서 콘서트를 여는 동시에 투어와 라스베이거스 도시 자체를 연결하는 '더 시티(THE CITY)'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이날 시상식 엠넷 중계를 맡았던 팝 전문 DJ 배철수도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수상 여부에 관계 없이 많은 것을 이뤘고, 미국 공연 역시 성황리에 올리고 있다"고 짚었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제64회 그래미 어워즈' 단체. 2022.04.04.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제64회 그래미 어워즈' 단체. 2022.04.04.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성과들로 인해 일각에서는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어워즈'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두고 미국 '로컬 영화 시상식'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그래미 어워즈' 역시 미국 '로컬 음악 시상식'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팝의 본고장 미국을 대표하는 시상식인 만큼,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한국 가수들에게도 꿈의 시상식인 건 부인할 수 없다. 방탄소년단과 하이브의 도전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방탄소년단이 작년과 올해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올린 곡들은 '다이너마이트' '버터'처럼 '틴팝' 또는 '버블검 팝' 등 주로 10대에게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드러운 팝곡들이었다.

방탄소년단이 올해 초 미국 힙합 거물 스눕독에게 협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해 신곡은 힙합 등 장르적인 곡에 집중하며 현지 음악 마니아 겨냥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눕독은 초창기 힙합 아이돌그룹을 표방한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이들의 프도듀서 피독이 공공연하게 존경을 표한 뮤지션이다. 대중성을 확보한 방탄소년단이 현지에서 중심 장르인 힙합을 기반 삼아 그래미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어워즈'까지 수상하면,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 이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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