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개입 준비 안된 서방…러군 몇년 주둔 상황 대비 필요성 지적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이 당초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거세 갈수록 장기화하는 조짐이다.
침공 초기엔 압도적인 전력으로 침공 며칠 만에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키고 괴뢰정부를 수립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었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전투에서 패배하거나 보급문제로 진군이 느려지는 등 작전 실패가 많은 탓에 전쟁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7일(현지시간)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 막판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다음은 칼럼 요약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의 전력은 큰 차이가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위성국으로 만들기 위해 침공했다. 합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초기부터 그럴 의사를 분명히 밝혀왔다. 러시아가 승리하면 선거로 선출된 우크라이나 정부를 제거하고 괴뢰정부를 수립할 것이다. 러시아가 승리하면 우크라이나에서 자유가 사라지게 된다.
서방은 지금까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인들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막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경제제재로 러시아의 전투 의지를 약화시키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으로 러시아의 공격에 저항토록 해왔다. 수만대의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스팅어 지대공미사일을 지원해 러시아의 진격을 방해했다. 러시아군의 진군이 막힌다면 우크라이나의 자유가 유지될 수 있다. 이는 러시아가 패배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그 뒤에도 많은 문제가 남는다. 침공이 교착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더 많이 장악할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서방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여러 차원에서 지원 노력을 하면서 군사적 지원도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탱크와 장갑차, 야포 등 공격 무기 없이 러시아군에 점령된 땅을 되찾을 순 없다. 전투기와 지상전투 근접지원기는 물론 첨단 대규모 대공방어무기 등도 필요하다.
이런 무기들을 모두 지원하는 일은 미국이나 유럽 동맹국이 러시아에 대해 보다 공격적 입장을 취하는 셈이 된다. 푸틴이 이를 악용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무기를 공급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영토를 공격하거나 발트해 3국 침공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나토가 직접 대응하게 되고 결국 핵보유국들간 전투가 벌어지는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방의 현재 입장은 러시아군의 공격이 억제되고 경제제재가 지속되면 러시아가 후퇴할 것이라는 논리에 근거한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볼로도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에 대한 지원요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결국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군을 몰아낼 때까지 도와야 할 지 아니면 러시아의 패배에만 만족할 지를 결정해야만 한다.
우크라이나가 하루 빨리 승리하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게 현재 심정이다. 러시아는 20년 전부터 이 지역에서 침략자였다. 2004년 빅토르 유센코 친서방 우크라이나 대통령 후보를 독살하고 2014년 크름(크림)반도를 합병하고 반군을 지원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합류하길 원치 않음을 보여왔다. 침공은 푸틴의 계획이 재현된 것이다.
그러나 차가운 머리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토는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지킬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유럽국들이 발트해 국가들을 지키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앞으로 몇년 더 걸려야 한다. 폴란드, 루마니아도 방위력을 강화해야 한다. 준비도 되지 않은 위험을 감당하겠다고 나서는 건 현명하지 않다. 서방 개입에 한계를 분명히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빠르게 끝나기를 바란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자유를 위한 투쟁은 몇년 더 이어질 것이다. 미국과 NATO는 이 점을 전략적으로 심사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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