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 목욕탕 줄줄이 폐업…"등 때밀던 추억은 옛말"

기사등록 2022/02/23 06:30:00

최종수정 2022/02/23 08:49:43

[대구=뉴시스] 고여정 기자 = 대구시 중구의 한 목욕탕 2022.02.22 ruding@newsis.com
[대구=뉴시스] 고여정 기자 = 대구시 중구의 한 목욕탕 2022.02.22 [email protected]



[대구=뉴시스]고여정 기자 =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목욕탕에 안 갑니다. 아이들과 목욕탕에 가서 등 때밀어 주고 하는 것은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 된 것 같아요."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9만명을 웃도는 가운데 동네 목욕탕의 폐업 및 휴업 역시 늘어나고 있어 시민들에게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3일 한국목욕업중앙회 대구시지회에 따르면 2020년 대구에 있는 총 307곳의 대중목욕탕 중 17곳이 폐업했다. 9곳은 휴업을 했다.

2021년은 2020년에 비해 휴·폐업한 대중목욕탕이 비교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대구에 있는 총 245개의 대중목욕탕 중 폐업한 대중목욕탕은 모두 34곳이다. 휴업한 대중목욕탕은 15곳이다.

실제로 이날 낮 12시께 취재진이 대구지역 목욕탕들을 방문해 '찾는 손님이 많냐'고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대중목욕탕 사장은 찾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답했다.

대구 중구에서 대중 목욕탕을 운영하는 김모(47·여)씨는 "목욕탕을 찾는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며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됐을때에는 손님이 70% 이상 줄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씨는 "목욕탕의 경우 손님이 한 명만 와도 물을 데우고 난방을 틀어야 하는데 적정 인원이 오지 않아 타격이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목욕탕 직원 김모(40대·여)씨는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 하면서 목욕탕을 찾는 손님들이 줄었다"며 "지금은 진짜 목욕탕을 오고 싶은 분들만 가끔 찾아주는 정도다"고 말했다.
[대구=뉴시스] 고여정 기자 = 대구시 중구의 한 목욕탕 2022.02.22 ruding@newsis.com
[대구=뉴시스] 고여정 기자 = 대구시 중구의 한 목욕탕 2022.02.22 [email protected]


동구의 또 다른 목욕탕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과 비교하면 손님이 80% 이상 줄었다.

동구 목욕탕에서 근무하는 박모(51·여)씨는 "목욕탕에 손님이 없으니 당연히 세신을 하는 사람도 없다"며 "하루하루 벌어 입에 풀칠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정말 살기 힘들다"고 전했다.

또한 "손님이 없으니 매출도 줄어 기존에 근무하던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는 것도 많다"며 "코로나가 이젠 일자리까지 뺏어 간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가족, 친구들과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다 옛말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자녀와 같이 목욕탕을 자주 갔었다는 이모(48·여)씨는 "코로나19 전에는 아이들과 자주 목욕탕을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목욕을 하기도 했다"며 "지금은 괜히 갔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봐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예전에는 목욕탕에서 식혜를 마시며 자녀와의 추억을 쌓기도 했다"며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제는 목욕탕에서 추억을 쌓기는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기적으로 목욕탕을 찾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목욕탕이 기피 대상이 돼 아쉽다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최모(47·여)씨는 "주기적으로 목욕탕을 찾아 동네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다"며 "이제는 혹시라도 목욕탕에 갔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욕을 먹을까 두렵다"고 전했다.

이모(58·여)씨는 "어머니를 모시고 자주 갔었는데 요즘은 집에서 등을 밀어주는 정도다"며 "가끔 어머니와 목욕탕에 가서 회포를 풀곤 했는데 요즘은 못가 너무 아쉽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어린 자녀에게 목욕탕에서의 추억을 만들어 주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다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이모(41)씨는 "어렸을 때 아버지와 목욕탕에 갔었던 것처럼 제 아이와도 목욕탕에서의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며 "아이가 크기 전에 코로나19 상황이 잠잠해져 목욕탕에서의 추억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0시 기준 대구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모두 4158명이다. 누적 확진자는 9만2836명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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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직격탄' 목욕탕 줄줄이 폐업…"등 때밀던 추억은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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