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김재연 "거대 양당, 젠더갈등 조장…女 목소리 대변이 제 역할"

기사등록 2022/01/13 07:00:00

최종수정 2022/01/13 18:03:26

"'감옥 毒' 이석기, 상한 몸 추스르는 시간…많은 분께 감사 전하는 중"

"진보 후보 단일화, 어떤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어렵다는 말씀드려"

"진보 정치 본령으로 노동 중심성 강화…이재명 非노동·윤석열 反노동"

"尹 젠더 갈등 조장 선거전략化…李, 尹 흘린 표 주우러 다니려 우왕좌왕"

"'비정규직도 나쁘지 않게' 李·尹, 청년 불안감 못 달래…비정규직 없애야"

"尹, 외교안보관 황당하고 우스꽝…李, 사드 두고 中 경제 외교 앞뒤 모순"

"李, 공공택지 조정한다고 해놓고 민간에 투기 이익…구조 설계 자체 잘못"

"李·尹 경제 정책 다르지 않아…'555 공약' 李, 대통령 결단해 지표 좌우 못해"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서민·노동자에 전가될 수 있어 진보 정치 역할해야"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종로구 진보당 중앙당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1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종로구 진보당 중앙당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우 임하은 기자 =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는 12일 진보당 선거전략과 관련해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 속에서 더욱 소외되고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사직동 진보당사에서 뉴시스와 한 인터뷰에서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가 안 된다면 진보당의 선거전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그는 "41살의 여성 후보로서 지금 한국사회에 여러 부문에서 소외되고 있는 2030 세대 여성들을 더 잘 대변하는 역할을 통해서 표심을 모으겠다는 생각"이라며 "2030 여성 선대위를 별도로 구성했다. 내일부터 여성의 생애주기 의료 지원 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하나 하나 공약 발표를 이어나간다"고 했다.

다음은 김 후보와 일문일답.

-정치인으로서 굴곡이 깊은 편이다.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질문을 받고 생각해보니 20년 동안 그래도 제가 탈당하거나 당을 옮겨본 적은 없더라. 한 당에 계속 있었음에도 굴곡이 있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제가 몸담았던 진보정당 자체가 시련이 많았다는 뜻이라는 것으로 보여진다.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해산을 겪으면서 진보정치가 앞으로도 외부 탄압이라든지 내부 분열 같은 것으로 흔들리거나 무너지지 않으려면 지역과 현장에 깊이 뿌리를 잘 내리는 것이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경기도 의정부에서 두 차례 총선에 출마하고 지역 주민들과 같이 동네 서점을 운영하면서 지역주민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치로 조직하는 일을 하면서 주민들과 노동자들과 같이 호흡하는 시간을 수년 동안 가졌다.

 2017년 박근혜 정권 탄핵 후 사회 공기 많이 바뀌었다. 탄핵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불러일으킨 광장의 에너지가 확인됐는데 그 에너지를 모아서 새롭게 진보정당의 깃발을 올렸다. 그게 지금의 당이고 그 당의 대표를 맡아서 만 4년된 정당의 상임대표로 일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종로구 진보당 중앙당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1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종로구 진보당 중앙당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13. [email protected]


-집중하고 있는 현안은 무엇인가.

 "요즘 가장 큰 고민은 가계부채가 너무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금 국내 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섰다. 주요국 가운데 단연 1위다. 부채는 달리 말하면 거품인데 계속 커지다 언젠가 꺼지기 마련이다. 세계적 금융 전문가들은 향후 1~2년안에 거품이 꺼질 것이며 경제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 지속적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대선국면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정치인, 정치세력, 정당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그 정반대로 새해 첫 월요일에 거대 양당의 두 후보가 주식시장 개장식에 갔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코스피 5000이 어렵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꽃가루가 막 날리는 사진이 신년 벽두부터 온 언론을 도배했다. 진짜 터지기 직전의 가계부채 폭탄이 눈앞에 째깍째깍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왜 후보들이 이런 얘기를 하고 있지 않은지. 진보 정치는 그럼 이때 무엇을 얘기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우리가 25년 전에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분명히 경험했던 것 중의 하나는 경제 위기 같은 상황에서 부자들은 어떻게든 자기 살길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더 큰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정말 가진 것 없는 노동자, 서민들은 그 벼랑 끝에서 그냥 절벽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어떤 위기 상황이 도래한다고 해도 두 번 다시는 노동자와 서민에게 그 고통이 전가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그 역할은 진보정치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다. 더군다나 지금 상황에서 아무도 그것에 주목하지 않기 때문에 대선 후보로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정말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이석기 전 의원 근황은 어떠한가. 대중적 진보정당을 표방하지만 '통합진보당', '종북'이라는 낙인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같다.

 "8년3개월 햇수로 거의 9년의 시간을 감옥에서 보냈기 때문에 '감옥 독(毒)'이라고 할까. 몸이 아무래도 상했을 테니 상한 몸을 추스르는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긴 시간 석방과 구명 운동에 국내외 많은 분께서 정말 힘을 많이 써주셨다. 원로 선생님들부터 해서 많은 분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근데 사실 이 의원 석방 소식만 있었다면 반길 일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 특별사면이 발표됐다. 정말 그 상황은 대단히 그야말로 옹졸한 결정이었고 정의롭지 않다고 보여진다. 저는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멸공' 입에 담기도 참 우스운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일베 놀이에 윤석열 후보가 가세하면서 국민의힘 전체가 지지율 반등의 기회로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세력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 낡은 세력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배경이 일제 시대 독립운동가들을 잡아들이던 치안유지법이었고, 그 다음이 민주화 운동이나 노동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두려 했던 국가보안법이다. 그 이후 진보 정치를 탄압하는 정당 해산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이 뿌리가 굉장히 깊은 것이다. 때때마다 새로운 저항 운동을 방해하기 위해서 반공 낙인을 들고 온거다.

 여전히 2022년 새해에 대선을 앞둔 시기에 다시 멸공 같은 얘기들이 등장하는 걸 보면서 결국 뿌리 깊은 낡은 구조를 깨는 것을 이 남북간의 분단 구조를 넘어서는 방법밖에는 없구나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진보당으로서는 색깔론의 낙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더욱 서두를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다그치고 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종로구 진보당 중앙당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1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종로구 진보당 중앙당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13. [email protected]


-진보당 5개 진보정당, 후보 단일화가 안 됐다. 걸림돌이 뭐였느냐. 향후 진보 단일 후보는 나올 수 없냐.

"일단은 진보 정치에 기대를 가져주시고 이번 단일화 추진에 대해서 함께 마음 모아주신 많은 분께 정말 송구한 마음이 크다. 지난 몇달 동안 후보 단일화를 포함한 진보 진영 단결을 추진하기 위해 저와 진보당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고 국민 앞에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무던히 애를 썼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저희의 힘이 부족했구나. 실력이 부족했다 느낀 시간이었다.

 이것은 누구 탓이다 얘기하고 싶지 않다. 문제는 향후에 어떻게 될 것인가 질문들을 하실 수밖에 없을 텐데 지금으로서는 어떤 방법을 더 찾을 수 있을지 조금 어렵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진보 정치 단결을 위해서 한번 내디딘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진보 정치의 분열이 갖고 온 정치적 퇴행,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상처를 하루아침에 넘어선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느꼈지만 그럼에도 이번에 하나의 강을 건넜다는 생각은 분명히 있다. 특히 어려운 결정이었는데 8만5000명의 진보당원께서 개인의 감정이나 생각을 접어놓고 후보와 대표단의 결단에 마음을 모아주신 것이 향후에 진보 정치의 단결을 위해 더 큰 행보를 만들어가는데 분명한 배경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더 노력하겠다."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가 안 된다면 진보당의 선거전략은 무엇인가. 같은 진보 진영인 정의당과의 차이점은?

 "단일화를 해야 하는데 차이점을 말해야 하니까 (난감하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도 계속 그렇게 말씀드렸고 앞으로도 진보 정치의 본령으로서 노동 중심성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진보당은 태생 자체도 그러했고 지금까지 커오는 과정도 그랬고 앞으로 나아갈 길도 노동 중심성 강화에 있다.

 현재 당원이 8만5000명을 넘었는데 3분의 2 이상이 비정규직 노동자, 최저임금 노동자다. 대다수는 진보당을 만나기 전에는 진보 정치, 아니 정치 자체에 가까이 계시지 않으셨던 분들, 한 마디로 정치 권력에 소외됐던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진보 정치, 노동자 정치를 만나면서 노동자의 권익 실현을 위해, 나아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해 내가 정치를 만들어갈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시면서 매우 큰 힘 발휘해주고 계신다.

 원외 정당으로서 첫 대선을 치르는 진보당이 용기를 내서 대선에 출정할 수 있었던 배경도 노동자 당원들께서 힘과 마음 모아주신 덕분이다. 그래서 저희는 그와 같은 당의 활동과 기조를 더 강화시킬 것이다. 다른 정당과의 차이점 또는 조금 더 선명한 차별성은 거기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한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다. 제가 이번 대선 출마 후보 중 가장 젊은 후보일 것 같다. 몇 안 되는 여성 후보이다. 41살의 여성 후보로서 지금 한국사회에 여러 부문에서 소외되고 있는 2030 세대 여성들을 더 잘 대변하는 역할을 통해서 표심을 모으겠다는 생각이다. 2030 여성 선대위를 별도로 구성했다. 내일부터 여성의 생애주기 의료 지원 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하나 하나 공약 발표를 이어나간다. 한쪽에서는 소위 이대남 표심 잡기라고 해서 치열한 구애작전 펼치고 있다.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 속에서 더욱 소외되고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선거만큼 노동 의제가 관심 밖으로 밀려난 선거는 없는 것 같다. 진보정당에 대한 주목도도 예전 같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진단을 듣고 싶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도 청하고 싶다.

 "진보정당이 노동 의제를 더 크게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진보 정치 단결의 흐름을 만들지 못했던 것에 원인이 있다. 전부라고 할 수는 없더라도 그것 중의 하나가 (저희) 원인이다 보니 책임을 느낀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에서 노동 의제가 밀려난 상황을 짚어보자면 일단 우선적으로 지금까지 어떤 대선에서도 노동 의제가 중심이 됐던 적은 없다. 하지만 거대 양당의 대선 후보가 한 사람은 비(非)노동, 한 사람은 반(反)노동이 분명한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윤석열 후보는 임금이 똑같으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두 개가 비슷하다고 얘기했고 이쪽에서는 약간의 수당을 주면 두 개가 비슷하다고 얘기해서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구나라고 느꼈다.

 윤석열 후보는 '주 120시간 노동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임금을 똑같이 준다면 비정규직도 나쁘지 않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본인은 '내 말이 곡해된 것이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행간에서 묻어나는 노동에 대한 이해 부족과 성장 중심의 논리를 통해서 노동자에게 어떠한 것이 위험과 고통을 가중시키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본다.
 
 이재명 후보는 상대적으로 더 나은가. 스스로 '노동 존중, 나는 친노동이다'는 표현도 쓰셨던 걸로 아는데 한편으로는 '나는 친기업이기도 하다. 내가 지난 시기 지자체장 중에 친기업 1위 지자체장이었다'는 얘기를 하시면서 두 가지가 동시에 갈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계시는데 설득력이 없다는 생각이다.

 단적으로 '비정규직에 약간의 수당을 더 주면 그것도 괜찮다'라는 얘기를 길게 하셨다. 비정규직 공정수당이라고 하는 게 얼마냐. 한 150%, 200% 정도 되는 것이 아니라 지난해 경기도에서 도입했던 공정수당을 놓고 보면 1년 동안 근무했을 때 129만원이더라. 그건 실업급여만큼도 안 된다.

 한마디로 '돈 몇 푼 더 쥐여주면 그냥 쓰고 버려도 상관없다'는 논리로 생각된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 말했던 것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굳이 할 필요 없다. 수당으로 더 채워주겠다'라고 된다. 민간기업은 아주 쾌재를 부를 만한 일이 되는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 전반을 휩쓸고 있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 형태를 더 강화하고 양산시키는 인식을,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이고 이것이 효율성, 실용성으로 포장된다면 대단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종로구 진보당 중앙당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1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종로구 진보당 중앙당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13. [email protected]


 -진보당에는 성평등 강령이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한 입장을 묻고 싶다. 이재명 후보는 반(反)페미니즘 게시물을 공유하다 최근에는 친(親)페미니즘 유튜브채널 닷페이스에 출연하는 등 상대적으로 온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일단은 진보당은 성평등 강령을 별도로 두고 있고 지난 총선에서 남녀 동수로 후보 출마를 했다. 이런 부분들은 진보당의 자부심이자 책임감이기도 하지만 향후 모든 정치세력들이 이와 같은 성평등 정치의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거라고 믿고 있다.

 일시적 양상이겠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성평등 기조를 선회하려고 하는, 반성평등 기치를 높이 든 목소리가 너무 크게 울려퍼지고 있다. 마치 득표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처럼 포장되고 있어서 상당히 우려스러운 지점이라고 보여진다. 달리 말하면 성평등에 반하는 목소리를 키워서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걸 선거전략으로 삼고 있는 모습이 거대 양당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과거 지역주의에 기반한 갈등의 정치를 오랫동안 해왔던 세력들이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았고 역사 한 페이지로 저물어갔다. 다른 양상으로 성별 갈등 내지는 세대 갈등으로 다시금 부채질한다는 것이 퇴행적 정치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일부 남초 커뮤니티 얘기를 이준석 대표가 증폭시키고 윤석열 후보가 편승하면서 불을 붙였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여성 혐오 세력들을 끌어들여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 그 외에는 없었던 것 같다.

 여가부는 성차별 구조에 놓인 여성을 비롯해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학교 밖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기구다. 여가부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더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강화하는 것이 지금 논의돼야 할 지점이라고 본다. 일곱 글자로 얘기를 툭 던졌는데 여가부가 어떤 부분을 제대로 못 했고, 어떤 예산을 잘못 썼는지 하나하나 짚어보면 그 논리가 얼마나 잘못된 사실관계, 거짓에 기반한 나쁜 선동인지 드러날 것이고 이미 상당 부분 드러나고 있다고 본다.

 이재명 후보는 약간 윤석열 후보가 흘리는 표를 주우러 다니려 바쁘게 움직이나 싶을 정도로 우왕좌왕 줏대 없이 다니고 있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는 페미니스트 후보라는 표현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도 저도 아닌 중립적 모습 내지는 이쪽으로 갔다가 저쪽으로 갔다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이재명 후보가 만들려는 정부의 철학은 무엇인가에 대해 국민도 혼란스럽고 후보 본인도 정립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표를 쫓으려는 조바심에서 나온 모습이 아닐까 안타까운 모습이다."

-'20대 여성을 위한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내세우고 있는데 주류 정치권이 '이대남'에 집중하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듣고 싶다. 이대남이 과잉 대변되고 이대녀가 과소 대변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젠더 갈등을 어떻게 규정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원래 힘센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더 크게 들리는 법이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지금 이대남 현상이 이렇게까지 키워진 상황은 상대적으로 이대남의 반대편에 있다고 표현되는 20대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약자구나라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반증이라고 생각이 된다.

 페미니즘과 성평등은 같은 말이다. 성평등은 모두를 위한 변화의 길을 얘기한다. 20대 남성이 느끼는 이대남 현상으로 표현되는 본질은 불안감과 소외감이 배경에 있다고 생각한다. 불안감과 소외감의 원인을 찾아보면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있다. 왜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지, 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왜 결혼할 수 없는지. 모든 원인이 불평등 구조에 있는데 이 불평등 구조를 만든 사람들이 국민의힘을 비롯한 거대 양당 기득권 세력이다. 그 불평등 구조를 만든 사람들이 이대남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불안감을 해소해줄 거라는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모순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해법은 당연히 불평등 구조를 깨뜨려야 되는 것이 포함돼야 한다고 본다. 성평등에 대한 지향은 그 불평등 구조를 깨는 과정에서 당연히 포함돼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남녀를 통틀어 MZ세대가 느끼는 사회적 불평등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듣고 싶다.

 "핵심적으로 지금 20대 청년들이 짚고 있는 문제는 집, 일자리, 교육 세 가지라고 본다.

 집 문제는 부동산과 주거 불평등 문제다. 부동산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재인 정부도 그 이전 정부도 어떻게 하면 집값을 잡겠는가 얘기만 하는데,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당장 내가 평생 집 사는 것은 커녕 전월세조차 임대주택조차 안정적으로 구할 수 없는 생존을 위한 주거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그런데 아예 집 없는 청년이나 서민들은 이 논의의 대상에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을 분명히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지금까지 부동산정책이 집을 가진 사람들의 불안감이나 욕구를 채워주는 방식이었다면 청년들이나 집 없는 서민들의 안정적인 주거를 핵심으로 하는 것, 또 나아가 잘못된 부동산정책으로 인해 자산의 불평등이 너무 커져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 된 자산 불평등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일자리 불평등인데 소득 불평등의 가장 핵심적인 것은 고용의 불안정, 비정규직 문제다. 이재명 후보나 윤석열 후보처럼 비정규직도 나쁘지 않게 하겠다는 건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전혀 희석시키거나 달래줄 수 없다. 비정규직을 없애야 한다. 고용 불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하겠다고 했던 공약을 이번 정부 임기에서 실현하지 못했지만 공공부문부터 민간 부문까지 비정규직을 없애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자체를 폐지하는 그리고 비정규직의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법 개정을 통해서 소득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교육 불평등은 청년들이 지역에서 지방에서 살 수 없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과 수도권의 불평등, 지역 소멸 문제하고도 연결이 된다. 진보당은 오래전부터 진보정당들이 그러해 왔듯 대학까지 무상교육, 그리고 교육 문제의 핵심인 입시의 철폐, 나아가서 대학의 서열화 자체를 없애는 것을 통해 더 이상 교육을 통한 세습이 이뤄지지 않는 사회를 만들려고 한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종로구 진보당 중앙당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1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종로구 진보당 중앙당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13. [email protected]


- 윤석열 후보는 '멸공' 논란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선제 타격 발언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과거와 달리 배치된 사드는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두 후보의 외교안보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듣고 싶다.

 "윤석열 후보가 선제타격 얘기를 했다. 많은 분이 우려하시는데 저는 사실 우려 이전에 황당하고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다. 아무 생각이 없으시구나. 본인이 설령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선제타격 구호를 외친다고 해도 한반도 정세 자체가 그렇게 될 수 있는 국면이 아니다. 인식이 1960년대에 머물러 있다. 아주 낡은 인식을 가지고 있고 안목과 철학이 아예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재명 후보는 실용적 외교를 통해서 국익을 취하겠다는 입장 같다. 국익을 취한다는 것은 강대국의 부당한 간섭이나 요구를 거부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나 한미일 군사 삼각 동맹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한미동맹이라는 낡은 틀을 그대로 두고서 다자 외교를 강화한다거나, 첨단 기술 경제 외교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앞뒤가 좀 맞지 않다. 사드 배치를 계속 내버려 두자고 얘기하면서 중국과 경제 외교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답이 보이지 않는다. 실용 외교, 국익 우선을 얘기하려고 한다면 한미동맹이라는 오랜 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지 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했다. 대장동 공영개발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고 싶다.

 "이재명 후보는 계속 대장동 개발을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이라 표현했는데 공공택지를 조성한다 해놓고 민간에 투기 이익을 가져다줄 수밖에 없는 구조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걸 잘했다고 국정감사 같은 데 나와서 큰소리치시던데. 그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집값이 상승한 원인을 바로잡자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포함한 공공이 더 이상 공공택지 조성 과정에서 민간분양을 더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에서 토지 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하나의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토지는 공공이 가지고 건물만 지어서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 같은 것을 한다면 건설원가를 평당 500만원 정도로 합리적으로 책정했을 때 20평대 아파트를 1억원, 30평대 아파트를 1억5000만원 정도로 분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실험을 당장 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합의들을 이번 대선에서 논쟁판에 올려놓고 얘기하고 싶다."

-이재명 후보가 12일 경제 정책 발표를 했다. 윤석열 후보도 신년 기자회견을 했는데 어떻게 봤다.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눈에 들어왔던 건 이재명 후보의 555 공약이다. 가계부채를 어떻게 타개할지 언급이 하나도 없이 경제 성장만 얘기하는 모습이 마치 1996년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했다고 샴페인 터뜨리던 그때가 생각났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그때도 선진국 클럽에 가입했다고 얘기됐던 시점이다. 1997년 12월 대선 후보들이 IMF가 요구하는 거 다 받아들이겠다고 서명했다. 이 상황 자체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이라 굉장히 우려스럽다는 애기를 드리고 싶다. 장밋빛 전망을 얘기하고 코스피 5000을 얘기하기 전에 가계부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건지에 대책을 먼저 내놔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다.

특히 두 후보의 포부와 달리 이명박 후보도 당시 코스피 5000을 똑같이 얘기했지만 임기 중에 코스피가 900까지 떨어졌다. 떨어졌던 이유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였다. 한국 대통령은 적어도 IMF 이후 20여년 동안 대통령이 결단해 경제 지표를 좌지우지할 수 없는 국면에 와있다. 한국 금융시장을 외국 시장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수단으로 555, 코스피 5000을 만들겠다고 하는지 한국 경제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취약점을 이해 못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선거 국면이라서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윤석열 후보는 불평등한 한국 사회구조에 대해서 언급이 거의 없다. 시장 경제 중심의 경제정책이 불평등 구조를 더 심화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어떠한 책임감도 갖고 있지 않다고 본다. 그부분에 대해서는 명백히 국민께서도 평가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종로구 진보당 중앙당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1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종로구 진보당 중앙당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13. [email protected]


-마지막으로 왜 진보당이어야 하는지 왜 김재연이어야 하는지, 어떻게 지지를 끌어낼 것인지 청하고 싶다.

 "한국사회에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이라 생각한다. 불평등 문제는 항생제 처방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대수술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거대 양당 후보들이 소확행 공약, 심쿵 공약이라고 내용을 설명조차 들을 수 없는 10초, 20초짜리 영상으로 표심을 자극하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민생을 위한 담론이 실종된  대선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가슴 아프고 그 결과물이 우리 서민에게 노동자에게 고통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진보정치가 더 큰 역할을 해야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진보 정치는 부분적 개편의 목소리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낡은 체제 자체를 전환시킬 수 있는 노동자와 서민들을 위한 대전환의 새로운 비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번 대선에서 진보당과 김재연이 어떤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분명하게 미래를 제시드리도록 하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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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김재연 "거대 양당, 젠더갈등 조장…女 목소리 대변이 제 역할"

기사등록 2022/01/13 07:00:00 최초수정 2022/01/13 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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