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앞두고 베이징 지하철 영어 표기 삭제…거꾸로 가는 손님맞이

기사등록 2022/01/06 12:28:27

최종수정 2022/01/06 14:45:43

'subway'→'Zhan', 'Olympic Park'→'Aolinpike Gongyuan'

'Terminal 2'→'2 Hao Hangzhanlou'…한자 병음으로 교체

베이징 지하철 "규정에 따라 지하철 역명 통일하는 것"

中광명일보 "외국인을 난처한 상황에 빠트릴 수 있다"

CNN "중국서 영어 교육 사라져…학생 이념 통제 강화"

중국 정부가 동계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베이징 지하철 안내 표지판 문구를 당초 영어에서 한자 병음으로 교체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 : CNN 갈무리) 2022.01.06.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 정부가 동계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베이징 지하철 안내 표지판 문구를 당초 영어에서 한자 병음으로 교체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 : CNN 갈무리) 2022.01.0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 당국의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

중국 정부가 동계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베이징 지하철 안내 표지판 문구를 당초 영어에서 한자 병음으로 교체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예를 들어 지하철 입구의 표기를 영어 'subway'에서 중국식 병음 표기인 'Zhan'(잔)으로 교체한 것이다. 올림픽 공원의 'Olympic Park'와 베이징 공항 제2터미널의 'Terminal 2'는 중국식 병음 표기인 'Aolinpike Gongyuan'(아오린피커 궁위안)와 '2 Hao Hangzhanlou'(2 하오 항잔러우)로 교체됐다.

이러한 변화들은 지난해 12월 처음 시작됐다. 이는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당시 도로 표지판을 영어로 번역해 표기하는 모습과 정 반대라고 CNN은 전했다.

베이징 지하철 측은 중국식 병음 표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 방문객들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반응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자 "베이징시 관련 규정에 따라 지하철 역명을 통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해명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되자 한 이용자는 "영어 번역은 외국인이 읽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아예 (중국식 병음 표기 없이) 중국어만 표기하지 그랬냐. 이런 번역은 불필요하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동계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베이징 지하철 안내 표지판 문구를 당초 영어에서 한자 병음으로 교체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 : CNN 갈무리) 2022.01.06.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 정부가 동계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베이징 지하철 안내 표지판 문구를 당초 영어에서 한자 병음으로 교체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 : CNN 갈무리) 2022.01.06.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 3대 당 기간지인 광명일보도 이번 조치가 실용적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광명일보는 논평을 통해 "중국인의 대다수는 중국어를 읽는데 병음 표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병음 표기보다 한자를 아는 사람이 더 많을 수 있다"며 "외국인의 경우 압도적 다수가 병음 표기를 번역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번역은 외국인을 난처한 상황에 빠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이 서구 영향력에 대항하는 이념 전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영어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타났다.

중국 최대 미디어 비평 사이트 도우반(Douban)의 한 이용자는 "그들은 영어를 없애기 시작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영어 학습 열풍은 사라졌다"고 했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당시 베이징은 도로 표지판과 공공장소 이름의 잘못된 영어 표기를 바로잡기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외국인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도록 장려하기도 했다.

다만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 문화적 자신감을 갖고 중국 전통문화를 장려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해 8월 중국 상하이 교육 당국은 지역 초등학교의 영어 기말고사를 금지했다. 중국 아이들에 대한 과중한 학업 부담을 완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이었지만, 중국 학부모에게 큰 충격을 줬다고 CNN은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해 3월에도 영어 과목의 중요성이 낮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중국 교육부는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외국 교과서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학생들의 이념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간주된다고 CNN은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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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앞두고 베이징 지하철 영어 표기 삭제…거꾸로 가는 손님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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