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결산②]신춘수 회장 "공연 위기 여전...뮤지컬 전용 펀드 조성할 것"

기사등록 2021/12/25 05:30:00

최종수정 2021/12/25 06:55:43

오디컴퍼니 대표…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초대 회장

창작 뮤지컬 제작 활성화, 안정적 재정 기반 관건

표준계약서 등 합리적 제작시스템 마련

"한국 뮤지컬 아시아 중심에 우뚝…경쟁력 갖출 것"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회장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이사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오디컴퍼니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회장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이사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오디컴퍼니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우선 한국 뮤지컬이 아시아 중심에 우뚝 서게 하고 싶어요. '아시아에서 뮤지컬은 한국'이라는 인식을 만들고 싶죠."

한국 뮤지컬 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 뮤지컬 제작사들이 머리를 맞댔다. 코로나19로 공연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뮤지컬 시장의 급격한 성장 이면의 불안정성을 돌아보게 됐고, 제작환경과 방식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제작자들은 스스로 정화작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고, 최종적으로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가 탄생했다.

지난 11월 공식 출범한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의 초대 회장은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맡았다. 임기는 4년이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오디컴퍼니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맨오브라만차' 등을 흥행시킨 제작사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오디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신 회장은 "한국 뮤지컬의 중요한 시기에 출범했다. 많은 무게와 책임을 느낀다"며 "뮤지컬의 발전을 위해 여러 정책적인 면을 고민하는 시기로, 콘텐츠 산업 측면에서 중요한 시작"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브로드웨이 진출 성공해 길 열어주고파…파트너십 체결 추진"

협회는 뮤지컬 시장의 합리적인 제작시스템 마련을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한국은 회사마다 계약서 형식도 다르고, 기본적인 가이드라인도 없다"고 했다. 미국 브로드웨이는 배우, 스태프 등 각 파트별 유니온(조합 또는 협회)이 있어 매년 정책적인 협의를 하는 데 반해, 한국은 아무런 기준도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코로나19로 공연이 멈췄을 때 어떠한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현실이 컸어요. 예를 들어 미국은 앙상블의 최소 출연료가 정해져 있다거나 연금, 보험 등으로 보조해줄 수 있죠. 하지만 한국은 감성에 호소해 공연을 완성했어요. 이제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모두가 인정하는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거죠."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회장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이사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오디컴퍼니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회장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이사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오디컴퍼니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email protected]
그 비슷한 사례로 영화 산업을 언급했다. "영화계도 처우가 열악했는데, 정부에서 영화 진흥을 위한 여러 제도를 마련했고 제작환경이 안정적으로 발전했죠. 뮤지컬도 더 이상 자신감만으로 제작할 순 없어요.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죠."

장기적으로 뮤지컬 산업 육성을 위해 창작 뮤지컬의 해외 진출도 주요한 과제다. 그룹 '방탄소년단',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등 K-팝, K-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상황에서 K-뮤지컬도 뮤지컬 본고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게 목표다.

"산업이 커지려면 큰 시장으로 가야 한다"는 신 회장은 브로드웨이 진출의 선봉에 있다. "새로운 뮤지컬로 꼭 성공해 한국 프로듀서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브로드웨이 제작자·공연장 협회인 '브로드웨이 리그'에 한국인 최초 정회원인 그는 2009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했고 '닥터지바고' 등 흥행 실패로 쓰라린 경험도 맛봤다. 하지만 이 경험은 값진 자산이 됐다.

"열린 시각으로 봐야해요. 제 경험상 도전 정신만으로 되는 건 아니죠. 경험도 쌓여야 하고 그 이면엔 작품의 완성도나 펀드레이징, 마케팅 능력 등 여러 자질을 갖춰야 해요. 특히 신용이 필요해요. 한국 정서와 차이가 있는데, 믿음은 단시간에 되는 게 아니라 잘 쌓아나가야 하죠."

추후 브로드웨이와의 파트너십 체결도 추진할 계획이다. "협회끼리 인정된 미국과 영국은 교류가 자연스러운데, 한국과 미국도 그렇게 된다면 좋겠죠. 파트너십을 맺고, 궁극적으로는 한국 창작진이 브로드웨이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싶어요."

"창작 뮤지컬 지원 위해 뮤지컬 전용 펀드 조성"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회장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이사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오디컴퍼니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회장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이사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오디컴퍼니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email protected]
창작 뮤지컬 제작 활성화를 위해선 안정적인 재정 기반이 관건이다.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는 투자가 100% 완성돼야 공연을 올릴 수 있지만, 한국은 제작비가 마련되지 않아도 공연을 강행하는 현실이다. "결국 책임을 질 수 있는 장치가 없다. 한국 뮤지컬의 불안정성"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뮤지컬 전용 펀드 조성 등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제작비가 100% 확보돼야 한다. 다만 우리 시장에 맞춰 최소한 70%는 펀드레이징 돼야 한다"며 "그러나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많은 공연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래서 제안한 게 한국형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지킬앤하이드', '레베카', '시카고' 등 흥행 작품들과 새로운 창작 뮤지컬을 묶어 투자할 수 있게 내놓는 거죠. 그럼 리스크 방어가 돼요. 투자자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있어도 안정된 수입이 예상되는 작품이 있으니까 그 펀드 자체는 안정적일 수 있죠. 운영 등 고민을 많이 해야겠지만, 유일한 길이라고 봐요. 투자 자본이 없으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없죠."

최근에는 뮤지컬을 독립 장르로 분리해 표기하는 '공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문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고 협회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장르적으로 구별된다는 건 뮤지컬에 맞는 정책과 예산이 입안된다는 의미"라며 "전체 공연의 70%를 차지하는 뮤지컬은 기존 그릇에 담기엔 너무 큰 그릇이었다. 본회의 통과를 위해 협회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현재 오디컴퍼니, 신시컴퍼니, EMK뮤지컬컴퍼니, CJ ENM 등 25개 주요 뮤지컬 제작사로 구성됐다. 앞으로도 신뢰 있는 제작사들과 단계적으로 뜻을 모아갈 계획이다. "대형 뮤지컬과 조금 다르지만, 가이드를 만들면 대학로 소극장까지 확대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공감대를 이룬다면, 제작방식이나 제작비를 현실화할 방법도 고민해야겠죠."

코로나19가 지배한 2년간 공연계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지난해엔 공연 취소·중단이 반복됐지만, 올해는 대형 뮤지컬들이 중심이 돼 공연시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불안정성은 여전하다. "공연은 위기 속에 여전히 있다"며 "긴장 상태에서 공연은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회장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이사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오디컴퍼니 사무실에서 뉴시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 하고 있다. 2021.12.2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회장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이사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오디컴퍼니 사무실에서 뉴시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 하고 있다. 2021.12.25. [email protected]
"불확실한 시대죠. 코로나19로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위기감은 공연계가 늘 갖고 있어요. 감사한 건 관객들의 지지로 지금까지 버티는 거죠. 또 공연장에서 문제가 생긴 것도 드물죠. '위드 코로나'로 완전히 얼어붙진 않았지만, 내년 초엔 더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바라건대 내년 6월 이후엔 모든 공연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를 염원하고 있어요."

이제 막 발걸음을 뗀 협회는 내년에 기틀을 마련하고 이후 사업들을 공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뮤지컬 전용 펀드, 표준계약서, 브로드웨이 파트너십 등 차근히 이뤄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프로듀서들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신 회장은 "누구의 문제는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한 번에 모든 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권리를 양보해야 할 수도 있고, 프로듀서들이 같은 방향으로 목표를 보고 가야한다. 종사자들이 뮤지컬의 발전을 위해 한 울타리에 있다는 책임과 의무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시장의 파이가 커져야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죠. 공동체잖아요. 협회가 '브로드웨이 리그'처럼 뮤지컬 산업의 중심에서 모두가 안전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단체가 되고 싶어요. 제가 이 자리에 있을 때 한국 뮤지컬이 아시아 중심에 우뚝 서게 하고 싶고, 그건 멀지 않았다고 자신해요. 단기간에 이룰 순 없지만, 그 너머까지도 잡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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