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통화유통속도 1.703배…사상최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인한 자산가격 상승 기대"
유동성갭률 0.060%p…12년 6개월來 최대
한국은행은 9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1년 12월)'에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대된 가운데 경제주체들의 높아진 수익추구 성향이 자산가격 상승 기대와 맞물리면서 자산가격 요인에 의한 통화 수요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낮춘데 이어 5월에도 0.5%로 사상 최저로 낮춘 바 있다. 한은은 이 같은 완화적 금융여건으로 인해 자금조달 비용이 하락하고 통화 보유의 기회비용이 낮아져 통화 공급 및 수요를 동시에 확대시켜 통화 증가를 가속화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책대응 과정에서 빠르게 상승했던 통화증가율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다소 주춤했으나 올 들어 다시 빠르게 상승했다.
대표적인 통화지표인 광의통화(M2) 증가율(평잔, 전년동기대비)은 지난해 하반기 9%대로 다소 둔화됐으나 올 들어 10%대를 넘어선 이후 하반기에는 11~12%대로 오름세가 확대됐다. 지난 9월 M2 증가율은 12.8%로 2008년 12월(13.1%) 이후 1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통화 증가세는 실물경제의 활동 정도를 나타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올 3분기 명목GDP 대비 M2 비율인 통화 유통속도는 1.703배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명목GDP 대비 M2 비율의 장기추세와의 차이인 유동성갭률도 올 3분기 0.060%포인트로 금융위기인 2009년 1분기(0.074%) 이후 12년 6개월 만에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한은이 부문별 통화증가율 상승 요인을 분석한 결과 민간신용의 높은 증가세가 통화공급을 주도하는 가운데 여타 부문의 총신용 증가에 대한 기여도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기관 측면에서는 올들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을 통한 신용공급 기여도가 크게 확대됐다. 은행권과의 규제차이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했다.
통화상품 측면에서는 협의통화(M1)의 기여도가 점차 축소되고 있는 반면 M2의 보유·운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상품별로 보면 대체로 모든 상품의 기여도가 상승한 가운데 경제주체들의 수익추구 성향 강화 등으로 실적배당형 상품의 보유가 빠르게 확대됐다.
한은이 통화수요함수를 통해 실증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위기 이후 M2 증가율이 장기균형 수준을 이탈하는 상태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균형과의 괴리 폭은 지난해 이후 점차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최근 국내경제 성장세가 강화되면서 그 폭이 다소 축소되고 있다. 올 1분기 전년동기대비 M2 증가율은 10.6%, 장기균형은 7.9%로 격차가 2.7%포인트로 사상 최대치로 벌어진 반면, 2분기 들어 M2 증가율이 11.1%, 장기균형이 10%로 1.1%포인트로 격차 축소됐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의 통화증가율 상승에 있어 성장·물가 등 실물요인보다는 주택가격 등 자산가격 요인의 영향력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인 지난해 자산가격에 대한 M2 증가율 기여도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4~6배 가량 늘어난 반면 실물경제는 오히려 M2 증가율을 낮추는 효과로 작용했다"며 "올 들어서는 경제가 회복되고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자산가격 기여도가 지난해보다 낮아진 반면 실물경제도 M2 증가율을 높이는 효과로 작용해 비슷한 기여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올 들어 양호한 경제 성장세를 바탕으로 실물 요인의 기여도도 상당폭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이러한 통화증가율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민간의 신용증가세가 보다 강화되면서 자산시장으로의 과도한 자금 유입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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