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환경영향평가는 있는데 법안영향평가는 없을까

기사등록 2021/11/25 13:22:07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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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건물을 짓거나 도로를 놓을 때도 규모가 일정 이상이면 해당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따져보는 환경영향평가를 사전에 한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은 사전 영향평가를 하지 않을까?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말의 향연에 정치인의 입에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살아가는 여의도 4개월차 초보 기자의 머릿속을 메우고 있는 의문입니다.

정치인이 내뱉는 말은 하루 가십거리로 생을 마감할 때도 있지만 특정 집단과 구성원의 삶을 뒤흔들어 놓을 때도 많습니다. 특히 국회의원 발언이 구르고 헤쳐 모여 태어나는 법안은 규율 대상 집단과 개인, 때로는 국가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소시민에게는 많은 법안이 공기처럼 주변에 있으나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존재에 그칩니다. 하지만 어떤 법안은 삶의 궤도와 틀, 방식 등을 뒤흔들고 바꾸도록 강요할 때도 있습니다. 21대 국회 출범 이후 대표 사례로 부동산 3법을 꼽고 싶습니다.

정치부 발령을 받았다는 소식에 지인들은 이 법안이 삶에 미친 영향을 제각각 방식으로 전해왔습니다. 다주택자는 재산권 행사의 자유를 뺏겼다는 격한 분노를, 무주택자는 갱신권 행사 이후 얼마나 더 올려줘야 할지 가늠이 안 간다는 막막한 공포를 말이죠.

지목한 법안에 평가의 잣대를 들이 밀겠다거나 이 법안을 만든 정당과 의원을 탓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입법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전속적 재량권에 속하고, 해당 정당과 의원은 본인들이 옳다고 또는 그래야 한다고 믿는 바를 담아 법안을 제정했다고 생각합니다. 판단은 유권자인 국민이 각자의 상황과 판단에 따라 투표장에서 내려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다만 입법이 국회의원의 침해 받을 수 없는 고유 권한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끼치는 막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환경영향평가처럼 법률에 대한 사전 영향평가 제도가 있었으면 국가 전체에 이익이 되지 않을까 아쉬움이 듭니다.

추계가 어렵다는 이유로 잘 지켜지지 않지만 국회법에 재정을 수반하는 법안에 국회 예산정책처의 비용추계서를 첨부하도록 하는 것처럼 말이죠. 비용추계서 첨부는 입법권 제한이지만 무분별한 의원 입법을 막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짜'의 치기로 일부 여의도 사람들에게 법안 사전 영향평가제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얘기를 들은 이들은 법안이 전체 공동체의 이익이 아닌 특정 개인과 집단, 정파의 이익을 반영하거나 설익은 법안이 충분한 검토 없이 국회 문턱을 넘어 개인과 공동체, 국가에 해를 입히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는 문제의식에는 모두 공감을 표했습니다.

그러나 '누가 본인 발목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겠느냐',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며 실현 가능성에는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하지만 과거 독재정권 시절 꿈으로만 그리던 민주주의가 이제는 공기처럼 정착한 것처럼 제가 법안 사전 영향평가제라는 형태로 그려본 여의도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이 언젠가는 당연한 것처럼 확산돼 이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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