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신군부 핵심 세력
6·29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 도입
5공 청문회 개최
퇴임 후 비자금 수수·뇌물조성 혐의로 구속돼… 김영삼 정부 특별사면으로 석방
아들 노재헌 씨, 2019년부터 광주 찾아 5·18민주묘지 참배·유가족에 사죄의 뜻 전해
[서울=뉴시스] 류현주 기자 = 13대 대한민국 대통령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서거했다. 향년 89세.
노 전 대통령은 1979년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쿠데타로 신군부 핵심 세력으로 한국 정치사에 등장했다. 이후 전두환 정권의 2인자 반열에 오르면서 여당인 민정당 대표에 이어 13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노 전 대통령은 민정당 대표 시절 거센 민주화운동으로 정권이 위기에 처하자 6·29선언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했고, 5공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정치 민주화 실현에 일정 정도 역할을 했다.
하지만 퇴임 후 비자금, 군사쿠데타,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 등으로 옥살이를 하는 등 시련을 겪은 비운의 정치 지도자로 평가된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1995년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박계동 민주당 의원이 폭로한 '비자금 400억원설'로 인해 비자금 수수와 뇌물조성 혐의 등으로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수감됐다. 또 12·12 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비자금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공판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1997년 김영삼정부의 특별사면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석방됐다.
그는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악화돼 사실상 칩거 생활을 해왔다. 2008년에는 소뇌가 점점 줄어드는 희귀병 소뇌위축증 진단을 받아 투병했고, 수차례 폐렴 증세로 입원과 퇴원을 거듭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증세가 악화돼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끝내 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김옥숙 여사와 아들 재헌, 딸 소영씨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씨는 광주를 찾아 아버지를 대신해 5·18민주묘지 참배와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에게 사죄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8월 첫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그해 12월 5일 광주를 찾아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에게 사죄의 뜻을 전하며 신군부의 책임을 부정한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서는 "개정판 논의를 해야할 것 같다"며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재헌 씨는 2020년 5월 29일과 2021년 4월 22일에도 5·18 국립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에 참배했다. 또, 올해 5월에는 광주아트홀에서 5·18연극 '애꾸눈 광대-어느 봄날의 약속'을 관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