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주미대사관 국감서 '종전 선언' 기 싸움…"정치적 도박 안 돼"(종합2보)

기사등록 2021/10/14 09: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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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외통위원들, 질의 형식 빌려 종전 선언 설전
야당 의원들 "한미 시각차" "핵 개발 면죄부"
주미대사 "인도적 지원 촉매제로 쓸 수도"
핵무장·전술핵 질의에 "美, 안 된다는 생각 확실"

associate_pic4[워싱턴=뉴시스]김난영 기자 = 이수혁 주미대사가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임하고 있다. 2021.10.13.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워싱턴DC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종전 선언 제안을 둘러싸고 기 싸움을 펼쳤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소재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소속 의원들은 종전 선언에 관한 미국의 입장 및 진행 상황을 이수혁 주미대사에게 소상히 캐물었다.

먼저 말문을 연 건 무소속 김홍걸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종전 선언과 관련, "북측에서는 조건부라지만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원론적 반응만 나온다"라며 대사관이 파악한 현지 분위기를 물었다.

이 대사는 이에 "어떻게 종전 선언 문제에 접근하느냐에 대해 (미국 측과) 매우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목적과 의도, 영향력에 대해 심도 있게 한미 양국 간 고위층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측이 종전 선언 문제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게 이 대사의 설명이다. 이 대사는 "(종전 선언의) 여러 합목적성을 미국 정부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본다"라며 "채택 과정, 또는 채택 후 문제점 등 실효적 측면에 대해 미국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태영호 의원이 즉각 종전 선언에 관한 한미 간 시각차를 지적했다. 태 의원은 특히 전날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 간 안보실장 협의를 거론, "백악관 국가안보실(NSC) 보도자료에는 종전 선언이라는 단어 자체가 안 나온다"라고 했다.

서 실장은 설리번 보좌관과의 이번 안보실장 협의에서 문 대통령의 종전 선언 제안과 관련해 미국 측에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태 의원은 "(종전 선언에 대한) 미국 측 이해가 깊어졌다고 하는데, NSC 보도자료에는 없다"라고 거듭 지적했다.

태 의원은 이어 "서 실장은 대화에서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언급처럼 종전 선언을 평화와 비핵화의 입구, 출발점으로 하자는 의견을 얘기한 것 같고, 자료만 보자면 미국 측은 아직 기존 입장"이라고 했다. 사실상 미국 측이 선 비핵화 입장을 고수했다는 게 태 의원의 분석이다.

태 의원은 또 연이어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과 외교장관 회담, 안보실장 협의를 거론, "우리는 미국 정부를 향해 연속으로 종전 선언을 어필하는데 아직도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문 대통령의 종전 선언을 지지한다는 입장 발표가 없다"라며 "분명한 시각차를 증명하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이 대사는 이에 "미국 정부는 진지하게 검토를 하고 있다"라며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아 미국 정부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있다"라고 답했다. 또 서 실장의 이번 방미를 "일방적으로 우리가 오겠다고 한 게 아니라 한미 간 종전 선언을 더 협의할 필요성이 있어서"라고 강조했다.

태 의원은 그럼에도 "미국 측에 계속 종전 선언 취지를 설명하는 이 시점에서, 이쯤 되면 조 바이든 정부에서 적어도 종전 선언이라는 단어 자체는 입에 올려야 하는데 올리지 않는다"라며 "대단히 예외적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후 같은 당 박진 의원이 비판에 가세했다. 박 의원은 질의에서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간 이견이 많이 노출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종전 선언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입구라는 취지의 잘못된 신호를 미국에 주다 보니 이런 상황이 생긴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했다.

한국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종전 선언을 비핵화 과정과 함께 논의하고, 비핵화의 입구이자 출발 차원에서 다룬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그러나 "미국 정부는 회의적이고 신중한 입장"이라며 "종전 선언이 (미국 측) 대외 정책에서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본다"라고 했다.

박 의원은 아울러 "남북 간 합의가 그간 얼마나 많았나"라며 "기존의 합의와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종전 선언을 하면 북한의 비핵화가 자동적으로 보장이 되나"라고 물었다. 이어 "이는 오히려 북한 핵 개발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했다.

같은 취지로 박 의원은 "종전 선언은 북한 비핵화의 입구가 아니라 출구가 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종전 선언을 통해 정부가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려 할 가능성을 거론, "국가 안보를 담보로 해서 이런 외교적 도박을 또 해야 하겠나"라고 따졌다.

이 대사는 이에 "종전 선언을 채택해도 외교적 도박이 되지 않도록 검토하고 있다"라며 "그런 협의를 지금 (미국 측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질의 형식을 빌린 기 싸움은 이후로도 이어졌다. 김홍걸 의원은 추가 질의에서 "(한반도 상황이) 더 나쁜 방향으로 가면 안 되기 때문에 이를 멈추게 하고 북미 양측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해 긍정적 방향으로 가게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종전 선언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사는 이런 주장에 "맞다"라고 동의하며 "그래서 입구론을 주장하고 있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대답이 끝나자 다시 "종전 선언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고 수단이나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맞나"라고 물었다.

이 대사는 여기에도 긍정 답변했다. 아울러 북한 상대 인도적 지원 명분 차원에서 종전 선언 활용을 거론, "종전 선언의 숭고한 의미는 별도로 두더라도 이걸 촉매제로도 쓸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종전 선언이 평화 협정으로 가는 입구 차원이라며 "평화 협정이 출구인 것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가 평화 협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차기 정부를 위해 지금 정부가 남은 6개월 동안 (대화의) 기반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에서도 이걸 추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오후 질의에서 종전 선언과 문 대통령 임기 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아울러 "5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커질 줄 알았는데 관심이 빠른 속도로 저하되고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이 외에도 야당 대선 주자 사이에서 거론되는 핵무장론, 전술핵 재배치 등에 관한 질의가 나왔다. 이 대사는 이 문제에 관해서는 "미국은 전술핵 배치를 고려한 적도 없고, 고려할 의향도 없고,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확실하다"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미국 주도 중국 견제 안보 협의체 쿼드(Quad) 관련 질의도 나왔다.

이 대사는 미국에서 쿼드 참여 제안을 받은 적 있느냐는 질의에 "회원국을 당분간 확대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확인했다"라며 "4개국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쿼드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미국 정부가 쿼드 플러스 얘기를 한 적이 없다"라고도 했다.

한편 국감에서는 한국과 일본 간 관계 개선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도 엿볼 수 있었다. 이 대사는 "한국과 일본이 동맹 관계는 아니지만, 미국 중심의 (삼각) 동맹 관계의 중요성을 미국이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와 관련해 백악관 고위 인사가 대사관저를 자주 방문해 의견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대사는 "방문의 반절은 (목적이) 한·미·일 관계"라고 설명했다. 대사관에 따르면 이 대사는 미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고위 인사와 면담·통화 등을 통해 수시로 접촉해 왔다.

이 대사는 "(수시 접촉의 결과) 미국 정부는 한국의 입장을 정말 잘 이해하게 됐다"라고 했다. 또 "한·미·일, 한·일 관계 어려움의 원인이 한국에 있다고 보는 인식은 지금은 없는 것 같다"라며 "일본이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 입장이 너무 강경하다는 인식을 (미 측이) 확실히 갖고 있다"라고 했다.

미 고위 인사가 한국과 일본 간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을 방문하고, 국무부 고위 인사들도 양국 고위층과 논의를 진행한다는 게 이 대사가 전한 현재 상황이다. 이 대사는 다만 "일본은 미국이 너무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오히려 조금 불편해하는 경향도 있다"라고 했다.

이 대사는 "지금 미국의 입장은 우리가 볼 때는 분명하다"라며 다만 일본 측 입장이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문제를 돌파하려 설득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imz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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