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th BIFF]"서로의 팬"…한일 거장 봉준호-하마구치 류스케 특급 만남(종합)

기사등록 2021/10/07 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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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_pic4[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봉준호 감독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스페셜 대담을 하고 있다. 2021.10.07.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 봉준호 감독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부산에서 만났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는 봉준호 감독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스페셜 대담이 진행됐다.
 
하마구치 감독은 올해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드라이브 마이 카',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우연과 상상' 2편을 들고 부산을 방문했다.거장의 신작이나 세계적인 화제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두 편의 작품이 초청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평소 하마구치 감독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한 봉 감독이 이번 대담에 선뜻 응하며 특별한 만남이 성사됐다.

두 감독은 서로의 작품과 작업에 대한 궁금증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봉 감독은 "감독의 오랜 팬으로서 저 자신이 궁금한 게 많다. 또 같은 동료로서 직업적 비밀을 캐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많은 질문을 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관객들이 질문하실 시간이 있을지 보장을 못 하겠다. 더 폭넓게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창작자의 깊은 밑바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associate_pic4[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봉준호 감독이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스페셜 대담을 하고 있다. 2021.10.07. pak7130@newsis.com


봉 감독은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주를 이루는 자동차 안 대화 장면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감독들 입장에선 자동차 신을 찍게 되면 부담이 있다. 엄청나게 중요한 대사와 침묵이 오랜 시간 펼쳐지는데 도대체 어떻게 찍은 건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그러면서 "'기생충'의 자동차 신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멈춰 있는 차에서 찍었다. 송강호가 운전하고 이선균이 대화하는 장면은 그랬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자동차 안에서의 대화는 마주 보지 않는 대화다. 우리 아버지의 경우 평소 말을 잘 안 하셨는데 운전석에서는 말을 잘하셨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에 하마구치 감독은 "나는 실제 차를 주행하는 상태에서 찍었다. 주행하는 상태가 아니면 원하는 장면을 찍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자동차 트렁크 공간에 있었다"고 답변했다.

이어 "대본을 쓸 때 대사를 쓰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는 타입이다. 나의 특징이자 약점"이라며 "대사를 쓸 때 움직임이 없으면 영화에서 재미가 없다고 학생 때부터 생각했다. 대화할 때 찻집에 앉아서 하는 것보다는 움직이는 차에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봉 감독은 하마구치 감독의 스승이기도 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을 두고 "아시아에서 구로사와 감독의 팬클럽을 만든다면 우리 둘이 회장직을 두고 사투를 벌여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큐어'라는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지금은 '살인의 추억' 속 그 살인범이 교도소에 계시지만, 영화를 만들 때만 해도 몰랐다"며 "시나리오를 쓸 때 관련된 형사분들 기자분들을 많이 만났었다. 근데 가장 만나고 싶었던 범인은 못 만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로자와 기요시 감독님 '큐어'에 나오는 살인마 캐릭터가 있다. 실제 세계에서 만날 수 없었던 연쇄 살인범 캐릭터를 기요시 감독님의 살인마 캐릭터 마미야를 보며 해소한 것 같다. 저런 인물일 수 있겠다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화에서 마미야가 하는 기막힌 대사들이 있다.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들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associate_pic4[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봉준호 감독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스페셜 대담을 하고 있다. 2021.10.07. pak7130@newsis.com


그러자 하마구치 감독은 "'살인의 추억'은 대 걸작이고 '큐어'는 20세기 최고의 작품"이라며 "두 영화의 접점을 말씀해주셔서 흥분된다"고 받아쳤다.

대화의 주제가 옴니버스 영화 '우연과 상상'으로 옮겨가면서는 홍상수 감독과 에릭 로메르 감독이 소환됐다.

하마구치 감독은 "홍상수 감독을 정말 좋아한다. 로카르노 영화제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다'를 보고 현대의 거장이라고 느꼈다"고 애정을 표현했다.

이에 봉 감독은 "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팬이다. 홍상수 감독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에릭 로메르 감독 이야기를 했을 거다. 본인도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라"며 "'우연과 상상'은 특히 에릭 로메르 느낌이 있는 것 같다"고 반응했다.

하마구치 감독은 "구로사와 감독이 흉내 낼 수 없는 실제 스승이라면 로메르 감독은 흉내 내고 싶은 가공의 스승 같은 느낌이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kje13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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