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대전' 여진]②'탑승자' 넘어 '운전대' 쥐려는 윤석열

기사등록 2021/08/15 20:00:00

토론회 갈등, 진짜 문제는 당 대표 '이준석' 향한 불신

이준석이 尹치고 유승민·오세훈 내세울 것이란 의구심

李 새 바람에 숨 죽이던 중진들, 尹 앞세워 갈등 부추겨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버스에 탑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운전대'까지 손을 뻗고 있다. 야권 1강인 자신에 맞춰 버스 행선지와 주행 속도를 조절해 달라는 것이다.

운전석에 앉은 이준석 대표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윤 전 총장의 손이 운전대에 가까워질 때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강한 질타의 메시지를 내놓는다. 윤 전 총장에 맞춰 버스를 운행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다. 버스에 탑승한 다른 대선 주자들도 감안해야 하는 만큼 정해진 계획에 따라 버스를 공정하게 운행하겠다는 것이다.

'토론회' 갈등, 진짜 문제는 이준석 향한 윤석열의 불신

윤 전 총장이 자꾸만 운전대에 손을 대려는 이유가 있다. 이 대표가 운전하는 경선 버스의 공정성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 토론회'를 둘러싼 갈등은 이들의 운전대 싸움이 폭발한 지점이다. 윤 전 총장 측은 '경준위는 당헌·당규상 토론회 개최의 권한이 없다' '예비후보 13명이 어떻게 토론을 하는가' 등등의 이유로 13일까지 토론회 참석에 확답을 하지 않았다.

경준위가 같은날 개최한 '토론회 관련 실무자 대상 설명회'에도 윤 전 총장 측은 불참했다. 윤 전 총장 측은 "경준위 토론회 개최 여부를 두고 지도부간, 지도부와 경준위간에 이견이 있다"며 사유를 밝혔지만 속내는 따로 있는 듯 하다.

바로 이 대표가 정치 신인인 윤 전 총장이 채 무르익기도 전에 토론회를 진행하는 건 그를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구심, 나아가 이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이나 오세훈 서울시장을 대선 후보로 올리기 위해 판을 짜고 있다는 불신이다.

이같은 윤 전 총장의 속을 시원하게 대변해주는 건 김재원 최고위원과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다. 김 최고위원은 경준위의 토론회를 "윤석열 후보를 던져놓고 구경하려는 것(11일, TBS라디오)" "일부 후보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13일, 페이스북)"라고 해석했다.

원 전 지사는 유 전 의원을 향해 칼을 겨눴다. 그는 "토론회를 놓고 윤석열 전 총장을 공격하는 선배가 비겁하다"며 "토론은 자신 있으니 정치 초년생 짓밟을 기회를 잡으셨다는 건가"라고 따졌다. 유 전 의원이 윤 전 총장의 토론회 참석을 종용하자 자신이 앞서 나선 것이다.

원 전 지사는 "이 대표가 강행하려는 토론회를 놓고, 두 분 선배(유승민·홍준표)가 이 대표를 옹호하면서 윤 전 총장을 공격하고 조롱하는 건 참으로 봐주기가 어렵다"고 했다. 해석하자면 이 대표와 유 전 의원이 한 편이 돼 윤 전 총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尹에 "운전대 잡으라" 부추기는 '안티 이준석들'

국민의힘 내부에서 숨 죽이고 있던 '안티 이준석' 세력들이 윤 전 총장이라는 강력한 인물 뒤에서 갈등을 부추기는 것도 사실이다.

이 대표 돌풍은 보수당 구세대들에겐 탐탁치 않은 흐름이다. 이 대표가 전직 의원들과 중진들이 쌓아놓은 질서를 적폐로 치부하며, 변화와 개혁을 외칠 때마다 불만을 표하는 이들도 다수였다. 그러나 이 대표를 공격할 경우 자칫 적폐 옹호자로 몰리기 십상, 중진들은 입을 다무는 편을 택했다.

그러나 강력한 윤 전 총장이 입당하자 이들은 그를 앞세워 당내 역학구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정권교체를 이뤄낼 후보를 공격하는 '철 모르는 대표'로 프레임을 변형하려는 것이다. 윤 전 총장 캠프의 신지호 정무실장의 '이준석 탄핵' 발언은 중진들의 이같은 심리를 보다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중진들, 정진석·장제원·권성동 의원 등이 이 대표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분위기도 있고, 윤 전 총장이 최종 대선 후보가 되면 당무 우선권도 우리에게 있으니 대표를 무시하고 가자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선 공정 관리에서 물러설 수 없는 이 대표와 경선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윤 전 총장의 충돌은 경선 버스가 운행되는 오는 11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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