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추미애, 17년전 노무현 탄핵 추억에 '움찔'

기사등록 2021/07/23 09:00:00

이재명, 이낙연 캠프 적통 공세에 盧 탄핵 카드로 반격

이낙연, 반대표 던졌다지만 무기명 비밀투표로 입증 불가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1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결과 발표에서 본경선에 진출한 김두관(왼쪽부터),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이재명, 추미애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7.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1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결과 발표에서 본경선에 진출한 김두관(왼쪽부터),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이재명, 추미애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7.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이재명 경지기사와 지지율 격차를 좁혀가던 이낙연 전 대표가 돌출 악재를 만났다. 적통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소환된 17년전 2004년 3월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 탄핵 사태가 이 전 대표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도 탄핵 찬성이란 원죄론에 다시 휘말리고 있다.

이 전 대표 캠프의 '적통 공세'에 이 지사 측이 친문(親문재인)의 뿌리인 노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이 전 대표의 찬반 여부를 밝히라고 역공을 가하면서다.

민주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당시 후보를 당선시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으나, 동교동계와 비주류간 쇄신 논란 끝에 친노, 386 중심 열린우리당과 동교동계 새천년민주당으로 분당됐다. 이 전 대표는 대선 당시 후보 대변인을 맡았지만 새천년민주당에 잔류했다.

이 전 대표가 소속된 새천년민주당은 '정치적 중립성 의무 위반'을 이유로 노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고 2004년 3월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과 자민련과 함께 열린우리당의 격렬한 저항을 뚫고 찬성 193표, 반대 2표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표결이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져 누가 반대했는지 공식적인 확인은 불가능하지만 한국경제와 중앙일보 등 당시 언론은 이 전 대표와  김종호 당시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새천년민주당과 자민련은 탄핵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당시 언론에 '탄핵 명분이 없다'며 반대 투표 사실을 인정했지만 이 전 대표는 함구했다. 다만 한 측근이 '노 전 대통령과 관계를 고려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안다'고 언론에 밝히면서 반대 표의 주인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재명 캠프 측은 이 전 대표의 반대표를 확인할 수 없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캠프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탄핵에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분명한 입장이 없다.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이 전 대표의 모호한 태도를 문제 삼아 노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수면 위로 재부상시켰다.

이 지사도 22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가 노 전 대표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반대표를 던졌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과거 자료를 보면 이 후보가 스크럼까지 짜가면서 탄핵 표결을 강행하려고 물리적 행동까지 나서서 한 것 같은 게 사진에도 나오더라.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캠프 수행실장인 김남국 의원은 같은날 페이스북에 "당시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항의하는 모습을 이 의원이 무심히 바라보는 사진도 그럼 거짓인가"라며 "탄핵 반대 표결에 참여했다고는 하더라도 탄핵에 무한 책임이 있기에 사과할 의무도 여전히 있다 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 측의 공세에 그간 모호한 태도를 버리고 21일 KBS 뉴스9에 출연해 "(탄핵에) 반대했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자칫 모호한 태도가 탄핵 찬성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낙연 캠프 수석대변인인 오영훈 의원도 22일 "이재명 캠프는 하루 종일 전방위적으로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본질을 외면한 채 꼬투리를 잡아 이낙연 후보를 비난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적통인 이 후보를 흔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딱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캠프는 이 후보의 탄핵 표결을 놓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글과 사진 등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 대통령이 초대 총리로 이낙연을 선택했다. 이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가"라고 물었다.

이낙연 캠프 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페이스북에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사실을 왜곡하며 이 전 대표를 공격하는 것은 치졸하다 못해 비열한 행동"이라며 "제가 분명히 안다. 이 전 대표는 당시 노 전 탄핵에 반대했다"고 강조했다. 설 의원은 당시 탄핵에 반발해 삭발까지 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도 탄핵의 추억에 소환됐다.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추 전 장관은 2004년 4월 총선 당시 돌아선 민심을 잡기 위해 광주에서 2박3일간 15㎞를 삼보일배를 하며 사죄 행진을 했지만 다시금 탄핵의 늪에 빠지는 형국이다.

추 전 장관은 대표 시절인 2018년 1월 경찰에 포털 댓글 매크로 조작 의혹을 수사 의뢰하고, 야권의 '드루킹 댓글 조작' 특검 도입 요구를 수용해 결과적으로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지사의 정치인생에 치명타를 가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반면 '민주당 정통'을 자처하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2일 이 전 대표와 추 전 장관이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아닌 새천년민주당 소속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어부지리를 노리고 있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저는 탄핵을 막기 위해 의장석을 지켰다"며 "당시 이낙연 후보는 다른 정당에 있었지 않았느냐. 그 정당 내부 사정을 저희는 자세히 모른다. 그때 내부 사정을 아는 분이 아마 추미애 후보일 것이다. 같이 그쪽에 계셨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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