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감원 잇단 공모가 개입...시장 기능 훼손될라

기사등록 2021/07/21 10: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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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공모주 시장에서 기대를 모은 카카오페이의 기업공개(IPO) 일정이 결국 당초 계획인 8월 첫째 주에서 한참 늦춰진 10월 이후로 연기됐다. 금융감독원이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이유로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을 요구한 탓이다.

앞서 금감원은 IPO 대어인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크래프톤에도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청해 희망 공모가 범위를 잇달아 내린 바 있다. 최근 공모주 시장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면서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도 빈번해지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근거로 투자자 보호라는 원칙을 강조한다.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공모가에 거품이 끼면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는 부풀린 밸류에이션에 제동을 걸면서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두 차례에 걸친 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에 희망 공모가 범위를 기존보다 30% 내리면서 지난 16일 코스피에 입성했다. 내달 상장을 앞둔 크래프톤 역시 금감원의 압박에 공모가를 10% 낮춰 잡았다. 카카오페이는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 미국 페이팔, 브라질 팍세구로 등 해외 핀테크·금융 플랫폼 기업들을 비교군으로 선정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IPO 일정이 지연되면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한다. 우선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에 계획한 자금 조달과 사업 일정에 막대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금감원이 촉박하게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3일밖에 없어 결국 청약 일정을 10월 이후로 넘기게 됐다.

카카오페이는 구주 매출 없이 100% 신주 모집으로 공모자금 전액이 회사로 유입될 예정이었다. 공모자금으로 오프라인 가맹점 확충과 타법인 지분 확보 등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수개월 뒤로 밀리면서 이후의 변동 상황을 알 수 없게 됐다. 대대적인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모호한 기준도 문제다. 비슷한 시기 IPO에 나선 카카오뱅크 역시 국내 은행이 아닌 해외 핀테크 기업을 가치 산정의 비교군으로 삼으면서 고평가 논란이 일었지만 희망 공모가 밴드를 내리지 않았다. 계열사의 순항을 지켜보며 카카오페이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커질 수 있다.

공모가 할인이 외국인들의 수익률만 높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해외 기관들이 기존 예상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쓸어 담은 후 큰 차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개입이 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인 투자자의 잇속만 챙기게 해주는 구조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투자가 사이에서는 공모가가 상단을 초과해도 청약에 참여하는 방향이 모아졌는데, 금융당국이 해외에서도 수용한 가치 평가를 다시 하라고 해 결과적으로 기업에 손실을 주는 것은 과도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모가가 내려갈수록 이득이라며 반기는 개인투자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  금융당국이 공모가와 같은 가격에 직접 개입하면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돼 시장 기능이 훼손되고 결국 그 피해는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공감언론 뉴시스 rom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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