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 검사다"…기자도 당할뻔한 '피싱 소환장'

기사등록 2021/07/02 05:00:00

갑자기 날아든 사진 파일에 서울중앙지검

피의자 적시…기재된 번호로 즉시 연락 요구

처음엔 명확한 판단 어려워…뜯어보니 이상

검찰 콜센터 등에 확인 요청이 판단 지름길

[서울=뉴시스]이윤희 기자 = 1일 낮 기자의 휴대전화로 전송된 사진 파일.
[서울=뉴시스]이윤희 기자 = 1일 낮 기자의 휴대전화로 전송된 사진 파일.
[서울=뉴시스] 이윤희 기자 = "상기 기재 된 연락처로 연락요망. 3차고지 후 불응 시 법령에 의거 긴급체포 수사대상으로 전환됨을 고지함."

지난 1일 낮 기자의 휴대전화로 사진파일 한 장이 전송됐다. 언뜻 본 사진파일에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란 글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발신처는 모르는 번호였고, 010으로 시작했다.

제보일까, 생각하며 사진파일을 열었다. 기자는 올해 초까지 서울중앙지검을 출입하다 몇달 전 사회부 내에서 '출입처'를 옮긴 상태였다.

사진파일은 일종의 소환장이었다. 그런데 소환 대상인 피의자란에 적힌 이름이 너무 익숙했다. 기자의 이름이었다.

내용도 놀라웠다. 기자가 김모씨와 박모씨 등 총 13명에게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는 것이다.

과거 '삼성 합병 의혹' 등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가 사건을 담당하고 있으며, 세 번째 통보도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긴급체포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번이 3차 통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재된 연락처로 즉시 연락하라고 했다.

'피싱'일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한편으로는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취재 현장에서 여러 보이스피싱 등 사례를 접했어도 순간적으로는 명확한 판단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파일을 다시 뜯어보니 이상한 점이 여럿 발견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발신번호와 연락을 달라는 번호였다. 두 번호 모두 010으로 시작했다. 경험상 국가기관은 통상 공식 문서에 휴대전화가 아닌 공식 유선번호를 남긴다.

죄명 중 하나로 명시된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라는 표현도 이상했다. 해당 법률의 정식 명칭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로, 약칭 '금융실명법'이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금융실명법 위반'이라고 표현하지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라고하지 않는다.
피싱이라고 어느정도 판단을 내린 뒤 주변에 해당 사진파일을 공유했다. 기자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이 처음에는 "무슨일이냐"고 우려했다. 심지어 함께 일하는 팀장 기자까지도 처음에는 "고소당했느냐"고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사진에는 정식 수사임을 의미하는 사건번호와 기자의 주민등록번호 일부까지 적혀있다. 확인 결과 사건 담당이라는 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소속 A검사도 실제 해당 부서에 근무하고 있다. 주의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언제든지 있는 셈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기자의 경우 중앙지검이 운영 중인 관련 콜센터를 통해 해당 메시지가 피싱이란 점을 확인받았다.

피싱 의심 문자를 '캡처'해 콜센터 직통번호 '010-3570-8242'에 보냈더니 1분도 채 되지 않아 "이 서류는 위조된 서류로 확인된다. 지금 즉시 112에 신고하시고 계좌지급 정지 절차를 밟기 바란다. 검찰은 어떤 경우에도 민원인에게 영장, 재직증명서, 공무원증 등을 촬영해 보내거나 전화 상대방에 금융거래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답장이 왔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경찰 신고도 했다. 기자는 경찰청 기자실에 있었지만, 신고 전화는 112로 했다.

112 상황실 관계자는 피싱에 사용된 전화번호를 접수한 뒤 "개인정보가 어디서 노출된 것 같으니 비밀번호를 자주 변경하는 등 주의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이어서는 서울 서대문경찰서 수사관이 상담전화를 걸어왔다. 이 수사관은 "수사기관이 필요시에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전화로 충분히 설명을 드린다"며 "특히 요즘에는 이같은 피싱 문자가 많이 돌아서 (통지서를) 이런 식으로 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피싱이라고 판단했다면 어떤 이유에서든 답장은 하지 말고 차단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답장을 하면 미끼를 물었다고 생각해 계속 연락할 수 있다. 무시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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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1/07/02 05: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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