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빼자"…임대사업자 반발에 또 땜질 처방

기사등록 2021/06/11 05:00:00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집단 반발→생계형 임대 혜택 유지

文정부 초기 임대사업 장려…오락가락 정책에 신뢰도 훼손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공급대책을 발표한 후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6.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공급대책을 발표한 후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6.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당정이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 여부를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땜질식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달 27일 민주당 부동산특위가 내놓은 '주택시장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에 따르면, 모든 주택 유형에 대한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이 폐지된다.

지난해 7월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한 데 이어 다세대·다가구 주택으로 확대한 것이다. 임대사업자 의무 임대기간을 감안하면 오는 2031년 완전 폐지된다.

민주당은 폐기될 매입임대 사업자들로부터 조기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현행 양도세 중과배제 혜택을 등록 말소 후 6개월간만 연장하기로 했다. 또 등록임대사업자가 의무임대사업 기간 동안 현행대로 종합부동산 합산배제 등의 세제 혜택 부여하되,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면 추가연장 없이 정상과세 전환할 방침이다.

지난 2월 기준 이미 자동·자진 말소된 주택은 전국에 46만8000가구에 달하지만, 정부의 예상과 달리 시장에서의 매물 출회 움직임은 뚜렷하지 않았다. 임대사업 기간이 끝났으나,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이 무기한이기 때문에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민주당은 판단하고 있다. 임대 등록이 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 약 65만 가구 중 20% 수준인 약 13만 가구가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게 민주당 특위의 설명이다.

김진표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등록임대사업자의 과도한 세제 혜택, 그로 인한 매물 잠김 현상, 분양 주택이 부족한 문제, 이런 것들에 대한 비판, 시장왜곡 이런 것들이 더 커져서 이 부분에 대한 정비가 불가피해졌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임대사업자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이들이 보유한 주택의 매물 출회를 유도해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단기 주택 공급을 위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임대사업자들이 보유한 주택이 부동산 시장에 나오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선 임대사업자들이 보유한 주택이 매물로 나온다고 해도 집값 안정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 압박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은 꾸준하고, 세금 부담이 워낙 큰 상황에서 임대사업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얼마나 내놓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저가 임대 주택 공급이 줄면서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등록 임대사업자들의 반발도 거셌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집단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1일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정의 등록임대주택제도 폐지 방침에 대해 "헌법 정신을 무시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정부가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서민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며 2017년 세제·사회보험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임대주택등록 의무화를 추진했다"며 "이제 와서 법적 지위를 위태롭게 하고, 국가의 잘못된 판단으로 부실한 정책을 내놓고, 그에 따른 책임을 임대인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여당은 임대사업자들의 강한 반발에 '생계형 임대주택사업자'의 세제 혜택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세금 혜택 폐지는 집을 수십 채 이상 보유한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만 국한할 계획이다. 또 생계형 사업자는 신규 등록을 계속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특위는 생계형 임대사업자 기준은 국토부와 추후 논의키로 했다.

여당의 이 같은 정책 선회는 비(非)아파트 물량이 많은 임대사업자를 압박해서 수요자들이 원하는 아파트 물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전체 물량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안 된다.

국토부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등록임대 자동말소 대상 주택은 지난달까지 총 50만708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아파트는 11만6048가구, 빌라 등 비아파트는 38만4660가구다.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 민간 임대를 권장해온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고, 바뀐 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땜질식 처방을 내놓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책의 일관성 없이 내년 대선을 의식한 정책 선회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을 잡겠다며 발표한 정부의 땜질식 처방이 반복되면서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훼손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부동산 문제는 국민의 직접적인 삶과 연관된 점을 고려할 때 사전에 철저한 준비와 분석 등을 거쳐야 하는데 단기적 처방을 내놓으면서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임대사업자 등록제도 폐지 문제를 두고 당정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땜질식 처방보다는 큰 틀에서 장기적 정책을 수립하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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