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먼저, 버스·택시기사는 나중에?...우선접종 직군 검토 근거 '모호'

기사등록 2021/05/27 05:00:00

정부, 택배기사 등 필수 업무 종사자 우선 접종 검토

버스·택시 기사 등 다른 대면 직역 형평성 논란일어

전문가 "1300만명 접종위한 무리수…의학적 판단을"

[수원=뉴시스]김종택기자 = 지난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수원시 코로나19 제3호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2021.05.26. jtk@newsis.com
[수원=뉴시스]김종택기자 = 지난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수원시 코로나19 제3호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2021.05.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정부가 택배기사 등 기존 계획에서 제외된 필수 업무 종사자를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우선 접종자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직종보다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연령 등 접종 시 이득이 높은 대상자 순으로 확대해 나가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27일 정부와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등에 따르면 택배기사와 환경미화원 등 필수 업무 종사자에 대한 백신 접종이 논의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6일 관계 부처 및 자치단체와 영상회의를 갖고 택배기사 등 운송서비스 종사자, 환경미화 종사자 등 필수 업무 종사자에 대한 우선 접종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택배기사 등을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필수 업무 종사자는 보건 의료, 돌봄 서비스, 환경미화, 운송서비스 등 코로나19 상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이중 보건 의료 종사자와 돌봄 서비스 종사자는 우선 접종 대상자에 포함돼 접종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접종 계획을 세울 때 고령층, 기저질환자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 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상을 먼저 맞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월8일 국회에서 "예방접종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사망률을 줄이고 보건의료시스템을 붕괴되지 않게 필수인력을 보호하는 것이고 두 번째 목표는 집단면역 형성"이라며 "고령자, 만성질환자부터 우선 접종 확대해서 전 국민의 60~70%까지 면역을 확보하는 두 가지 목표와 단계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28일 발표한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에 따르면 접종 순서는 ▲중증 및 사망 예방 ▲의료·방역·사회 필수 기능 유지 ▲지역사회 집단감염 차단 ▲접종 제외(소아·청소년, 임신부) 순으로 대상군을 구분하고 대상군별 접종 시기를 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특정 직역별 접종 대상자를 늘리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택배기사는 (접종이) 되는데 택시 기사나 버스기사는 왜 접종을 해주지 않느냐는 식으로 직역이 늘면 대면 접종하는 직역은 다 접종을 해줘야 할 텐데 그런 상황은 타당하지 않다"라며 "어디까지나 접종 우선순위는 의학적 필요에 따라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60세 이상의 경우 접종이 진행 중이거나 사전 예약을 받고 있지만 50대 접종 계획은 미정이다.

26일 0시 기준 50대 코로나19 사망자는 69명으로 전체 사망자 1940명 중 3.56%다. 40대 이하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26명이다. 위중증 환자 151명 중에서도 50대는 18명이고 40대 이하는 8명이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 4일 정부는 기자단 워크샵에서 "3분기 접종 때는 특수 직군보다는 연령순으로 쭉쭉 내려가면서 (접종을) 진행할 방향"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부분 젊은 층으로 예상되는 택배기사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게 되면 접종률이 낮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 우선순위가 아니었는데 난데없이 아스트라제네카를 놔준다고 하면 백신을 맞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라고 말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당초 정부가 세웠던 원칙에 따라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 순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가 상반기 1300만명 1차 접종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라며 "정부가 원칙을 지키고 의학적 판단에 따라 풀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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