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에어 CEO "벨라루스 정권의 항공납치…비밀요원도 탄 듯"

기사등록 2021/05/25 02:44:24

벨라루스 정권 민항기 강제 착륙 비난

"반정부 인사 겨냥한 항공 납치 사건"

[민스크=AP/뉴시스]지난 2017년 3월26일 벨라루스 야권 인사 로만 프라타세비치가 경찰에 체포되는 모습. 2021.05.25.
[민스크=AP/뉴시스]지난 2017년 3월26일 벨라루스 야권 인사 로만 프라타세비치가 경찰에 체포되는 모습. 2021.05.25.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벨라루스 당국이 반정부 언론인을 체포하기 위해 강제 착륙시킨 아일랜드 민간 항공기 라이언에어의 최고경영자(CEO)가 "국가가 지원한 항공기 납치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벨라루스 비밀요원이 항공기에 함께 탑승했다는 추측도 제기했다.

마이클 올리어리 라이언에어 CEO는 24일(현지시간) 뉴스토크 등 언론 인터뷰에서 "벨라루스 당국이 라이언에어를 강제 착륙시킨 것은 반정부 언론인과 인사를 겨냥한 국가 차원의 납치였다"고 비난했다.

이어 "당시 항공기엔 KGB 요원들도 함께 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사이먼 코브니 아일랜드 외무장관도 현지 방송에 출연해 "비밀요원들은 벨라루스 정권과 관련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기가 강제 착륙한 뒤 다시 이륙했을 때 5~6명이 탑승하지 않았다"며 체포된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가 비밀 요원일 것으로 추측했다. 다만 이들이 "KGB 요원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벨라루스 당국은 지난 23일 전투기까지 동원해 그리스 아테네에서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향하던 라이언에어 4978편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폭발물이 터질 수 있다며 "잠재적인 안보 위협" 때문이라고 했지만 벨라루스 반체제 언론인 로만 프라타세비치 등을 체포했고 기내에서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프라타세비치는 반정부 시위 조직을 지원한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를 만든 벨라루스 언론인이자 운동가다. 그는 지난해 반정부 대규모 시위를 선동·조직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그는 체포될 당시 주위 탑승객들에게 자신은 사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가 착륙 직전 노트북을 꺼내 휴대전화와 함께 옆에 있던 여성에게 급히 전했는데 이 여성 역시 체포된 것 같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한 목격자는 "그가 실수한 것 같다. 많은 탑승객이 있었고 그 물건을 다른 이들에게 줄 수도 있었다"며 "그 여성 역시 체포된 것 같다"고 했다.
[민스크=AP/뉴시스]제복을 갖춰입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해 9월23일(현지시간) 민스크에서 취임 후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주요 인사들과 지지자들을 모아 예고 없이 대통령 취임식을 진행했다. 2021.05.25.
[민스크=AP/뉴시스]제복을 갖춰입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해 9월23일(현지시간) 민스크에서 취임 후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주요 인사들과 지지자들을 모아 예고 없이 대통령 취임식을 진행했다. 2021.05.25.

이번 사건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 사회는 일제히 비난하며 프라타세비치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미 국무부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루카셴코 대통령이 저지른 이 충격적인 행위로 미국 시민을 포함한 탑승객 120명 이상의 생명을 위협했다"며 "특히 군 전투기를 동원한 것을 우려하며 충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럽연합(EU)도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EU 외교기관인 유럽대외관계청(EEAS)는 성명을 통해 스테파노 사니노 사무총장이 알렉산드르 미흐네비치 EU 주재 벨라루스 대사를 초치했다고 밝히면서 이 사건을 EU 회원국 정상회의에 제기하고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벨라루스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국가로 불린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1994년 집권했고 지난해 8월 6선에 성공해 26년째 정권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부정 선거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독재 정권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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