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열등감·부끄러운 욕망까지 솔직하게 썼죠"

기사등록 2021/05/04 13:41:22 최종수정 2021/05/04 15: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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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 펴내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조진주. 2021.05.04. (사진 =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라는 제목이 따듯하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사실 '열등감'을 다룬 꼭지예요. 책을 쓰면서 처음 생각한 부분이 나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가감 없이 쓰자는 거였거든요. 글을 쓴다면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죠."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33)가 첫 에세이집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아웃사이트)를 펴냈다. "최대한 가감 없이, 가장 창피하고 부끄러운 욕망까지 포함해"(198쪽) 삶과 음악의 음영을 모두 솔직하게 담아냈다.

4일 서초동에서 만난 조진주는 "이런 모습들을 밖으로 꺼내서 보여주지 않을 생각이었으면, 굳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클래식 잡지와 일간지에 쓴 글을 모아서 책을 내려다가, 새로운 글로만 에세이집을 채운 이유다. "자신을 보호하고 싶은 사람이 어떻게 순도 있게, 정직하게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연주보다 직접적인 힘이 있는 매체가 글이라고 생각해요.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으면, 좋아하지 않는 제 모습까지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최근 다니엘 펜야크의 '몸의 일기', 미셸 우엑벡의 '세라토닌'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그녀는 "저는 작가도 아니고, 연주자지만 글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커요. 작가들의 발끝도 못 따라가지만, 문인들이 가지고 있는 순수성·진실성의 병아리 눈물만큼 가져가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1988년생으로 밀레니얼 대표 바이올리니스트인 조진주는 10대 때 미국으로 건너간 '동양인 여성'이다. 연주자로 성공하고 싶어 유명하다는 대학도 들어갔다. 2014년 세계 3대 바이올린 콩쿠르 중 하나인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위도 차지했다. 젊은 나이에 캐나다 맥길대 교수로 강단에도 서고 있다. 하지만 "너는 충분하지 않아. 너는 안 돼" 같은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아시아 출신 여성 연주자가 유럽 위주의 고전 음악계에서 연주하면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죠.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기 의문은 항상 있어요.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평가가 안 좋거나,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평가가 좋으면 '판단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들고. 이런 부분은 모두가 같이 느끼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 표지. 2021.05.04. (사진 = 아웃사이트 제공) photo@newsis.com
쓰고 싶은 글의 주제가 명확히 생기면, 듣고 싶은 '플레이리스트'를 고른다고 했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떠오르지 않던 생각들이 찾아오고 그럴 때 "음악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서태지 마니아'로 알려진 조진주는 대중음악도 즐겨 듣는데, 이번에 글을 쓸 때 선우정아·이소라 노래를 모아놓은 플레이스트가 유용했다.

조진주는 자유로운 연주자다.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 해 말 '굿바이 콩쿠르'를 외친 뒤 행보도 홀가분해졌다. 협주, 독주, 실내악, 오케스트라, 교육, 예술경영 등을 자유롭게 오갔다.

켄트 나가노, 마이클 스턴, 제임스 개피건 같은 정상급 지휘자들과 협연하며 클래식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병원, 호스피스 요양원, 학교에 찾아가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미국 클리블랜드에 '앙코르 챔버 뮤직 캠프'를 설립, 음악감독을 맡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내악의 기본과 감정적 연주를 가르치고 있다.

무대에 드레스가 아닌 바지를 입고 올라가는, 여성 연주자로서 이례적인 행보로도 주목 받은 조진주는 "캠프에선 차별 없이 여성 작곡가도 폭 넓게 다루며 고전 음악을 새로운 방법으로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공연의 위기 속에도 활발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북미, 한국, 유럽을 오가는 그는 최근 7번째 자가격리를 마쳤다. 총 3달간 갇혀 있는 건 쉽지 않은 일에도 일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가능했다.

지난해 말 소니 클래시컬에서 국내 첫 정규 음반 '라 카프리슈즈(La Capricieuse)'를 발매했고, 유튜브도 열심이다. 오는 11월께 프랑스 나이브(Naïve) 레이블에서 에벤 콰르텟의 창립자인 마티외 에르조그와 함께 한 앨범도 발매한다.

조진주는 "어느덧 30대 중반이 돼 가지만, 20대를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글들을 썼다"고 했다.

 "지금은 더 할 이야기가 없어요. 간결하게 적고 싶었거든요. 자신을 객관화하는 걸 연습한 것 같아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연주를 재미있게 하듯, 글도 재미있게 썼으니,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해요."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조진주. 2021.05.04. (사진 =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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