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세계 야구단에 변함 없는 성원을

기사등록 2021/02/19 11: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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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주인도, 이름도 바뀐다. 아직 새로운 이름도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알맹이는 그대로다. SK 와이번스 선수단은 2021시즌을 위해 변함없이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지난 1월 26일 SK텔레콤이 운영하던 SK 프로야구단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신세계그룹은 1352억8000만원을 투자해 SK 야구단을 통째로 사들였다.

SK 와이번스라는 이름의 야구단을 응원하던 팬들도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지만, 누구보다 충격에 빠진 것은 프런트, 선수단 등 구단 구성원들이었다.

이번 구단 인수 건은 구단 고위 관계자들도 기사화되기 전까지 모르고 있던 소식이었다. "청춘을 바친 곳이다. 구단 매각 소식 발표 직후 눈물이 났다"는 류선규 SK 단장의 말은 구성원들이 느낀 충격을 대변한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일제히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이달 1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시작된 SK 스프링캠프에서는 채 가시지 않은 충격이 느껴졌다. 오랫동안 SK에서 뛴 선수나, 이제 막 새 식구가 된 선수나 매한가지였다.

20년간 SK에서만 뛴 베테랑 김강민은 "구단 인수와 관련된 것은 풍문만 돌 뿐이지 실제로 이뤄진 적이 거의 없었다. 이번에도 소문이 돌 때 해프닝일 것이라 생각했다. 설마설마했는데 공식 발표가 되더라. 많이 당황했다"며 "20년을 뛴 팀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으니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아무렇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SK의 간판 타자 최정도 "구단 매각 소문이 돌았을 때 설마설마 했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확정됐고, 심난했다. 서운함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SK만 빠졌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 야구단은 그대로다. 지난 시즌 9위에 그친 아쉬움을 풀겠다는 각오를 품은 선수단도, 프런트도 각자의 자리에서 2021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43명의 선수 중 절반 이상인 24명이 미리 스프링캠프지로 향한 가운데 제주도에서 구단 매각 소식을 들은 선수도 여럿이었다. 구단 매각이 공식 발표된 날, 선수들은 혼란스러움을 느끼면서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훈련했다.

프런트도 구단 매각에 대한 충격보다 시즌 준비를 우선으로 생각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구단 매각 소식이 발표된지 이틀 밖에 되지 않은 1월 28일 일부 구단 직원들은 제주도로 날아가 그라운드 정비에 온 힘을 쏟았다.

떠난 SK의 자리를 신세계그룹이 대신하고 있다는 점만이 달라진 부분이다. 신세계그룹은 야구단 구성원이 동요하지 않고 시즌 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신경쓰고 있다. 프런트, 선수단을 대상으로 각각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선수들에게 매일 스타벅스 커피를 제공하며 정성도 보였다.

SK 선수단은 충격과 서운함을 뒤로 하고 그 자리에 희망과 기대를 채워넣으며 예년과 다름없이 스프링캠프를 이어가고 있다.

SK 야구단의 마지막 주장이자 신세계 야구단의 초대 주장이 될 이재원은 "아쉬움이 있지만 새로운 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선수들을 위한 복지와 적극적인 투자, 팬들과 함께 호흡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며 "지난해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고, 올해는 독하게 훈련하자고 했다. 새로운 명문구단으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인천 야구의 역사는 파란만장하다. 인천 연고 팀은 신세계에 앞서 5번이나 바뀌었고, 이별을 거듭할 때마다 인천 야구 팬들의 상실감도 커져갔다. SK 야구단은 인천에 둥지를 튼 뒤 상처받은 연고지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SK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까지 수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다시 한 번 갑작스런 이별을 마주하게 된 인천 야구 팬들이 서운함과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천 팬들은 '와이번스'라는 이름이 유지되길 바란다. 'SK 와이번스'와 함께 한 시간이 21년이나 된다. 쉽게 와이번스라는 이름을 놓을 수 없는 심정도 이해가 간다.

신세계그룹이 '와이번스'라는 이름을 안고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바뀔 가능성이 상당하다.

그러나 '와이번스'라는 이름이 추억으로만 남게 되더라도 응원하던 선수단이 그 모습 그대로, 그라운드에서 최선의 활약을 펼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인천 야구 팬들이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름표를 바꿔 달고, 다른 유니폼을 입을 뿐 추억을 함께 만들어 온 선수단은 그 자리에 있다. SK만 떠났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최선의 플레이를 선보이는 것이 팬심을 보듬기 위해 자신들의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것을 무척이나 잘 알고 있다.

"20년 동안 인천에서 SK 와이번스와 함께 하신 팬들의 마음을 안다. 그래도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SK 와이번스라는 팀은 사라지지만 거기에서 뛰었던 선수들은 새로운 팀을 맞이해서 들어간다. 추억은 남고, 선수들은 그대로다.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 주셔서 선수들과 자주 만나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20년 동안 SK 와이번스 선수로 인천 팬들과 함께 호흡했던 김강민이 팬들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부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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