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임차인 합의로 특약사항 자유롭게 결정
특약사항 임대차보호법 범위 넘으면 효력 상실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지난해 7월31일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주택임대차 계약과 관련된 분쟁이 크게 늘었습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위원회에 접수된 분쟁 건수는 총 139건(계약갱신·종료)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임대차법 시행 이전인 2019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접수된 7건에 무려 20배나 증가한 것입니다.
가장 흔한 분쟁 사례는 집주인이 실거주를 위해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구했지만, 거부하는 경우입니다. 또 일부 집주인들은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특약사항을 통해 임대인 보증보험료를 세입자가 부담한다거나 임대 기간 동안 발생하는 모든 수리비를 세입자가 내도록 하는 등의 갑질 계약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 같은 분쟁은 '주택임대차보호법'과 '특약사항'의 의미를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뉴시스 '집피지기'가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택임대 계약 과정에서 특약사항을 작성할 때 유의해야 할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주택임대차계약서에는 기본 기재사항 외에도 특약사항이 있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기본계약서 내용 외에 합의한 특별한 약정사항입니다. 특약사항은 계약 당사자 간 합의만 하면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특약사항에는 통상 임대료와 관련된 내용이 담깁니다. 전세자금대출과 관련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전세계약을 할 때 전세금의 10% 정도를 계약금을 걸고, 이후에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합니다.
신청인의 신용도에 따라 간혹 대출이 나오지 않아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계약금을 돌려받기 위해 특약사항에 통상 '전세자금대출이 나오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100% 반환한다'는 내용이 포함됩니다.
특약사항에는 '근저당'과 관련한 내용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근저당은 집을 구매할 때 대출을 받아서 구매를 한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근저당 없는 주택을 임대하는 게 좋으나, 대부분의 주택들이 근저당이 설정돼 있습니다.
근저당이 설정돼 있으면 해당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 자칫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잔금을 치루는 날, 근저당말소를 이행한다'는 문구가 담깁니다.
운 좋게 근저당이 없는 주택을 임대했다고 안심해도 될까요? 근저당이 없는 주택이라도 특약사항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이사 후 전입신고와 확정신고 전까지 대출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전입신고와 확정신고를 하기 전 임대인이 근저당을 설정해 대출을 받고 난 뒤 경매에 해당 주택이 넘어가면 전세자금을 찾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반려견이 있을 경우 전세계약을 취소한다 ▲임차인은 주택의 기본 시설을 훼손하면 원상 복구한다 ▲임대차계약 기간 만료일에 새 임대차 여부와 관계없이 임대 보증금을 반환한다 ▲입주 전 발생한 하자는 임대인 수리비를 직접 부담한다 등도 특약사항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해 작성한 특약사항은 모두 효력이 발생할까? 그렇지 않습니다. 임대차 계약서의 특약사항 역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보장하는 범위를 넘으면 효력을 상실합니다. 즉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범위를 벗어나는 임대인의 요구는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만약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해 전세 기간을 1년으로 하거나, 특약사항에 '세입자는 1년 뒤 퇴거한다'고 써놓더라도 법적으로 효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보호하는 임차인의 거주기간은 2년입니다. 또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라 임대 기간으로 1회 요구하면 2년을 더 거주할 수 있습니다.
사상 유례 없는 전세난에 일부 임대인들이 무리한 특약사항을 요구하거나 임차인은 계약이 파기될 것을 우려해 필요한 특약사항을 요구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특약사항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주택임대 계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약사항을 신중하게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집피지기' = '집을 알고 나를 알면 집 걱정을 덜 수 있다'는 뜻으로, 부동산 관련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 위한 연재물입니다. 어떤 궁금증이든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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