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백신 사려고 선박 나포?…정부 "인도적 거래 해당"

기사등록 2021/01/05 14:00:29

원유 수출대금 70억불, 美 제재로 국내 은행 계좌에 묶여

이란·한국 상의 회장 "원유대금-코로나 백신 교환 협상"

의약품 등 인도적 거래 제재 예외…작년 5월에도 이뤄져


[세종=뉴시스] 위용성 기자 =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 국적의 화학물질 운반선 나포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국내 은행에 동결된 원유 수출 대금 때문이고, 특히 이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구매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관계자는 백신 구매는 제재 예외 사항인 인도적 물품 거래에 해당돼 허용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5일 이란 ILSA통신과 테헤란타임스 등에 따르면 호세인 탄하이 이란·한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3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2일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 부통령을 만나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과 관련한 회의를 했다"며 "코로나19 백신 등 여러 상품과 (동결된) 자금을 교환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언급했다.

그가 언급한 원유 수출 대금 70억 달러(약 7조5700억원)는 미국의 이란 제재 때문에 한국 의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개설된 이란 계좌에 묶여있다.

한국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이란과의 달러 거래가 금지되자 2010년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 대금을 두 국내 계좌에 입금했다. 이란은 이 돈으로 한국 물품을 수입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했는데 미국이 이란 제재를 강화하며 계좌는 완전 동결됐다.

다만 지금도 의약품을 비롯한 인도적 물품 거래는 제재에서 예외가 허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백신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도 원화 결제를 통한 인도적 교역이 재개된 상태"라며 "백신도 의약품이니 인도적 교역에 해당된다면 원화 결제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과 협의해 인도적 명분으로 작년 5월 이 자금을 이용해 50만 달러어치의 의약품(유전병 치료제)을 이란에 수출한 바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이 자금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공동 구매와 배포를 목적으로 한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의 백신을 구매했다.

물론 이번 나포의 이유가 원유 대금 문제가 아닌 환경오염 문제 탓이라는 게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 우리 정부 역시 원유 대금과 관련된 조치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을 않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의 선박 억류 동기를 묻는 질문에 "지금 그런 것을 섣불리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라며 "일단 사실 관계를 먼저 파악하고, 우리 선원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제일 급선무다. 조속히 나포 상태가 풀릴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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