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명·오성규 전 비서실장, 인권위에 의견서
오성규 "객관적 증거 없이 일방적인 주장만"
김주명 "추행 행위, 본 적 없고 알지도 못해"
인권위, 8월 직권조사 결정…이달 중 결과
인권위에 따르면 김주명 전 실장과 오성규 전 실장은 각각 지난 2일과 이날 인권위에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다.
오 전 실장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추행 의혹 사건, 최소한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의견서에서 "고소인 측은 박 전 시장이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4년 동안 추행을 했고, 이를 주변 동료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렸으나 조직적인 방조에 의해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며 "객관적인 증거 없이 고소인의 주장들이 일방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최소한의 진실이 온전히 자리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오 전 실장은 "강제추행을 증명할 근거로 고소인 측이 제시한 것은 텔레그램 비밀대화 초대화면이 유일하고, 나머지는 고소인 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텔레그램 메시지는 쌍방이 확인할 수 있어 고소인의 휴대전화를 증거물로 제출하면 증거가 나올 수 있으나, 고소인 측은 사설 포렌식한 자료 몇 가지만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고소인은 박 전 시장의 공무 해외출장에 본인도 데려가줄 것을 직접 요청한 적도 있다"며 "비서실 전체워크숍 뒤풀이 자리에서 고소인이 '시장님과 함께 일하는 것이 좋다. 비서실에서 일하다 청와대까지 같이 가겠다'라고 얘기했다고 같은 자리에 있던 2~3명의 동료들이 일관되게 이야기했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등을 다른 직원들이 알면서도 방조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고소인으로부터 피해 호소를 받았다는 주변 동료들이 거의 없고, 오히려 고소인은 동료들에게 박 전 시장을 존경하고 같이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표하면서 박 전 시장의 SNS에도 관련 의사를 표현해 왔다"고 적었다.
김 전 실장은 의견서에서 "고소인은 4년간 근무하면서 성적 고충을 호소하면서 6개월마다 전직을 요청했다고 주장하는데, 저는 당시 비서실장으로서 고소인으로부터 어떠한 성적 고충을 들은 바 없다"며 "이는 업무상 주고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로도 확인된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은 "비서실의 다른 동료들 역시 정무직이든 행정직이든 고소인으로부터 성추행과 관련한 호소를 듣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는 성추행을 어떻게 묵인·방조·은폐할 수 있다는 것인지 고소인 측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위계에 의한 강제추행이 지속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며 "박 전 시장과 고소인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왔던 본인도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를 일체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실장은 "인권위가 엄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그에 기초해 제도의 개선 등 우리 사회의 성평등을 한층 높이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며 "본인은 앞으로도 이번 사건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의 주장과 다른 사실을 말했다고 해서 이를 2차 가해로 매도하거나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것과 다른 내용을 받아들이라고 사회적 압력을 가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인권침해"라며 "이는 피해자 중심주의가 아니라 피해자 절대주의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비서 성추행 등 의혹 전반을 직권조사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8월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직권조사단은 인권위 차별시정국 소속으로 강문민서 차별시정국장이 단장을 맡았고, 조사단은 강 단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됐다. 조사 실무 총괄은 최혜령 인권위 차별시정국 성차별시정팀장이 담당한다.
당시 인권위는 "조사를 서두르지는 않되 최대한 빨리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올해 안에는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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