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전세계 유례없는 상법 개정, 신중한 검토 필요"

기사등록 2020/10/29 06:00:00

의결권 제한, 다중대표소송,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은 해외 입법례 찾기 어려워

감사위원 분리선임+의결권 3% 제한⇒ 주요기업 이사회 헤지펀드 감사진출 가능

감사위원 1인만 이사회에 진입해도 기업 기밀·전략 누출 우려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을 강화하고, 다중대표소송과 감사위원 분리선출까지 도입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이는 해외에서도 입법례를 찾기 힘든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G5 국가의 관련 법제를 살펴본 결과, "감사위원 분리선임이나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입법례를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주요 국가에서는 감사위원은 이사회에서 선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감사위원을 외부 세력이 맡을 경우 이사 및 감사로서의 막강한 권한 때문에 기업 기밀이나 핵심 기술 유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상법에 감사위원 선출방식을 강제하는 것은 세계 유례가 없는 규정이라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도 한국에만 있는데, 해외 헤지펀드들이 우리 기업의 경영권을 공격하는데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

지난 2003년 4월 소버린은 SK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주)의 주식 14.99%를 집중 매입한 뒤 감사위원 선출시 의결권 제한을 받지 않도록 미리 5개 자회사에 분산시켰다. 지분 14.99%를 모두 행사할 수 있도록 자회사 5개사에 지분 각 2.99%씩 분산한 것이다. 이에 SK는 주총에서 소버린 측 이사가 선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백기사(은행·채권단·국내외협력사) 및 위임장 확보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으며, 이사 선출 단계에서 소버린 측 이사 선임을 가까스로 저지할 수 있었다.

소버린은 이후 철수했지만, 시세차익 등으로 1조원에 가까운 이득(9459억원)을 거뒀다.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된 상황에서 정부 개정안처럼 감사위원 분리선출까지 도입될 경우, 외국계 기관투자자 연합이 시총 30위 기업 중 23개 기업 이사회에 감사위원을 진출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특히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릴 경우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전경련은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자회사의 독립된 법인격을 부인한다는 점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강조했다.

다만 예외적으로 100% 모자회사 관계처럼 자회사의 독립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만 다중대표소송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이 다중대표소송을 50% 초과 모자회사 관계에 적용하려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전경련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G5 국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 지배구조 규제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면서 "대주주 의결권 제한이나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세계적 유례가 없는 지배구조 규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규제 강화는 신중한 검토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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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전세계 유례없는 상법 개정, 신중한 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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