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재정준칙' 장수 부총리 발목잡나…여야 "의견 굽혀라" 압박

기사등록 2020/10/09 06:00:00

"시기상조" "맹탕준칙" 여야, 재정준칙 작심 비판

정치권, '대주주 3억 요건' 두고도 부총리 뭇매

부총리, 의원들 반대에도 "계획대로 진행" 고수

"고집 부리면 같이 갈수 없다"…해임·패싱 논란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의원 질의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의원 질의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08.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정부가 재정준칙 도입,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 강화 방침을 고수하자 여야가 맹공을 퍼부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어 정치권마저 '부총리 패싱', '해임'까지 시사하며 '경제 사령탑'을 강하게 압박했다.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모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공격하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그간 정부 경제 정책과 궤를 같이하며 보조를 맞췄던 여당마저 노선을 달리하고 날을 세웠다.

정부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발표한 '한국판 재정준칙' 도입과 주식양도세 과세방안 대주주 범위 확대 방안이 논쟁의 발단이 됐다. 입장차는 있지만 여야 모두 반대하는 상황에서 홍 부총리가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으면서다.

특히 '한국형 재정준칙'은 지난 7일 국정감사 첫날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야당은 허술한 산식으로 만든 '맹탕 준칙'이라며 홍 부총리를 몰아세웠다.

기재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고용진 의원은 "올해 국가채무비율이 올라간 것은 코로나19 위기 대응하면서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재정준칙의 필요성이나 취지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도입 시점이 지금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정준칙 발표가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은 "이 시기에 재정준칙으로 인한 논쟁을 스스로 촉발할 필요가 있었느냐"며 "기재부 의도와 달리 이 자리에서 보듯 (재정준칙으로 인해) 상당한 오해와 논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부총리가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재정준칙 기준이 느슨하다고 맹공 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다"며 "만들지 말아야 했던 준칙인데 주물럭거리다가 해괴망측한 괴물 같은 준칙을 만들었다"고 공격했다. 야당에서는 '해괴망측한 수식', '이상한 산식', '무늬만 준칙'이라는 원색 비난도 이어갔다.

그럼에도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위기가 진행되고 있기에 당장 내년부터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4년 정도 준비해나가겠다는 의미로 재정준칙을 제시한 것"이라며 "산식도 절대 느슨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올해 말 재정준칙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도 밝혔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0.10.08.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email protected]

국정감사 둘째 날은 '대주주 요건 3억원 강화'로 여야가 한 편이 돼 홍 부총리를 구석으로 몰았다. 여야가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발하자 홍 부총리는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맞섰다.

현재 대주주가 아니면 증권거래세(매도금액의 0.25%)만 내면 되지만 대주주로 분류되면 주식을 매도할 때 양도차익의 22~33%(지방세 포함)를 양도소득세로 내야만 한다. 현재 대주주 범위는 특정 종목 보유액이 10억원 이상이지만, 내년 4월부터는 3억원 이상으로 기준이 낮아진다.

정부 방침에 '동학 개미'인 개인 주주들도 즉각 반발했다.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에는 6만 명 이상(8일 기준)이 동의했다.

그럼에도 홍 부총리가 거듭 강행 의지를 밝히자 정치권에서는 도 넘은 발언이 쏟아졌다. 홍 부총리의 대주주 요건 3억원 강화 방침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법은 국회에서 제정하기 때문에 여야가 뜻을 모으면 (10월 대주주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재부 의견은 참고하면 된다"고 했다. 사실상 홍 부총리 패싱을 언급한 셈이다.

급기야 여당에서는 '해임'을 시사하는 발언도 나왔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인사권의 문제니깐 언급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면서도 "(재정준칙 도입을 계속 주장하면) 같이 갈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경고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던 중 생각을 하고 있다. 사진은 촬영 후 좌우 반전. (공동취재사진) 2020.10.07.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던 중 생각을 하고 있다. 사진은 촬영 후 좌우 반전. (공동취재사진) 2020.10.07.  [email protected]

여당 내에서 홍 부총리의 해임을 언급한 건 올해만 두 번째다. 지난 3월 홍 부총리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을 주장하며 여당과 뜻을 달리하자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해찬 의원은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홍 부총리를 향해 "지금까지도 잘해 왔으니 앞으로도 잘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거취 논란은 일단락됐다. 문 대통령의 신임에 홍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재임일 660일)을 넘어 역대 두 번째 장수 부총리에 이름을 올렸다. 역대 최장기록인 윤증현 장관(842일)의 뒤를 쫓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여야 모두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한국형 재정준칙'과 '대주주 기준 3억원 확대'는 시행되지도 못하고 국회 문턱에서 막힐 거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에 따라 홍 부총리 또한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정감사 초반 홍 부총리를 향한 정치권의 압박이 거센 가운데 향후 경제 사령탑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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