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제주항공에 주식매수 이행 청구 소송 제기
115억 이행보증금 반환 등 놓고도 소송전 벌일 듯
정리해고에 노사갈등도 심화...법정관리 시점도 논란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이스타항공이 매각 불발 이후 두 달가량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인수를 포기한 제주항공과의 소송전에 돌입한 가운데, 재매각 과정에서 노사 간 갈등 또한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19일 이스타항공에 따르면 이스타홀딩스는 지난 17일 제주항공에 주식매수 이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지난 3월2일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4월29일에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수 종료 전날에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결정 시점을 선행 조건이 충족될 것으로 판단될 때 상호 합의하기로 변경하며 인수전에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이후 양측이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을 놓고 책임공방을 벌이다가 제주항공은 지난 7월23일에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2월18일 인수 발표 당시부터 이미 부실했던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가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악화일로로 치달아 결국 딜이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막대한 미지급금이 인수전 완주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스타항공은 계약을 위반한게 없으므로 제주항공에 예정대로 인수를 진행하라는 입장이며, 본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미지급 임금채권 등 해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미지급금은 인수합병을 추진했던 제주항공의 셧다운 요구와 매출 중단이 직접 원인"이라며 "제주항공 요구에 따른 영업 중단, 매출 동결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까지 내몰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제주항공의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양측의 소송전은 이미 제주항공의 계약 해제 통보 당시부터 예상돼왔다. 딜 무산 전부터 양사는 이스타항공의 상황을 악화시킨 전 노선 운항 중단(셧다운) 및 M&A를 위한 선결조건 이행 여부를 놓고 입장차를 보여왔다.
제주항공이 해결을 주문한 체불임금과 조업료·운영비 등 각종 미지급금 약 1700억원도 선행조건으로 여겨졌지만 이스타항공은 "주식매매계약서 상의 선행조건은 완료했다"며 반박해왔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인수 무산에 따른 소송전을 대비해 명분을 쌓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발생에 대한 책임 소재와 115억원의 이행보증금 반환을 놓고도 법정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보통 매수자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에는 이행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지만, 계약 해지의 책임이 이스타항공에 있는 경우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타항공은 소송전 외에도 노사 대립으로도 골머리를 앓고있다. 노조가 사측의 대규모 정리해고에 대해 거세게 비판하는 가운데 자체적인 법정관리 신청 또한 검토하며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 7일 오후 직원 605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사측은 향후 신종 코로나19 사태 종식 및 국제선 운항 재개 시점에 구조조정 대상자들을 재고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무급 순환휴직을 통해 정리해고를 막을 수 있었지만 경영진이 이를 검토하지 않고 구조조정을 강행했다고 비판하며 고용유지를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이에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지난 10일 사내 그룹웨어에 글을 올리며 "사측이 구조조정을 강행했다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라며 "인력조정 추진 계획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진행됐다"며 해명에 나선 바 있다.
노사는 법정관리 신청 시점을 놓고도 갈등 중이다. 노조는 사측이 법정관리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며 채권자 자격으로 직접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이스타항공 사측은 인수자 계약 전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파산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회생 신청을 하면 법원에서 회생 관리 가능성을 볼텐데 지금 신청하면 파산의 위험이 높다"며 "앞으로도 당분간 코로나19로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수자와 투자금 없이 회생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은 (파산 가능성이 높은) 무모한 짓"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이스타항공은 기업 청산 절차만큼은 피하기 위해 일단 인수자를 찾은 뒤 늦어도 10월 말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8곳의 인수의향 업체가와 협의를 진행 중이며, 10월 중순까지 사전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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