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협치 조건으로 '원구성' 제시…민주당 허 찔렀나

기사등록 2020/09/11 06:00:00

김종인 "원 구성 다시 하자"…이낙연, 단번에 거절

李, '협치' 자주 거론하며 '거여 독주' 탈피 절치부심

金, 원 구성 카드 던져 與 협치 말 뿐이라는 점 부각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박 의장 주최 교섭단체 정당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주먹 인사하고 있다. 2020.09.1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박 의장 주최 교섭단체 정당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주먹 인사하고 있다. 2020.09.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의 첫 회동에서 협치를 강조하면서 원(院) 구성 재협상을 요구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말 뿐인 민주당식(式) 협치의 민낯을 드러내기 위한 김 위원장의 정치적 술수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통상 여야 대표 회동을 추진할 경우 양측 실무자들이 만나 물밑에서 의제를 조율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사전 접촉이 일체 없었다고 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여야 대표 회동에 대비해 별도로 중점 의제를 논의하거나 건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김 위원장이 회동에서 던진 의제나 화두는 오로지 김 위원장의 머릿 속에서 나온 것으로 보면 된다는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해찬-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단절됐던 여야 대표 회동이 오랜만에 다시 추진되는 만큼 코로나 사태나 4차 추경처럼 민감하지 않고 공감대가 형성된 의제 위주로 다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없지 않았다.

이런 관측과 달리 김 위원장은 이 대표 앞에서 요구 사항으로 원구성 카드를 먼저 꺼냈다. 물론 여야 대표 회동 정례화, 추경안 신속 처리 등의 합의를 이뤄낸 점도 평가할만 하지만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날 회동의 방점을 사실상 원 구성 재협상에 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위원장의 첫 번째 요구도 원 구성에 관한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회동에서 "협치를 강조하려면 힘을 가지신 분들이 협치할 수 있는 여건을 사전에 만들어주셔야 되지 않느냐"며 "협치하려면 협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하는데 총선이 끝나고 원 구성 과정 속에서 종전에 지켜오던 관행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에서 여야 사이에 균열이 생겨났고 아직도 봉합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회동이 비공개로 전환된 후에도 김 위원장은 협치를 강조했다고 한다. "현재 국회를 정상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 지금의 현안이 풀리지 않는다면 여야의 긴장관계는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발언도 원 구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전했다. 

원 구성의 관행이 지켜지지 않으면 국회에 균열이 지속될 수밖에 없고, 이를 봉합하려면 집권당이 협치 여건을 만들어야 더 이상의 여야 갈등 관계가 없을 것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최 교섭단체 정당대표 오찬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2020.09.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최 교섭단체 정당대표 오찬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2020.09.10. [email protected]
김 위원장이 이낙연 대표에게 원 구성 재협상을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가 지난 1일 취임 인사 차 예방했을 때에도 김 위원장은 "그간 여야 원구성 등 과거 관행이 깨지는 바람에 지금 의회 모습이 종전과는 다른 형태로 보여, 협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를 맞이해 이 대표가 새로이 선출되셨기에 여러 정치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당시 이 대표는 "개원 협상에서 그간 겪은 우여곡절을 또 반복할 겨를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거절했다. 10일 회동에서도 "이낙연 대표께서는 원구성 협상할 때의 우여곡절을 반복할 수 없는 사항이라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원내 현안이라는 점을 들어 원 구성 협상을 하는 동안 전면에 나서지 않고 당 원내지도부에 대체로 결정을 일임했다. 그런 김 위원장이 이 대표의 예방 자리에서 거절당한 원 구성 재협상을 다시 교섭단체 대표 회동에서 최우선 의제로 내놓자 당 일각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회동에서 언급한 의제들은 당 중진들이나 원내지도부로부터 건의를 받거나 논의하지 않고 위원장 혼자 고민해서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이 원 구성 재협상을 요구하긴 했지만, 정말 '협상을 다시 하자'는 뜻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 위원장이 이 대표가 보일 반응을 예상하고 원 구성 카드를 '협치 조건부'로 던졌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를 뒤집어보면 김 위원장이 말뿐인 민주당식 협치의 민낯을 부각하고자 한 계산된 전략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국가적으로 아주 위중하고 민생경제와 국민들의 삶에 있어서도 엄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 어느 때보다 협치가 중요하게 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여야 대표 회동에서 김 위원장에게 "대통령께서도 협치를 많이 강조해주셨다. 위원장님이 원하시면 두 분이 만나셔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최 교섭단체 정당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9.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최 교섭단체 정당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9.10. [email protected]
이처럼 최근 들어 문 대통령과 이 대표가 협치를 자주 언급하면서 '거여(巨與) 독주' 이미지 탈피를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원 구성의 가장 큰 쟁점인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다시 협상 카드로 꺼낸 건 민주당의 협치가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면 과반 이상의 압도적인 의석수를 가진 원내 제1당으로서 국회의장에 이어 법사위원장까지 모두 차지하는 집권여당의 전례없는 독식이 협치 파열음이 나온 시발점이었는데도, 민주당이 이를 시정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점이 재확인됐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원 구성 재협상이 물 건너 간 상황이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리스크를 덜 게 된 측면도 있다.

이 대표가 원 구성 재협상 요구를 두 번 모두 거절함으로써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돌려주지 않으면 국민의힘이 다른 상임위원장 자리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99.9% 확실해졌다.

당 일각에선 지금 시점에서 상임위 중 일부라도 받게 되면 문재인 정권 국정 실패에 대한 동반 책임의 짐도 지게 되기 때문에 집권 후반기에 굳이 야당이 그런 리스크를 떠안을 필요 없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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