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비밀]불면증, 수면제가 답 아니다…원인 찾아 치료해야

기사등록 2020/08/13 12:00:00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면 불면증 만성화될수도

잘못된 수면 습관, 과도한 긴장 상태 개선해야

낮 시간 피로감 심하면 병원 찾아 진단 받아야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가정주부 A(50)씨는 요즘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감과 불안감 때문에 잠 들기가 힘들어졌다. 교회 모임이나 운동 등을 자제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활 리듬이 불규칙해졌고 불면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처음에는 수면유도제나 술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약을 먹어도 충분히 잠을 잘 수가 없다. A씨는 수면 전문 병원을 방문해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아볼 생각이다.

불면증은 국내 성인 3명 중 1명이 겪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면 증상을 겪을 때 수면제나 수면유도제에 의존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불면증이 만성화되면 더욱 수면제에 대한 의존성이 강화될 수 있어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불면증이란 환자 자신이 잠이 불충분하거나 비정상적이라고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잠이 들기 힘들거나, 잠이 유지가 잘 되지 않거나,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든 경우가 불면증에 해당한다. 또 낮에 너무 피로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불면증의 증상 중 하나다.

불면증의 치료는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 치료로 나뉜다. 약물치료의 경우 신경안정제, 수면제, 항우울제 등을 사용한다. 불면증 초기에는 적절한 약제를 선택해 가능한 적은 용량을 사용하면 불면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다 불면증이 만성화되고 약 없이는 잠을 잘 수 없는 상황까지 가게 될 수도 있다. 수면과 관련된 잘못된 습관, 수면에 대한 오해, 과도한 긴장상태를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3개월 미만의 급성 불면증은 주로 스트레스 같은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하지만 만성 불면증이 되면 잠을 잘 못자는 상황에 대한 공포가 생기고, 이 때문에 잠자리에 들어가면 잠이 오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이 동반될 경우 치료는 더 힘들어진다. 만성 불면증 환자의 50% 정도는 3년이 지난 후에도 불면증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불면 증상으로 인해 낮 시간에 피로감이 심하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수면 전문 의원에서는 환자의 수면 습관과 불면의 원인을 종합적으로 검사한다. 개개인의 잠 자는 환경, 수면 시간대, 수면 전 심리적·신체적 상태, 수면 중 신체 상태, 주간의 신체 상태 등을 자세히 평가하고 불면의 원인이 되는 행동 패턴을교정한다.

이지현 드림수면클리닉 원장은 "불면증은 3주가 지나면 만성화가 시작되고 3개월이 지나면 만성이 된다"며 "병원에 오는 환자들 중에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증상이 심각한 경우가 많다. 초기에 수면클리닉에 와서 만성이 되지 않도록 치료를 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수면제는 장기 복용하면 의존성이 잘 생기기 때문에 가능하면 단기간 복용하는게 원칙이고, 장기 복용해도 양을 늘리지 않거나 줄여야 한다"며 "단순한 만성 불면증의 경우 인지행동치료를 5주에서 2개월 정도 받으면 수면 상태가 굉장히 호전된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수면 습관은 제각각이다. 잠을 잘 때 불을 켜놓거나 음악을 듣는 경우도 있고, 운동을 하거나 야식을 먹어야 잠이 잘 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습관이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어두워서 사물을 겨우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인 5lx 정도의 밝기도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불을 켜고 자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 또 TV나 라디오, 음악 등을 틀어놓는 것도 자기 전까지는 괜찮지만 잠 드는 동안에는 뇌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운동은 잠 들기 3시간 전에 끝내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체온이 낮고 심장 박동이 느린 것이 잠 들기 좋은 신체적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기 전 간단한 음식은 나쁘지 않지만 아침식사를 거르고 야식을 많이 먹게 되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자율감각 쾌락반응'(ASMR)과 같은 소음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도 많지만 수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 원장은 "특정 상황·환경과 수면이 연관이 잘 되면 잠을 잘 잘 수 있다"며 "그래서 잠을 못 자는 사람들이 ASMR을 수면 연관성의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것을 듣는다고 수면에 도움이 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습관을 들이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낮 시간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잠이 쏟아지는 기면증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많다.

기면증 증상은 지루하고 본인이 관심 없는 상황이 계속될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수업·회의 중이거나 대중교통 안에서 참을 수 없는 졸림을 느끼는게 대표적인 경우다.

청소년기에 기면증 증상을 보일 경우 병이라는 인식보다는 야간 수면 부족, 학업에 대한 흥미 저하, 게으름 등으로 생각하고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을 치료하지 않을 경우 학업 성취가 떨어지고 성인이 돼 직장 생활이나 일상 활동에서 어려움을 겪게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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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비밀]불면증, 수면제가 답 아니다…원인 찾아 치료해야

기사등록 2020/08/13 12: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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