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을 쑥대밭 이길리에 포크레인 굉음…뻘 치워
무너진 한탄강 제방, 자갈 든 망태기로 응급복구
주민들 "둑 갑자기 무너져 맨몸으로 급히 대피"
날이 개자 복구에 나선 작업자들과 주민들의 움직임도 활발해 보였다.
비무장지대를 머리에 이고 있는 이길리는 육군의 통제를 받는 곳이기 때문에 오전 5시부터 마을에 들어가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과 시내를 오가는 시내버스도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버스 승객은 한 명도 없었다.
오전 9시가 넘어서자 포클레인을 싣고 들어온 트럭 4대가 군 검문소에 가기 전 이길리 방향 편도 1차로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정차했다.
잠시 뒤 포클레인 4대가 일제히 차에서 내려졌고 한탄강 제방 쪽으로 이동하며 농로에 가득 쌓인 뻘을 좌우측으로 밀며 길을 냈다.
이어 포클레인 2대가 이길리 두루미탐조대 옆 무너진 제방으로 이동해 굉음을 내며 종일 임시 둑을 쌓았다.
망태기에 자갈돌을 가득 채워 넣어 비탈진 모양으로 만든 제방은 지난 3일 정연리와 이길리에서 각 1군데씩 무너지면서 두 마을 모두 침수됐다.
이길리 반장인 박혜정(58·여)씨는 "순식간에 물이 들이닥쳐서 빈 몸으로 나왔다. 아무것도 못 챙겼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박 반장은 "비가 계속 와서 불안하긴 했지만 넘칠 줄 몰랐다. 둑이 터질 줄 몰랐다"고 했다.
철원소방서 소방관들은 군 검문소 전까지 마을 진입 도로에 물을 잔뜩 뿌리며 토사를 치웠고 육군 3사단 장병들은 마을 도로에서 살수차를 투입해 청소를 했다.
특히 전날 20여명의 장병들이 투입돼 실시한 지뢰 탐지 작전에서 지뢰 1발이 발견됨에 따라 오늘(7일) 50여명의 공병대 장병들이 투입돼 마을 곳곳을 샅샅이 탐지했다.
이길리 73세대 139명의 주민 대부분도 이틀째 쑥대밭이 된 집안과 가재도구를 물로 청소하는 데 땀을 뻘뻘 흘렸다.
철원기상청에 따르면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난달 31일 오후 6시부터 지난 6일 오후 4시까지 철원에 내린 누적강수량은 520.1㎜, 철원 장흥리에는 759.0㎜의 역대급 장맛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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