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9일 드림아트센터 1관 '리프라이즈' 공연
박 작곡가가 대학에서 독어독문과를 전공한 뒤 한예종 음악원에서 클래식음악을 전공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에도 특별한 동기는 없었다.
최근 뉴시스와 만난 박 작곡가는 "대학교 3학년 때 지금 전공으로 계속 살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누군가가 '너 작곡을 하면 잘할 거 같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제가 좀 무모한 편이 있어서 그 때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라며 웃었다.
한예종 입시를 준비하기 전까지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것도 아니었다. 남들처럼 어릴 때 피아노를 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그만뒀다. 바이올린도 잠시 켜다 그만뒀다.
고등학교 때는 방송부 활동에 재미를 느끼고 PD를 꿈 꾸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 악기와 악보를 멀리했는데, 짧은 준비 끝에 한예종에 입학했다. "겁이 많은 편인데, 한번 끌리면 끝까지 해보는 성격이에요. 무엇이든 시작하면 끝내야 했죠."
2005년 그녀의 한예종 음악원 졸업 작품도 뮤지컬이었다. 보통 음악원의 클래식 작곡 전공 학생들은 현대음악을 졸업 작품으로 선보인다.
박 작곡가는 '김종욱 찾기'로 유명한 장유정 공연 연출가 겸 영화감독이 대본을 쓴 뮤지컬 '중랑천 월아 이야기'를 졸업작품으로 내놓았다.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1960년대 우리나라 달동네로 옮긴 작품이었다.
이후 2008년 뮤지컬 '사춘기'로 데뷔, 대학로를 대표하는 작곡가가 됐다. '마마 돈 크라이', '트레이스 유(Trace U)', '주홍글씨', '최후진술', '해적', '알렉산더'를 비롯해 군 제작 뮤지컬인 '신흥무관학교', '귀환'까지 그녀의 작품은 회전문 관객으로 넘친다. 박정아라는 이름이 대학로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됐는데, 뮤지컬 작곡가로는 드문 경우다.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펼쳐지는 박 작곡가의 첫 콘서트 '리프라이즈'가 뮤지컬 팬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사춘기'부터 올해 초연작인 '알렉산더'까지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한 11개 작품의 넘버를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달콤한 인생' '더 넥스트 페이지' '트레이스 유' '해적' '신흥무관학교' 등도 포함된다.
데뷔 12년 만에 처음 펼치는 콘서트다. 박 작곡가의 명성에 비하면 뒤늦은 감이 있다. "이전까지는 준비가 안 됐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조금 더 쌓은 것이 많아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죠."
이번 콘서트는 자신의 작업에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외의 고백이다.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고, 내놓는 작품마다 흥행이 잘 되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 있을까.
박 작곡가는 "매번 더 나은 작품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작업을 즐기지 못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콘서트로 소통하고 즐기면 치유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 관객분들과 함께 하면서 느껴지는 힐링이 있을 거라 믿는다"고 했다.
박 작곡가는 대학로에서 콤비 플레이로 유명하다. 사실 뮤지컬계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스타인 같은 작곡가·작사가 콤비가 항상 존재해왔다.
한예종 재학 시절 이 작가가 강의하는 수업을 듣기도 한 박 작곡가는 "데뷔 때부터 알고 작업을 한 사이라 이제 얼굴 표정만 봐도 서로의 마음과 의도를 알 수 있다"면서 "작품에 대해서는 정말 가감 없이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트레이스 유'를 함께 한 김달중 연출, '주홍글씨'의 서재형 연출도 신뢰를 주고 받는 창작진이다.
지난 2014년은 박 작곡가에도, 뮤지컬계에도 기억할 만한 해였다. '주홍글씨', '더 넥스트 페이지', '트레이스 유', '마마 돈크라이' 등 신작과 재공연을 포함 그해에만 박 작곡가의 작품 다섯개가 대학로에 올랐다.
박 작곡가가 높게 평가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다작을 하면서도 스타일을 반복하지 않는 점에 있다. 특히 한 뮤지컬 안에서도 다양한 장르가 녹아들어간다. "드라마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들이 필요하더라고요. 드라마는 기승전결이 있고 역동적이잖아요. 그걸 표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가 들어와야 했죠."
박 작곡가는 뮤지컬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고민을 하는 중이다. '마마 돈 크라이', '최후진술'. '해적' 등의 OST 음원을 업로드하는 등 스튜디오 녹음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콘서트를 기점으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음악을 들려주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시점 박 작곡가의 상황과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뮤지컬 노래는 무엇인지 물었다. 작년 초연한 뮤지컬 '해적'의 '항해일지'를 꼽았다. '해적'은 18세기 해적의 황금시대가 배경이다. 당대에 카리브해 해역에서 이름을 떨친 해적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각기 다른 고민을 안고 한 배에 올라 보물섬을 찾아 떠난다.
"'항해일지'를 쓸 때, 제 감정이 개입됐거든요. 앞으로의 항해에서 어떤 일지들을 써나갈지 궁금합니다. 이번 콘서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기점이 되지 않을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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