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인 안다"며 경찰에 신고
美누리꾼들 '불매운동' 시작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남의 사유지에 대체 무슨 짓이죠?"
조깅을 하던 한 백인 여성이 담벼락에 분필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고 쓰는 아시아 남성을 향해 쏘아붙였다. "이건 다른 사람의 소유지인데요". 그의 남편으로 보이는 백인 남성은 뒤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언쟁이 오가는 모습을 촬영하고 나섰다.
아시아 남성이 "내가 만약 여기에 살고, 이게 내 건물이라면 괜찮나요?"라고 되묻자 여성은 "당연하죠"라며 "하지만 나는 이 건물의 주인을 알아요. 내가 지금 이 질문을 하는 이유죠"라고 태연하게 답했다.
아시아 남성은 황당하다는 듯 "정말인가?"라며 "그럼 주인을 부르든, 경찰을 부르든 하라"고 대꾸했다.
백인 남성과 여성은 "그렇게 하겠다"며 설전을 끝낸 뒤 자리를 떠났다. 경찰 신고도 마친 상태였다.
이윽고 도착한 경찰은 아시아 남성인 제임스 후아니요가 이 집에서 오랜 기간 거주한 소유주임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후아니요가 직접 촬영한 이 영상은 지난 12일 트위터에 공개된 뒤 빠르게 확산됐다. 이틀 만에 조회수는 1400만회를 훌쩍 뛰어넘었다. 리트윗 수만 16만4000회에 달한다.
여성의 신원이 밝혀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바로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화장품 회사 라페이스(LAFACE)의 최고경영자(CEO) 리사 알렉산더.
후폭풍은 즉각 회사의 손해로 이어졌다. 미국 누리꾼들은 라페이스 불매 운동을 시작했다. 화장품 서브스크립션(구독) 서비스 업체인 버치박스는 라페이스 상품을 더 이상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그는 14일(현지시간) 공식성명을 발표하고 후아니요에 사과를 전했다.
알렉산더는 "내 행동은 인종차별에 대한 무지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후아니요에 상당히 무례했고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그를 만나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을 필리핀 사람이라고 소개한 후아니요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마 이 백인 여성은 샌프란시스코의 부유층이 사는 이 동네에 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때문에 사유재산을 훼손하고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명백한 인종차별이다"고 말했다.
현재 후아니요의 담벼락에는 그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가 가득하다고 폭스 뉴스는 전했다.
후아니요는 알렉산더의 사과에 "나 역시 직접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그는 자신의 행동이 분명한 인종차별이었으며, 이번 사건을 통해 자신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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