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美中 국가지원 탄탄한데 韓기업만 '고군분투'

기사등록 2020/06/15 06:00:00

한국산 점유율, 2018년 24% → 2019년 19%로 급락

中 170조 지원·美 반도체지원법…"적극지원 필요"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간 국제 패권전쟁이 깊어지는 가운데 막대한 정부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과 미국에 밀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제공받아 15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4년~2018년 주요 21개 글로벌 반도체기업 중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이 가장 높았던 상위 5개 기업 중 3개가 모두 중국 기업이었다.

가장 비율이 높은 SMIC는 매출의 6.6%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고, 화홍(5%), 칭화유니그룹(4%)이 뒤를 이었다. 스위스(ST), 네덜란드(NXP) 국적 기업도 정부 지원 비중이 높았다. 이미 세계 시장 선두에 있는 미국 기업들도 세제혜택과 연구개발(R&D) 등의 명목으로 상당한 수준의 지원을 제공받고 있었다. 마이크론은 3.8%, 퀄컴은 3%, 인텔은 2.2% 등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이 0.8%, SK하이닉스는 0.6%로, 한국 정부의 지원이 중국과 미국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2015년 이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공격적인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OECD가 발표한 'M&A를 통해 반도체 해외기업을 인수한 기업 통계'에 따르면 2014년까지만 해도 누적 인수기업이 4개에 그쳤던 중국에서는 2015년~2018년 무려 29개의 기업이 외국 반도체기업 M&A에 뛰어들었다. 2012~2014년 100억 달러(12조원) 내외였던 세계 반도체 M&A시장 총 거래액은 중국의 적극적 참여로 2016년 596억 달러(72조원)까지 치솟았다. 이를 통해 중국은 단 기간 내 시장진입과 외부 기술․전략 흡수에 성공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중국기업의 적극적 인수합병에는 2014년 마련된 중국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의 기여가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의 OSAT(패키징·테스트)업체 JCET그룹이 2015년 싱가포르의 STATS-ChipPAC을 인수할 때 이 기금이 일정부분 역할을 했고, JCET는 해당 기업 인수 후 세계 3대 OSAT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같은 상황은 각국의 반도체시장 점유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45% 이상의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했고, 중국의 경우 2% 미만이던 점유율이 지난해 5%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하며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0년 14%에서 2018년 24%로 점유율이 꾸준히 증가했으나, 지난해 19%로 전년 대비 약 21% 감소했다. 유럽과 대만은 점유율이 9년째 정체를 보였고, 2011년 20%였던 일본의 점유율은 지난해 10%까지 떨어졌다.

반도체분야 국제학회가 매해 발표하는 채택논문 건수 또한 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 통계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동북아 4국이 뒤를 이었다. 특히 중국은 2011년 4건에 그치던 논문 건수가 올해 23건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빠르게 연구실적을 쌓아온 중국과 한국의 반도체 기술격차는 점차 좁혀져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기술격차는 2017년 기준 0.6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미간 시스템 부문 기술 격차는 2013년 1.9년, 2015년 1.6년, 2017년 1.8년으로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최근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이 심화되며 미국의 반도체산업 지원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TSMC 공장 유치에 이어 의회에서 반도체 연구를 포함해 첨단산업 지출을 1000억 달러(120조원) 이상 확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월 백악관은 반도체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워킹그룹도 발족한 바 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중국이 5년 전부터 반도체 굴기를 위해 국가재원을 투입해온 상황에서, 공정한 시장 내 경쟁을 중요시하는 미국조차도 최고 고부가가치산업인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 놀랍다"며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실장은 "그동안 수출 제1의 상품인 우리 반도체가 지금의 세계적 입지를 갖추기까지 기업 홀로 선방해온 측면이 있다"며 "최근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에 더해 일본 수출규제까지 여러 악재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시장 입지 수성을 위해 우리도 R&D, 세제혜택 지원 등 정책적 뒷받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반도체, 美中 국가지원 탄탄한데 韓기업만 '고군분투'

기사등록 2020/06/15 06:00:00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