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서울대병원 선별진료소 의료진 만나보니…"수술용 가운도 감염 안돼"

기사등록 2020/06/12 08:00:00

옷 입는데 약 5분, 레벨D보다 통풍도 잘 돼

1만건 검체 채취해도 가운 통한 감염 없어

의사도 두려운 코로나19, 소통으로 설득해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진료소에서 착용하는 수술용 1회용 가운을 입어보고 있다. 2020.06.11.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진료소에서 착용하는 수술용 1회용 가운을 입어보고 있다. 2020.06.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낮 최고 기온이 32도를 기록했던 지난 11일 오후 서울대학교병원. 한 간호사가 취재인 앞에서 단 5분만에 혼자서 옷과 장갑, 마스크 등 의료진 보호구 착용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이 간호사의 움직임은 불편하거나 부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직접 입어보진 못했지만 적어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갑갑해 보이진 않았다. 간호사가 보호구를 모두 벗을 때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사태 발생한지 5개월이 지나면서 계절도 겨울과 봄을 지나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이 무더위와도 힘겹게 싸워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하지만 소위 우주복이라고 불리는 레벨D 방호복에 대한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레벨D 방호복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보호하는 옷에 호흡기, 손, 발을 보호하는 의류를 하나씩 더 착용한다.

레벨D 방호복은 착·탈의가 어려워 옷을 입고 벗을 땐 2명이 필요하다. 숙달되지 않으면 방호복을 입는데만 20분이 걸린다.

무엇보다 통풍이 전혀 되지 않아 좁은 선별진료소 안에 있을 경우 더위에 취약하다.

지난 9일 인천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3명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간호사들은 레벨D 방호복을 입고 근무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내 질병관리본부 등은 코로나19 검체 체취와 같은 진료를 할 땐 레벨D 방호복이 아닌 수술용 가운도 착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미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선별진료소 지침도 마련돼 있다.

수술용 가운을 직접 만져보자 레벨D 방호복과 재질상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치마 형태로 아래가 뚫려있어 통풍이 된다. 입고 벗기도 편해 혼자서도 착·탈의가 가능하고 숙달이 되면 5분 이내에 입을 수도 있다. 손은 별도의 장갑을 착용하고 환자 진료가 끝나면 장갑을 갈아끼고 다른 환자를 맞는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11일 오후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를 방문해 진료소에서 착용하는 수술용 1회용 가운에 대한 설명을 듣 있다. 2020.06.11.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11일 오후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를 방문해 진료소에서 착용하는 수술용 1회용 가운에 대한 설명을 듣 있다. 2020.06.11.   [email protected]
서울대병원은 선별진료소를 운영한 1월말부터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아니라, 진단검사를 받는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에게는 수술용 가운을 착용하게 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1만명 이상의 검체 채취를 했지만 보호장구로 인한 감염이나 감염의 확산은 없었다"며 "이렇게 함으로써 충분히 보호가 가능하다. 오히려 숙련이 안된 레벨D 착용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를 활용한 선별진료소는 내부 온도 자체가 높았다. 에어컨이 강한 선별진료소는 시원했지만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놓은 선별진료소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마스크를 넘어 콧 속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여전히 레벨D 방호복 착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초기에 대구 현장에서 한 공보의(공중보건의)가 레벨D 방호복이 아니면 안 된다고 했던 일이 있었다"며 "수술용 가운도 괜찮다고 하니까 장비가 없으니 정부가 수술용 가운을 권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대병원에서도 한 산모가 입원을 했는데 산부인과 의료진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있어 진료를 주저했는데 회의를 거쳐 위험도가 낮다고 이해한 뒤 진료가 이뤄졌다.

이러한 현상에는 환자를 최일선에서 만나는 의료진이 느끼는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대병원 한 관계자는 "감염 전문가가 아니라면 의사라도 감염병 앞에서는 일반인과 같다"며 "많은 의료진들이 감염률 0%가 입증돼야만 수술용 가운을 입겠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매우 답답하다. 내가 보기엔 수술용 가운도 0%에 근접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도 초기에는 레벨D 방호복을 입는 경우가 많았지만 회의 등을 통한 과정을 거치며 해소해 나갔다.

이 관계자는 "사실 부드럽게 해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며 "왜 이걸 입어야 하는지, 입을 수 있는지, 의사의 사명감 같은 걸 이야기하면서 조금은 강하게 강조를 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하절기 더위에 견딜 수 있게끔 선별진료소 장비도 바꾸고 지침도 바꿔야 하는지 고심해오고 있다"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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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서울대병원 선별진료소 의료진 만나보니…"수술용 가운도 감염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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