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플로이드 시위사태로 남부동맹 기념물들 철거

기사등록 2020/06/03 10:53:09

앨라배마주에선 115년된 기념물 제거돼

플로이드 시위로 백인우월주의 재비판

우익단체, 보존주의자들도 '철거'나서

리치먼드( 미 버지니아주)= AP/뉴시스]  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있는 남부동맹 제퍼슨 데이비스의 기념탑에 5월 31일 플로이드 추모 시위대가 쓴 낙서와 욕설이 적혀있다. 미국의 각 도시마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유물들이 시위대와 도시 행정관들에 의해 철거되는 추세이다. 
리치먼드( 미 버지니아주)= AP/뉴시스]  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있는 남부동맹 제퍼슨 데이비스의 기념탑에 5월 31일 플로이드 추모 시위대가 쓴 낙서와 욕설이 적혀있다. 미국의 각 도시마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유물들이 시위대와 도시 행정관들에 의해 철거되는 추세이다. 
[버밍햄( 미 앨라배마주)=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미국 남부 버밍햄시에 사는 새라 콜린스 루돌프(69)는 1963년 자기 언니와 3명의 흑인 소녀가 살해됐던 흑인교회 폭탄 테러 사건이 일어난 부근에서 115년 된 남북전쟁 당시 남부동맹의 유물이 최근에 철거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2015년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에서 흑인 성경공부 모임에 대한 백인들의 테러로 9명의 흑인들이 몰살당한 사건 이후에 한동안 그랬던 것 처럼,  최근 흑인 플로이드의 죽음에 관한 전국적인 시위로 인해서 남부동맹 유물의 철거가 갑자기 빨라졌다는 것이다.

미네소타주 경찰에 의한 플로이드의 살해 이후  버밍햄에서는 그 동안에도 철거되지 않고 비티고 있던 거대한 오벨리스크 형태의 남부동맹 기념비가 최근 밤새 해체되어 누군가 트럭에 실어가 버렸으며,  탑의 기단만 낙서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현장에 남아있었다.

버지니아주와 플로리다주에서도 다른 남부동맹 기념물들이 사라지고 기단만 남아있거나 텅빈 깃대와 기초석만 남아있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침례교회의 백인 테러로 언니 애디를 잃은 루돌프는 기념비가 사라진 현장을 직접 찾아가 얼굴에 쓴 마스크를 내리고 흑인에 대한 압제의 상징이었던 첨탑이 있던 자리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오랫동안 증오와 차별의 상징이었던 이 탑이 사라져서 기쁘다.  이 탑은 흑인들을 상징하는 기념탑이 아니라, 까마득한 옛날 흑인들이 겪었던 지옥같은 차별과 증오를 나타내는 기념물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남부동맹의 기념물들은 이번에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경찰에게 죽은 흑인 플로이드 추모 시위대들의 집회와 시위에서도 파괴와 모욕의 대상이 되었다.  지금은 오랫동안 '문화유산'이라 주장하며 보존을 주장해온 사람들 조차도 철거를 결정하고 있다.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서는 2일 새벽 1889년부터 남쪽을 굽어보고 서 있던 남부군 병사의 조상이 "남부동맹의 딸들"이란 우익단체에 의해 철거되었다.  플로리다주 템파에서는 "남부동맹군의 아들들"이란 단체의 지부가 주 경계선 고속도로 입구에 오랜 세월 게양되어 있던 남부 동맹군의 거대한 깃발을 스스로  내려서 치웠다.

[AP/뉴시스]=버지니아주 리치먼드 도심 도로 한 가운데에 남아있는 남부군 리 장군의 동상.   
[AP/뉴시스]=버지니아주 리치먼드 도심 도로 한 가운데에 남아있는 남부군 리 장군의 동상.   
버밍햄에서는 항의시위 발생 직후 시위대가 끌어내리려던 기념탑이 결국 철거되었고,  지금은 일꾼들이 탑의 기단을 뽑아내서 제거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이 기념탑은 오랫동안 시당국과 주 정부 사이의 소송전의 주제였으며 , 주 정부는 남부연맹의 상징인 이 탑을 문화재로 보는 반면 흑인교회 테러 이후 항의에 나선 단체들은 오랫동안 철거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이 탑의 마무리 제거 공사는 1일 시작되었는데,  이 날은 마침 남부동맹의 제퍼슨 데이비스 대통령을 기념하는 앨라배마주의 경축일이었다.  같은 날 남부군 장군 로버트 리의 이름을 딴 흑인 지역의 한 교고 앞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서 있던 리 장군의 동상을 누군가가 넘어뜨렸다.

용의자로 지목된 4명은 경범죄로 체포되었지만,  쓰러진 동상은 그대로 제거되었다.

이처럼 남북전쟁 당시의 남부군 유물들이 파괴되거나 철거되고 있는 현상은 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 당시부터 수 십년 동안 이어져 온 철거운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던 유물들을 정리할 때가 왔음을 알려준다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KKK단의 흑인교회 테러 범죄를 증언했던 루돌프는 "이 흑백전쟁과 기념물 철거전쟁은 60년대에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KKK)이 우리를 대했던 방식으로 그들을 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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