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보상태' 아시아나 인수냐 포기냐…러시아 승인 '분수령'

기사등록 2020/05/28 06:12:00

채권단, 러시아 승인 이후 HDC 압박 강화할 듯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 1분기 실적이 오픈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5개 상장항공사는 이날 1분기 실적을 공시한다. 사진은 15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내에 마련된 아시아나 회원가입 및 정보 수정 안내 테이블에 아시아나 로고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0.05.15. bjk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 1분기 실적이 오픈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5개 상장항공사는 이날 1분기 실적을 공시한다. 사진은 15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내에 마련된 아시아나 회원가입 및 정보 수정 안내 테이블에 아시아나 로고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0.05.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러시아의 기업결합 승인을 기점으로 분수령을 맞이할 전망이다. 다만 러시아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번 달을 넘겨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이달 안에 러시아의 심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절차 지연으로 빨라야 다음달 중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해외 6개국 기업결합심사 중 미국·중국 등 5개국은 승인이 나왔고, 러시아만 남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도 러시아의 승인이 날 때까진 당분간 답보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은 지난해 말 금호그룹과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 당초 지난 4월 말까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상황이 급변했다.

산업은행(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수은) 등 채권단은 지난달 21일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까지 내주며 압박에 나섰지만, HDC는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HDC현산은 지난달 29일 공시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일을 '기업결함심사 등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지나간 날(신주는 구주매각 다음 날)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한 날'로 애매하게 변경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연기한 이유로 인수 선행조건인 러시아의 기업결합 심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금융권과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HDC현산이 사실상 인수 포기를 표명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HDC현산이 러시아 승인을 핑계로 삼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인수 절차를 진행하는 동시에 이행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 등 인수계약 파기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러시아 승인이 날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다 그 이후에 구체적인 액션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아시아나가 러시아로부터 기업결합승인을 받은 이후, 인수 의사 표명을 보다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승인을 얻게 되면 HDC현산으로서 더 이상 딜 클로징을 미룰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HDC현산으로부터 아직 인수와 관련해 아무런 요구도 없고 여전히 묵묵부답인 상태"라며 "기업결합승인을 이유로 인수 절차를 미루고 있으니,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당연히 그 다음 수순으로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그는 또 "표면적으로는 (인수를)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것이 HDC의 입장이니, 채권단으로서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만약 러시아의 승인 이후에도 HDC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면 우리 쪽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HDC현산이 인수 의사를 완전히 뒤집지는 못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대신 최대한 인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영구채 출자전환과 차입금 만기 연장 등 일부 매각 조건을 놓고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HDC현산도 이렇게 단기간에 항공업이 대규모 적자를 내며 나락까지 떨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테니 고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차라리 이행보증금 2500억원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린다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채권단은 사실상 정부나 마찬가지인데, 정부랑 척을 지면서까지 인수를 뒤엎기는 힘들 것"이라며 "러시아 승인을 명분으로 끌고 가다 적절한 시점에 인수를 공식 표명하고, 그 이후 인수조건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채권단과 HDC현산이 일부 조건 변경을 놓고 물밑 협상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안다"며 "채권단도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HDC가 요구하는 사항들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HDC현산은 산은과 수은이 지난해 4월 매입한 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출자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산은과 수은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5000억원 인수, 한도대출 8000억원, 스탠바이 LC(보증신용장) 3000억원을 제공하는 등 총 1조60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영구채는 만기 없이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으로, 상환의무가 없다는 측면에 자본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고, 대주주 지분율도 그대로 유지돼 지배구조에 변동 없이 자본 확충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자부담이 막대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채권단이 투자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HDC 현산은 매년 수백억원에 이르는 이자비용을 줄여 인수부담을 덜 수 있다.

이와 관련, 채권단 관계자는 "아직 HDC현산으로부터 공식 요청이 들어온 것이 없다"며 "요청이 온다면 최대한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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