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이 유발한 엘니뇨가 강수 감소 심화시켜
화산 폭발 이듬해 몬순지역 강수량 크게 감소해
현재까지 화산활동이 전 지구 강수를 줄인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991년 피나투보 화산 폭발 이후 2~3년 동안 전 지구 평균온도는 약 0.2도 감소했다. 이는 화산 폭발로 성층권에 방출된 엄청난 이산화황 입자들이 태양빛을 반사시켜 지표에 도달하는 태양열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화산 폭발은 이러한 냉각 효과와 함께 전 지구 육지 강수량을 감소시키는데 그 크기가 기후모델 시뮬레이션마다 달라 매우 불확실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화산 폭발 후의 강수 감소를 결정하는 주원인이 엘니뇨 반응 차이임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엘니뇨 현상은 3~8년 주기로 일어나는 기후변동으로 적도 태평양의 무역풍이 약해지고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가뭄과 호우 등 전 지구에 기상이변을 가져온다.
엘니뇨가 지속되는 동안 동남아시아와 인도, 남아프리카, 호주, 중남미를 포함한 전 지구 몬순(Global Monsoon) 지역에서는 강수량 감소가 발생한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여러 기후모델 시뮬레이션을 종합해 비교한 결과, 대부분의 모델에서 화산 폭발 이듬해에 엘니뇨가 나타났으며 전 지구 몬순 지역을 중심으로 강수가 크게 감소했다.
기후모델 시뮬레이션마다 엘니뇨의 강도가 달랐는데, 강한 엘니뇨가 나타날수록 강수 감소가 더 뚜렷했다.연구팀은 화산 강제력이 강할수록 서태평양 고수온 해역이 클수록 강한 엘니뇨가 발달하며 그에 따라 강수 감소가 심해지는 것을 밝혀냈다.
인공화산 개념을 도입해 성층권 하부에 화산재의 주성분인 이산화황을 뿌려 온난화를 줄이자는 지구공학 기법이 사용될 경우, 전 지구의 강수 패턴을 변화시키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포스텍 민승기 교수는 “화산을 모방해 햇빛을 차단하는 지구공학 기법이 적용될 경우,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살고 있는 몬순 지역에서 가뭄과 물 부족 피해가 오히려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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