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 기안기금, 쌍용차·LCC 대상될까…차입금 제한 등 '걸림돌'

기사등록 2020/05/20 16:35:15

정부,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방안' 발표

[서울=뉴시스]쌍용차 전경
[서울=뉴시스]쌍용차 전경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다음 달부터 본격 가동되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 대상에 쌍용자동차와 저가항공사(LCC)가 포함될 지를 두고 금융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에 놓인 기간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지원대상은 항공·해운 등 2개 업종으로 총 차입금 5000억원, 근로자수 300인 이상 기업이다. 즉 국민경제 영향과 고용안정에 영향이 큰 기업이라는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요건을 충족한 기업을 대상으로 주채권은행의 의견수렴, 산업은행 심사를 거쳐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심의회에서 지원 여부를 심의·결정하게 된다.

다만 예외 조항도 있다. 기금지원이 없으면 핵심기술 보호, 산업생태계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재부장관·금융위가 기금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지원하다. 또 국민경제·고용안정·국가안보 및 기간산업 생태계 유지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1조원 범위 내에서 기금을 활용한 '협력업체 지원 특화 프로그램'을 도입키로 했다.

앞서 금융권에서는 기안기금이 첫 지원 대상이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 장기화로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LCC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부 역시 코로나19 직격탄으로 고사위기에 놓인 LCC에 기존 3000억원 이외에 추가 유동성을 기안기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날 발표된 세부 요건에 따르면 대부분의 LCC들이 지원 대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CC 대부분이 근로자 수 300인 요건은 충족하지만, 5000억원이라는 차입금 요건에는 미달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CC 4개 상장사의 1분기 기준 장·단기 차입금 규모는 제주항공 1484억원, 진에어·에어부산 300억원, 티웨이항공 65억원 수준이다. 결국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요청할 수 있는 기업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밖에 없다는 얘기다.

LCC 외에도 연일 정부에 자금 지원을 호소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도 지원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자동차 업종은 당초 7개 지원 업종 대상에 포함됐다가 결국 빠지게 됐지만, 정부가 예외 조항을 통해 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놨다.

 이에 따라 13분기 연속 적자에 최근 모기업의 투자 철회로 존폐 기로에 놓인 쌍용자동차의 지원 여부에 가장 관심이 쏠린다. 쌍용차는 오는 7월까지 산업은행에 900억원을 갚아야 한다. 하지만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당초 쌍용차에 투입키로 했던 23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철회하고, 향후 3개월간 최대 400억원만 지원하기로 하면서 차입금 상환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주항공 항공기
제주항공 항공기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이 만기 연장 등 추가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면 당장 생존 여부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에 쌍용차는 기안기금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차는 기안기금을 통해 2000억원 가량을 확보하고, 산업은행에 오는 7월 만기되는 900억원의 대출에 대한 상환 유예를 신청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쌍용차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약 3899억원, 장기 차입금은 약 1150억원으로 5000억원을 웃돈다.

다만 쌍용차의 경우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영상황이 악화돼 왔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정부가 이날 "코로나19 이전에 부실이 발생한 기업은 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 주채권은행 중심의 기업회생프로그램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해운업계, 항공업계 등 다른 기간산업들도 정부의 지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금의 설립 취지를 거스르고 쌍용차 지원에 나서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쌍용차의 지원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대해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특정 업체의원 여부에 대해 언급하기는 너무 이르다"며 "지금까지 구조조정을 맡아 왔던 채권은행단의 의견도 듣고 새로 구성될 기금운용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산은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기안기금을 운용할 전담조직인 '기간산업안정기금본부'를 신설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의결했다. 총 35명 규모로 출범하는 기간산업안정기금본부는 오는 21일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하고, 다음주 공식 출범식과 기금운영계획 등을 결정하는 '제1차 기금운용심의회' 등을 준비할 계획이다.

산은은 다음주 중 기금운용심의회 구성을 완료해 다음달 중 기업들에게 대출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금 운용기간은 오는 2025년말까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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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조 기안기금, 쌍용차·LCC 대상될까…차입금 제한 등 '걸림돌'

기사등록 2020/05/20 16:35:1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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