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논의부터 국회 통과까지

기사등록 2020/04/30 01:20:12

2월 긴급재난지원금 수면 위로…정치권 확산

홍 부총리 난색에도 급물살…50→70→100%

홍 부총리 반대했지만…정 총리 여당과 합의

기재부, 결국 백기투항…총 14조3000억 소요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7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구제를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0.04.30.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7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구제를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0.04.30.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환자가 지난 1월20일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 이어 2월 말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하며 국내 경제는 빠르게 위축됐다.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건 민간 정책연구기관인 LAB2050의 윤형중 정책팀장이었다. 그는 지난 2월26일 한 언론사 칼럼에 '재난기본소득을 검토해보자'고 제안했다.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해 기업과 개인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여기에 이재웅 쏘카 대표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난기본소득'(긴급재난지원금)을 한 달간 50만원이라도 지급해 달라"는 글을 쓰면서 논의의 불씨는 정치권으로 확산됐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국민 재난기본소득 100만원 지급을 요청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전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정부와 국회에 여러 번 제안했다.

지자체의 거듭된 요구에도 '곳간 지기'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512조3000억원 규모의 '슈퍼 예산'과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에 이어 긴급재난지원금까지 지급할 경우 국가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시 홍 부총리는 "재난기본소득의 효과는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부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라며 "1인당 50만원, 100만원씩 주게 되면 25조~50조원의 돈이 들어가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의 계속되는 요구에 분위기는 반전됐다. 기재부는 지난 달 27일 소득 하위 50% 가구에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을 지급하는 방안을 당·정에 보고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이 "재난지원금을 한시적으로 지급하는 문제를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힌 지 나흘 만이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틀 뒤 당정청 회의에서 기재부가 제시한 규모가 작다며 소득 하위 70% 대상 100만원 지급(4인 가구 기준)까지 확대하자고 요구했다. 홍 부총리는 "기록으로라도 (반대) 의견을 남기겠다"고 강하게 반발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이 방안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문 대통령의 발표에 긴급재난지원금은 소득 하위 70% 지급으로 결정 난 듯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일 긴급재난지원금 범정부 TF는 "4인 가구 건강보험료 23만7562원 이하에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기준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21대 국회의원 선거와 맞물리면서 긴급재난지원금 100% 지급이 급물살을 탔다. 정부와 소득 하위 70%로 합의했던 여당마저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100%를 지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래통합당도 1인당 5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현금성 복지 경쟁'에 불이 붙었다.

[서울=뉴시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0.04.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0.04.29. [email protected]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홍 부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재원을 총 9조7000억원으로 측정하고 지자체 부담금 2조1000억원을 제외한 7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지난 16일 국회에 제출했다. 향후 경기 대응을 위한 3차 추경안 편성과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세출 조정을 통해 재원 전액을 마련했다.

100% 지급을 강하게 반대하던 홍 부총리도 여당과 정세균 국무총리의 압박에 결국 백기 투항했다. 지난 23일 여당과 정 총리는 전날 국내 가구 100%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되 고소득층이 자발적 기부하며 재정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사의 표명까지 하면서 합의안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내부에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자 정 총리는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큰 틀에서 정부 입장이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이 보도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결국 기재부는 같은 날 오후 "최근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상위 30%를 포함한 국민께서 자발적 의사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는 대안이 논의됐다"며 "대안에 당정청 간 의견을 같이했다"고 했다. 소득 하위 70% 지급안이 발표된 지 24일 만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확대되면서 필요한 재원은 9조7000억원에서 14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30일 정부가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지 14일 만에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내달 초부터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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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논의부터 국회 통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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