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사상 첫 한국판 양적완화' 배경은

기사등록 2020/03/26 17:36:49 최종수정 2020/03/26 17:46:3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문자
  • URL
석달간 무제한 RP 매입해 유동성 공급
단기자금시장 유동성 경색 완화 전망
기업 유동성 확보로 이어질지 관건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대회의실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 유튜브를 통해 하고 있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5%포인트를 인하, 0.75%로 사상 첫 0%대로 진입 했다. 2020.03.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한국은행이 26일 석달간 무제한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을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동원되지 않은 우리나라 역사상 첫 '양적완화' 수단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엄중하고 영향이 크다"며 "IMF 외환위기 때에는 우리나라의 구조적 문제가 있어 영향이 큰 지는 지나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특단의 조치를 내놓은건 통상적인 방식만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긴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전례없는 실물·금융 복합위기 양상으로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한 위기감이 큰 상황이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의 이번 조치를 두고 단기금융시장의 자금 경색을 완화하기 위한 '핀 포인트' 조치로 평가하고 있다. RP는 금융기관이 일정기간 이후에 다시 사거나 파는 조건으로 발행되는 채권으로 한은의 통화조절용 수단으로 활용된다. 시중에 단기자금이 풍부하면 한은은 RP를 매각해 자금을 흡수하고, 반대로 자금이 부족하면 RP를 매입해 유동성을 푼다. 한은이 RP를 무제한 사들이면 그만큼 유동성이 풀리는 효과가 생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회사채·단기자금시장에는 유동성 경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 문제로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증권사들이 기업어음(CP)을 대거 처분해 자금 확보에 나서면서 CP금리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해외 주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를 발행하면서 헤지(위험회피) 목적으로 사들인 해외 파생상품에서 잇따라 마진콜을 받은 데에 따른 것이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분기말 자금 수요 부담과 금융 불안 등으로 단기 유동성이 위축되고, CP금리가 급등해 증권사들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확산됐다"며 "한은의 이번 조치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는 현실을 감안한 최선책"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24일 RP매입으로 증권사와 한국증권금융에 2조5000억원을 공급한 바 있다. 20일에는 1조원 규모의 RP매입과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 매입을 실시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무제한 RP매입 조치를 추가로 내놓은 것이다. RP 대상기관도 기존 은행 16곳, 증권사 5곳에서 증권사 11곳을 추가로 포함시켰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현재 직접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시장은 국고채 시장이 아니라 여타 채권 시장"이라며 "RP대상 채권을 은행채를 넘어 공공기관 발행 채권까지 확대한게 현 상황에서 시장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P매입을 통해 금융기관에 흘러들어간 유동성이 기업 자금난 해소 등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이 무제한 RP매입을 통해 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면, 은행은 이 자금을 활용해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며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조성되면 회사채와 CP 등을 매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 자금이 얼마나 공급될지는 추정되지 않았다. 금융위기 당시 한은이 RP매입 등을 통해 투입한 유동성(28조원)을 크게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한은은 국고채 매입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민형 미래에셋대우 증권 연구원은 "유동성과 신용경색 우려로 국고채 금리가 단기 급등했으나 이번 정책 패키지를 통해 유동성 여건이 완화되는 부분이 국채 금리 하락을 견인할 것"이라며 "한은이 국고채 매입방식을 배제하는게 아니라고 언급했기 때문에 국고채 추가 매입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직접 매입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한은법상 한은의 민간 발행 채권 매입은 금지돼있있다. 다만 정부가 국회 동의를 얻어 지급보증에 나설 경우 회사채 매입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부총재는 "회사채를 정부가 보증해 나간다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결정하는 데에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한은이 회사채와 CP 등을 직접 사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hacho@newsis.com

관련뉴스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