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명과 0.7%' 요양병원 '딜레마'…"조기발견 중요·검사 한계"

기사등록 2020/03/25 06:00:00

모두가 고위험군…조기발견 및 차단 중요

"격리치료 때 간병인도 필요해 대책 시급"

정부도 조기 발견 및 치료 중요성 알지만

전국 요양시설 전수검사시 50만~60만명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대구 달성군 다사읍 대실요양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21일 오전 병원 관계자들이 질병관리본부가 보낸 방호복과 고글 등의 의료물품을 옮기고 있다. 2020.03.21.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대구 달성군 다사읍 대실요양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21일 오전 병원 관계자들이 질병관리본부가 보낸 방호복과 고글 등의 의료물품을 옮기고 있다.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224명과 0.7%'

대구 지역 요양병원 등의 환자와 종사자 전원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조사했더니 현재까지 22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0.7%는 같은 전수 검사 결과를 양성률로 바꿨을 때 나오는 숫자다. 224명과 0.7%로 간극이 나타난 건 전체 환자와 종사자 수가 3만2400명이 넘기 때문이다.

요양시설의 경우 그 어떤 집단보다 감염 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에 확진자를 서둘러 찾는 게 중요하지만 엄청난 수의 대상자에 방역 당국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대구 요양시설 전수검사서 확진자 224명 '발견'

25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대구시 등에 따르면 대구 고위험 집단시설 전수조사는 지난 23일 완료됐다.

요양병원과 사회복지생활시설 대상 전수 진단검사 대상 중 검사 결과가 확인된 인원은 3만2413명이다. 이중 224명이 양성으로 확인됐다. 양성률은 0.7%다.

1만명이 넘는 대구 신천지 교인들을 상대로 한 전수 조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대구·경북 지역에서 방역 당국이 예의 주시하는 곳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이 됐다.

실제 조사 과정에선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환자가 다수 발생했다. 16일 간호과장이 확진 판정을 받아 전수 검사를 실시한 한사랑요양병원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대실요양병원 등에서 수십명의 확진 환자가 한꺼번에 확인됐다.

특히 요양병원의 경우 고령·기저질환자가 다수 밀집하고 있어 집단 감염 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다수 환자가 확인된 요양병원과 관련해선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감염에 취약한 건 대구만의 문제 아냐

이들 시설이 위험한 건 단순히 요양병원에 고령자와 기저질환자가 다수 입원하고 있어서만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이들 시설은 감염에 취약하다.

2018년 '전국 의료관련감염 실태조사'에 따르면 그해 2월 기준 조사에 응한 전국 요양병원 973곳 가운데 93.6%인 911곳이 감염관리실을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운영 중인 곳은 6.4%(62곳)에 그쳤다. 100곳 중 94곳은 시설 내에서 감염이 시작됐을 때 이를 차단하거나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얘기다.

요양병원 한곳당 병원 내 감염을 관리할 의사는 0.68명으로 1명이 채 안 됐으며 간호사 수도 평균 1명에 불과했다.

2년 사이 이처럼 열악한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면 대구뿐 아니라 전국의 요양병원은 물론 요양원 등 전체 요양시설이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 경기 군포시 소재 효사랑요양원에서는 입소자 5명과 직원 3명 등이 격리 중 추가로 확진돼 19일부터 지금까지 입소자 10명, 직원 4명 등 총 1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뉴시스]2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대구 지역 요양병원이나 노인시설 등 '고위험 집단시설'에 대한 코로나19 전수조사가 완료됐다. 이날 달서구 대실요양병원 12명, 서구 한사랑요양병원 1명, 수성구 김신요양병원 1명 등이 추가로 확진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2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대구 지역 요양병원이나 노인시설 등 '고위험 집단시설'에 대한 코로나19 전수조사가 완료됐다. 이날 달서구 대실요양병원 12명, 서구 한사랑요양병원 1명, 수성구 김신요양병원 1명 등이 추가로 확진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간병인 등 격리치료시 고민할 지점 많아

그나마 고위험군과 중증 이상 환자를 치료할 병상은 어느 정도 확보된 상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현재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음압병상은 전국에 약 100병상 정도 여유분이 확보됐다. 중국 통계 등에 비춰보면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20% 정도가 중증 이상 환자다. 100병상이 있다는 건 수치상으로 500명이 추가 확진됐을 때 중증 이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확진 환자들에게 중요한 건 병상만이 아니다. 홀로 거동이 어려운 요양시설 환자들을 치료하려면 일반 환자들과 달리 추가로 간병인의 도움도 필요해 관련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은 고위험군 밀집 시설의 경우 조기에 확진 환자를 발견해 한시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게 최선이라고 진단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는 "요양병원이나 정신의학과 폐쇄병동 등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해 10명의 환자가 나왔다면 이들 시설은 10명 모두가 고위험군"이라며 "더군다나 와상 환자 등이 많아 혼자 움직일 수 없어 증세가 심하지 않아도 간병인 등이 24시간 같이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격리 치료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선 요양시설 등에서 추가 환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 발견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현실적 고민도

정부도 이런 위험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24일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기관이라든지, 사회복지시설 등 취약지를 예상했기 때문에 이런 기관들을 중심으로 관리체계를 강화해왔다"며 "환자를 좀 더 조기에 발견해서 조금이라도 일찍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65세 이상, 기저질환까지 있으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사망률을 최대한 낮출 수 있도록 더 환자를 조기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더 하고 환자들과 관련해서 에크모라든지 각종 의료 장비 공급에도 더 노력하고, 의료진들에 대한 지원에도 만전을 기해서 사망률을 최대한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에 환자를 더 빨리 찾아내기 위해 대구뿐 아니라 전국의 요양시설 등에 대해 전수 검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온다.

그러나 전국 요양시설 전수 검사에는 검사 물량 등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실시할 수 있는 하루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1만5000~2만건 수준인데 현재 전국적으로 요양병원 입원 환자는 30만명, 요양시설에는 6만명가량에 달한다.

손영래 중대본 홍보관리반장은 지난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종사하는 분들까지 합치게 된다면 대략 50만~60만 정도의 인원들을 검사를 해야 되는 문제에 봉착된다"면서 "하나의 인구집단 전체를 다 진단검사를 하기에는 아직 저희가 검사량이 그렇게까지 따라가지는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요양병원과 요양원 등에 ▲방역관리자 지정 ▲외부인 출입제한 ▲종사자 매일 증상 기록 ▲유증상자 업무 배제 ▲종사자 마스크 착용 등을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과 행정지도 조치를 하고 이를 어길 시 집단 감염에 따른 손실보상이나 재정 지원 제한 등에 나서기로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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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명과 0.7%' 요양병원 '딜레마'…"조기발견 중요·검사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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