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끈' 확인한 남북 정상…文 보건 협력 구상 탄력 받나

기사등록 2020/03/05 20:08:13

靑 "김정은, 文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 보내"

"남북 정상 관계 유지 중요하다 판단"…친서 의미 부여

김여정 비난 담화에 말아낀 靑…김정은 친서 의식 했나

'접경 협력' 文대통령 오랜 구상…3·1절 때 공개 제안도

【판문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공동선언문 발표를 마친 후 박수 치고 있다. 2018.12.26.photo@newsis.com
【판문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공동선언문 발표를 마친 후 박수 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오랜만에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이 이뤄지면서 경색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인간적인 '관계의 끈'을 확인한 것 이상의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일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위로의 뜻을 전달했다고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5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밝혔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문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며 "마음 뿐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안타깝다"는 심정을 표현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또 친서에는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는 내용을 비롯해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 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는 내용이 함께 담겼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윤 수석은 "김 위원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면서 "문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담은 친서를 오늘 김 위원장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은 것은 문 대통령 취임 후 이번이 일곱 번째다. 그 가운데 4차례는 남북관계가 절정을 달했던 2018년에 집중됐다. 이후 두 차례는 고(故) 이희호 여사와 문 대통령의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의 장례를 계기로 이뤄졌다.

상례(喪禮) 차원의 위로, 정상회담 추진 논의가 아닌 남측 내부 상황에 대한 위로 목적의 친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급경색된 남북관계와는 별개로 그동안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과정에서 쌓인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의 신뢰와 인간적인 관계의 끈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김 위원장이 보내온 것으로 저희는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남북은 지금 계속 평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이러한 서로 간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청와대는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 보내왔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 위원장 보낸 친서. 2018.12.30.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청와대는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 보내왔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 위원장 보낸 친서. 2018.12.30.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외교가에서는 공교롭게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청와대 비난 담화 직후 김 위원장 명의의 친서 전달 사실이 공개되면서 두 사안 간 상관 관계에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김 부부장은 지난 3일 본인 명의의 담화에서 북한의 군사행위 중단을 촉구한 청와대 입장에 관해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 "적반하장의 극치", "비논리적이고 저능한 사고", "완벽하게 바보스러울까"라는 표현으로 원색 비난했다.

밤 늦게 김 부부장 명의로 처음 공개된 담화 속에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경색된 근본 배경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책임이 크다는 김 위원장의 상황 인식이 녹아 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 연구소 교수는 "김여정이 나서서 직접 담화를 낸 것은 올해 더이상 남북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현실을 청와대가 바로 인식해 달라는 걸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이미 올해 정면돌파전을 선언했고, 미국도 대선 때문에 비핵화 관련해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게 기정 사실화 됐는데 청와대의 상황 인식은 다른 데 있는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우리와 맞서려면 억지를 떠나 좀더 용감하고 정정당당 하게 맞설 수는 없을까"라고 밝힌 대목에 청와대를 향한 솔직한 심경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관계 회복 의지를 공식화 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더이상 북미 대화만 바라볼 수 없다"며 남북 교류협력 확대를 위한 5가지 사업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이 5가지 협력 사업은 ▲남북 철도도로 연결 ▲남북 접경지역 협력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김정은 국무위원장 답방 등 5가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응 의료기관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선별진료소 대기실에서 관계자로부터 현장 대응체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1.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응 의료기관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선별진료소 대기실에서 관계자로부터 현장 대응체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1.28. [email protected]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러한 제안에도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3·1절 101주년 기념사에서 대북 메시지 분량이 줄어든 것도 냉랭한 북한의 반응을 고려해 어쩔 수 없었다는 평가가 청와대 안팎에서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우리는 이번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을 통해 초국경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며 "북한과 보건 분야의 공동협력을 바란다"고 공개 제안했다.

또 "사람과 가축의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접경지역의 재해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며 " 9·19 군사합의'를 준수하며 다양한 분야의 협력으로 넓혀 나갈 때 한반도의 평화도 굳건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을 계기로 북한, 중국, 일본 등 국경을 가까이 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깨달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지난해 '오슬로 선언'에서 처음 제안한 접경지역 협력과도 궤를 같이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지난해 오슬로 연설에서부터 접경지대에 대한 공동관리를 처음으로 제안했다"면서 "그것이 DMZ국제평화지대화 구상에 이어 유엔 총회 연설로 연결됐고, 올해 신년사에서 조금 더 구체화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접경지역에 대한 남북 간 협력을 통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고,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뿌리깊은 생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김 위원장의 친서에는 이러한 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한 호응보다는 코로나 사태로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통령과 남측 국민을 향한 위로가 주를 이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상 간) 친서의 내용을 일일이 밝히는 것은 외교 관례상 맞지 않는 부분"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이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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