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산의 부장'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10·26 사건을 다룬다. 10·26 사건이 일어나기 40일간의 숨 막히는 기록을 생생하고도 긴장감 있게 묘사했다.
차지철에서 모티브를 따온 '곽상천' 대통령 경호실장 역을 맡은 이희준은 이를 표현하기 위해 25㎏을 증량했다. 기존의 마른 몸으로는 곽상천 역을 온전히 그려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 3개월 동안 25㎏을 찌워 100㎏쯤 됐을 때 '비주얼이 완성됐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는 "당연하게 그렇게 해야만 했다. 병헌이 형과 차별화도 해야 했고, 실제 인물(차지철)도 덩치가 있지 않나. 대통령 경호실장인데 너무 호리호리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대본을 보면 소리 지르는 대사가 다수라 중량감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졌다"라며 "가면을 쓴 듯한 재밌는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곽상천 연기에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저는 오히려 곽도원 선배님 역할이 더 공감됐다. 버림받고 배신당하는 심리가 이해됐다. 근데 곽상천 역할은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곽상천을 이해하기 위해 배우로서의 시각을 내려놓고 다양한 자료를 참고했다. 차지철이라는 인물의 평가에 있어 양극단에 있는 자료들을 찾아보며, 최종적으로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결정했다. 그렇게 곽상천을 이해한 후에는 캐릭터에 대한 어떤 확신이 생겼다.
"곽상천이라는 인물은 그게(민주주의 운동의 폭력 진압) 나라를 위한 일이고, 각하를 위한 일이라고 100% 확신했다고 생각한다. 1%의 의심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가장 순수한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다른 인물과 비교해 권력에 대한 욕심이 오히려 없었을 것 같다. 사람이 그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희준은 "내가 이런 캐릭터를 이해한 덕분에 세상을 보는 시각도 넓어진 것 같다. 제가 남산의 부장들을 하지 않았다면 곽상천 같은 인물을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하려고 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근데 이 영화를 끝내고 나니 무언가를 그렇게 강하게 믿고 있는 사람을 보면 이해가 간다. 저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이 영화 이후에 들게 됐다"라고 말했다.
극 중 이병헌이 맡은 김규평 중앙정보부장(김재규)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그는 이병헌과 격렬한 싸움 신을 선보인다. 고난도 액션보다는 막싸움에 가깝다. 그 장면을 찍으며 부상을 입기도 했다고.
이희준은 "싸움 신을 새벽 3시까지 찍었다. 큰 액션이 없어 부담이 있진 않았다"라면서도 "찍고 집에 가서 샤워하려고 하다 보니 몸에 멍이 엄청 있더라. 선배님은 멍이 더 많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밖에 몰랐구나 '라고 반성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는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빨려들었다. 그는 집중력이 부족해 시나리오를 한 번에 읽은 적이 드물다고 말했다. 오직 이번 작품인 '남산의 부장들'과 '미쓰백' 때만 그랬다고.
"굵은 붓으로 한번 휙 그은 것 같은 힘이 있었다. 치우치지 않게 알고 있는 팩트를 기반으로 차갑게 연출하려고 애쓰신 게 보여 멋졌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물을 마셨는데 영화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편, 평소의 그는 쉬는 법을 모른다. 소파에 30분 이상 못 앉아 있을 정도로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차기작을 위해 곧 콜롬비아 보고타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극 무대로 데뷔해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통해 주목 받은 뒤, 다양한 역할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 시켜 온 배우 이희준. 그가 열연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22일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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