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지급 20% 현실 감안하면… '배드파더스' 무죄 이해간다

기사등록 2020/01/15 18:07:35

최종수정 2020/01/16 10:21:58

신상정보 공개 '명예훼손' 유죄 예상 많았지만

법원, 공개가 '공익성' 부합 한다고 판단

사진: 배드파더스 홈페이지.
사진: 배드파더스 홈페이지.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양육비를 안 주는 부모를 압박하기 위해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 파더스(Bad Fathers)' 관계자가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배드파더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개인의 신상정보를 사이트에 올린 사실이 '명예훼손'에 해당돼 유죄로 판단될 것이라고 관측했지만, 법원은 해당 신상정보 공개가 '공익성'에 부합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수원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창열)는 15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배드파더스 관계자 구모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양육비 미지급이 만연한 현실과 '배드파더스'라는 사이트가 생겨난 배경을 지적한 구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구씨 측은 재판에서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의 생존이 연결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외국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자를 아동학대로 보고 형사처벌 하지만 우리나라는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가해자가 피해자로 뒤바뀐 사건"이라며 "아동학대 가해자가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며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일이다. 피고인이 처벌되면 비난이 두려워 숨죽이고 있던 가해자들까지 더 뻔번하게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배드파더스 활동으로 양육비 미지급 피해 관련 여론이 형성돼 시민단체 '양육비해결연합회'가 결성됐고, 관련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여러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배드파더스 사이트 폐쇄 요청을 받았지만 "명예훼손의 불법성이 명확치 않다"며 공익성을 인정해 거부 결정을 내린 사례와 서울서부지검이 관련 사건에 대해 "양육비를 지급받기 위한 부득이한 요청"이라며 불기소 처분을 내린 사례 등을 제시했다.

변호인측 증인으로 나온 배드파더스 제보자 A씨는 양육비를 받기 위해 배드파더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던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가정폭력 피해로 이혼한 뒤 '무릎 꿇고 빌면 양육비 줄게'라는 말까지 들었다. 양육비 이행 관련 소송을 진행했고, 당연히 받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전 남편은 법적 제재가 없어 우습게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아이의 안전이 위협받을까 봐 직접 전 남편에게 연락하기도 어려웠다"며 "가정폭력 피해자는 피해가 피해를 낳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피해 속에 살고 있다. 배드파더스가 생겨난 이유를 먼저 살펴봐 달라"라며 눈물을 보였다.

반면 검찰은 "피해자들의 사정을 확인하지 않은 채 운영자에 의해 신상 공개 기준이 결정됐다. 공적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개인이 온라인에 개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용인하면 법치주의 손상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양 측의 주장을 들은 재판부는 배심원 7명의 무죄 평결 등을 토대로 구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양육비 채권의 특수성이나 양육비 문제의 사회적 의미 등에 비춰 주요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피고인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글을 게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이혼 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명예훼손의 위험을 자초한 부분이 있다"며 "인적사항을 공개한 것은 다수의 부모·자녀가 양육비로 고통받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양육비 지급 촉구한 것으로 주요 동기와 목적이 공공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구씨 변호인단 정순문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통해 양육비 이행률이 낮은 데다 제도가 미비한 부분을 공개적으로 알릴 수 있게 됐다. 금전적인 부분을 넘어 아동 생존에 대한 부분이라는 주장이 인정받은 것"이라며 재판부의 판단을 환영했다.

이어 "양육비를 지급받기 위해 법적 수단을 동원해도 제대로 양육비 지급받지 못해 국내 양육비 이행률은 20%에 그친다. 현행법상 마땅한 구제 방법이 없어서 양육자들이 배드파더스에 도움을 받는 것"이라며 "아동의 생존권을 위해서라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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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지급 20% 현실 감안하면… '배드파더스' 무죄 이해간다

기사등록 2020/01/15 18:07:35 최초수정 2020/01/16 10: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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