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장에 윤종원 전 수석… 조직안정 등 과제 '산적'

기사등록 2020/01/03 09:38:07

10년만에 외부행장에 '가시밭길' 험로 예고

노조 반대로 취임식 일정 아직 안 정해져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윤종원 경제수석이 지난 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현 경제상황과 정책대응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06.0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윤종원 경제수석이 지난 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현 경제상황과 정책대응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06.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IBK기업은행의 신임 행장으로 임명된 윤종원 청와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3일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전날인 2일 기업은행은 윤 전 수석이 제26대 중소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한다고 밝혔다. 다만 노조 등의 반대로 인해 구체적인 취임식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처럼 윤 신임 행장이 수 개월간의 논란을 딛고 새 행장으로 낙점됐지만,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0년만에 다시 관료 출신 행장을 맞게 된 것을 두고 기업은행 노조 등이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윤 행장이 은행 등 금융업 실무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을 들며, 강략히 반대하고 있다. 윤 행장은 출근 첫날인 이날 기업은행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부딪혀 결국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0년 조준희 전 행장을 시작으로 권선주·김도진 전 행장까지 3연속 내부출신 행장을 배출해냈다.

특히 2013년 권 전 은행장이 최초의 '여성은행장'이란 타이틀을 쥐면서 기업은행에는 능력만 있다면 성별, 정권, 출신에 관계없이 은행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퍼졌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관료 출신 행장 체제로 돌아가면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내부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윤 행장은 약 10년 만에 '내부출신 행장' 관행이 깨진데 대한 부정적 시선을 뒤엎기 위해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커다란 숙제를 안게 됐다. 무엇보다 '낙하산 논란'으로 인해 떨어진 구성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조직을 안정시켜야 하는 과제를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내부 출신 행장이 이끌어오는 동안 큰 문제나 잡음 없이 질적으로도나 외형적으로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며 "안정적으로 잘 갖춰진 이 체제를 대체 왜 흔드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윤종원 신임 IBK 기업은행장(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점에서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이날 윤 신임 행장은 노동조합이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펼쳐 출근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2020.01.03.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윤종원 신임 IBK 기업은행장(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점에서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이날 윤 신임 행장은 노동조합이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펼쳐 출근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2020.01.03. [email protected]
또 다른 기업은행 관계자도 "이번 인사로 인해 가장 큰 걱정은 구성원들의 사기가 내려가게 된 것"이라며 "열심히 하면 나도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의 사다리가 끊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더욱이 올해 우리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과 저성장·저물가·저금리 기조 장기화 등으로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국내 은행들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각자 일찌감치 조직을 재정비해 고삐를 바짝 죈 상황이다.

윤 신임 행장은 이같은 엄중한 경영환경 속 내부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고, 이번 행장 임명 절차 지연으로 미뤄진 내부 인사를 속히 마무리 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낙하산 논란'을 털어내고 현 정부의 경제·금융 정책의 큰 뿌리인 '포용적 성장', '혁신 금융'에 부응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기업은행의 핵심 역할을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하는 중책도 맡게 됐다.

한편 1960년생인 윤 행장은 인창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이후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거시경제, 국내·국제금융, 재정, 산업, 구조개혁 등 경제정책 전반을 두루 담당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기업은행은 "금융시장 관리, 금융혁신, 은행 구조조정, 금리자유화와 통화정책, 금융규범 국제협의, 연금자산 관리, 중소기업 지원, 산업 혁신 등 금융과 중소기업 분야에 풍부한 정책경험이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는 등 글로벌 감각과 네트워크까지 갖춘 뛰어난 경제·금융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한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윤 행장 임명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 2일 오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낙하산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 "해당 기관에 누가 최고로 좋은 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부출신인지, 외부출신인지도 중요하지만 가장 좋은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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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장에 윤종원 전 수석… 조직안정 등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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