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푸드] 부산 어묵? 오뎅?…일본 젊은이도 탐내는 '바로 이 맛'

기사등록 2020/01/07 06:00:00

숙종때 생선 으깨 녹말·참기름에 쪄내 '잣가루 간장'에 먹어

공지영 작가 처럼 포차에서 먹는 '길거리표 오뎅' 마니아도

"일본산 보다 맛있다"…동남아는 물론 미국-유럽에도 진출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추운 겨울에는 퇴근길에 허연 김을 모락모락 피우는 포장마차에 들러 골라 먹는 어묵꼬치 맛은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나 추위와 피로를 녹여 준다.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추운 겨울에는 퇴근길에 허연 김을 모락모락 피우는 포장마차에 들러 골라 먹는 어묵꼬치 맛은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나 추위와 피로를 녹여 준다.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날씨가 추운 퇴근길에는 뜨끈뜨끈한 어묵 국물이 입맛을 당긴다. 허연 김을 모락모락 피우는 포장마차에 들러 골라 먹는 어묵꼬치 맛은 서민들의 스트레스와 추위를 녹여 주는 특효약이다.

 국물 간이 적당하게 배어 노릇하게 익은 무(특히 가을 무가 으뜸)와 다시마, 멸치 우린 국물을 한 모금하고 꼬챙이에 꿴 어묵을 양념장에 살짝 찍어 한 입 물면 이가 뜨거울 정도로 쫀득한 식감에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어묵 만큼 대중적인 식품도 드물다. 길거리 포장마차의 어묵도 사랑을 받지만 요즘엔 베이커리에서 신선한 생선으로 만든 고급 수제어묵은 선물용으로도 각광을 받는다.

하지만 소설가 공지영은 고급 수제어묵보다 '길거리 오뎅'을 더 좋아하는 자칭 '오뎅 마니아'다. 남들 다 좋아하는 짜장면, 떡볶이, 튀김 등은 쳐다보지도 않는데 앉은 자리에서 오뎅은 남들의 서너배는 먹는다고 한다.

공 작가는 올해 펴낸 산문집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에서 "고급 생선보다는 약간 맛이 간(?) 생선으로 만들어 길거리 먼지가 살짝 조미된 그 오뎅 맛을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다"고 예찬론을 펼쳤다.

'길거리표' 이건 '베이커리표' 이건 어묵은 모두 부산의 대표 먹거리이다. 수산물이 풍부한 부산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의 생산기술을 받아들여 어묵 산업이 발전했다.

이렇게 눈과 귀에 익었다는 이유로 어묵이 일본에서 전해진 것이라고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다르다. 부산의 어묵은 이제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세계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 " ‘어묵’과 ‘오뎅’은 우째 다르노”
 
 생선살을 으깨 만드는 어묵은 옛부터 지방마다 다양한 형태로 맥을 이어 왔다.  우리나라는 숙종때 간행된 '진연의궤'에 생선숙편(生鮮熟片)이 등장한다.

생선을 으깨고 여기에 녹말·참기름·간장을 넣고 쪄낸 다음 잣가루를 넣은 간장에 찍어 먹은 음식으로 현재의 어묵과 가깝다.

고대 중국에서도 어묵과 비슷한 음식으로 ‘어환(魚丸)’ 기록이 있다.

생선을 좋아하던 진시황이 가시가 목에 걸려 죽을 뻔한 이후 요리사가 칼등으로 생선을 두드려 경단 처럼 만들었다는 어환에 얽힌 일화도 전해진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 내 어묵특화거리.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 내 어묵특화거리. [email protected]
어묵과 오뎅의 원료는 비슷하다. 다만 조리 방법이 약간씩 다르다. 굳이 따지자면 어묵은 우리말이고 오뎅은 일본 어원으로 가닥 짓는 편이 설득력있다.

'어묵'은 생선의 살코기를 으깨어 전분·양념 등을 뭉쳐 응고시켜 찌거나, 굽거나, 기름으로 익힌 식품이다.

부산에서 생산되는 어묵은 주로 국내 연근해 어장에서 잡히는 어린갈치 '풀치'와 원양어업에서 공급되는 명태·도미·광어 등을 재료로 한다.

반면 ‘오뎅’은 계란·유부·어묵을 무·곤약 등과 함께 국물에 삶아낸 일본식 요리인 ‘니코미 오뎅’을 줄인 말이다.

 부산연구원이 지난 2016년 '부산어묵의 역사'를 발간 하면서 전문가와 시민을 대상으로 어묵과 오뎅의 특성이나 차이 등에 대해 조사했으나 사실상 특별한 차이점은 콕 집어내지 못했다.

 맛에 대한 차이는 어묵은 식감이 탱탱하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간장 등으로 간을 해 독특한 맛을 낸다.

 반면 오뎅은 재료의 식감이 부드럽고 간이 센편이라서 부산 오뎅에 맛들인 미식가들의 입맛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부평깡통시장, 초량야시장 등에 수십년 된 노포 많아
 
예전에 부산의 멋쟁이 신사·숙녀들은 가마보코(주로 대구 등 흰살 생선으로 만드는 어묵)나 우메야끼(계란과 생선살을 다진 것을 섞어 매화 모양으로 만든 오사카 어묵) 등 일본풍을 선호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고급어묵도 부산의 차지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삼진어묵 베이커리 부산역 광장점. (사진=삼진어묵 제공).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삼진어묵 베이커리 부산역 광장점. (사진=삼진어묵 제공). [email protected]
부산 어묵은 독특한 제조 기법으로 우리나라 어묵을 대표하는 보통명사로 자리매김 했다.

 부산에는 다양한 어묵을 맛보고 골라 먹을 수 있는 골목이 널려 있다. 전통 노포 어묵은 얇은 어묵을 접어 지그재그로 꽂은 형태와, 부들 모양의 긴 어묵을 그대로 꽂은 형태 두 가지가 원조격이다.

최근에는 어묵이 거리 음식을 넘어 크로켓과 어묵국수에 이르기까지 고급화 전략으로 변신을 거듭해 다양한 모양과 색깔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어묵골목으로 소문난 '부평깡통시장'의 어묵특화거리에 가면 어묵을 골라먹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부평시장 거리에는 어묵 종류는 다 있다. 크고 작은 20여곳의 매장마다 쇼케이스에 수북이 쌓여 있는 어묵들은 그 종류를 헤아리기도 쉽지 않다.

부산을 대표하는 어묵 브랜드부터 부평깡통 상인들이 만든 수제 어묵까지 한자리에서 맛 볼 수 있다.
 
또 동구 초량동 초량전통시장 야시장에서도 전통 어묵을 맛볼 수 있다. 초량 이바구길과 산복도로를 둘러 보면서 따끈한 어묵을 곁들이면 부산항의 깊은 정감을 느낄 수 있다.

6·25 전쟁 후 부산 인근 농촌지역 보따리장수들이 몰려든 교통요충지 부전역 부근의 부전마켓타운도 50년넘게 어묵 맛을 이어 오고 있는 골목이다.

시장 골목뿐 아니라 부산의 롯데백화점과 부산역·공항·여객터미널 등에도 베이커리 형태의 고급화된 어묵 매장과 전문 식당이 성업 중이다.

어묵 공장을 직접 찾아가서 어묵 제조공정을 보고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사하구 삼진어묵 장림공장의 어묵 반죽과 찐어묵. (사진=삼진어묵 제공).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사하구 삼진어묵 장림공장의 어묵 반죽과 찐어묵. (사진=삼진어묵 제공). [email protected]
◇ 어묵을 고급으로 신분상승 시킨 젊은 사장 '스타 탄생'도

부산에서는 1953년 영도 봉래시장에 문을 연 삼진어묵이 부산어묵 '종갓집’이다. 3대째 이어온 삼진어묵은 그동안 시장이나 포장마차에서만 보던 '어묵'을 백화점 쇼케이스 안으로 들여 신분 상승시켰다.

삼진어묵 3대 경영인 박용준 전 대표가 '갓 튀겨낸 따끈한 어묵'을 맛볼수 있도록 베이커리형 어묵매장을 고안해 냈다. 또 소비자들이 어묵 제조 과정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주방을 통유리로 개방해 위생적인 제조공정을 공개했다.

삼진어묵은 반찬이나 꼬치로만 소비되던 어묵 대신 '어묵 고로케' 등 새로운 어묵 메뉴와 프리미엄 어묵을 내놨다.

영도본점엔 60종의 어묵이 있다. 어묵 고로케 포함해 어묵에 콩, 단호박, 치즈 등 다양한 재료를 섞어 만든 수제 어묵을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

 삼진어묵 체험역사관 담당 직원은 "한달 평균 200여명이 찾아 올해 2400여명의 외국인관광객이 방문했다"며 "외국인들은 체험역사관에서 한국과 부산의 문화와 음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체험을 하며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어묵에 대한 인식도 자연스럽게 바뀌어 부산소비자연맹이 2년마다 ‘부산을 대표하는 상품 혹은 기업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서 2015년과 2017년에 이어 올해까지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앞서 2013년엔 1위 기장미역, 2위 생선회, 5위가 부산어묵이었다.

 어묵베이커리 비즈니스 모델의 발단이 어묵 산업 전반에서의 활력과 혁신을 유도한 것이다.
 
[부산=뉴시스] 부산 수영구의 한 분식집을 찾은 시민들이 어묵을 맛보고 있다.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부산 수영구의 한 분식집을 찾은 시민들이 어묵을 맛보고 있다. [email protected]

 부산 어묵의 열풍은 삼진식품, 늘푸른바다, 대광F&C, 부산식품, 미도식품, 영진식품 등을 비롯해 30여 개의 중소 어묵기업들이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2013년 4450억원 규모였던 어묵시장은 지난해 6680억원으로 연 평균 10%가량 증가했다.

 어묵은 이제 세계인의 건강식으로 당당히 일본과 맞서고 있다.

  ◇"한국 어묵 엑셀런트!' 포르투갈 등 유럽인 들 즐겨 먹어

 어묵의 종주국으로 알려진 일본 수출물량도 매년 300t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부산역에 가면 어묵베이커리보다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최신 어묵 제품들을 한눈에 보고 맛 볼 수 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사하구 삼진어묵 장림공장의 어묵 생산 공정. (사진=삼진어묵 제공).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사하구 삼진어묵 장림공장의 어묵 생산 공정. (사진=삼진어묵 제공). [email protected]
부산시는 '어묵' 산업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삼진어묵은 현재 싱가포르·필리핀·인도네시아·홍콩 등지에 진출해 1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직원들도 "우리는 단순한 어묵회사가 아니라 세계를 대표할 수산 단백질 회사"라는 자부심으로 신제품 개발에 열정을 쏟는다.

 특히  부산의 최대 수출국은 포르투갈로 흔히 ‘게맛살’이라고 불리는 찐 어묵이 주로 수출(2018년 2007t)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소비되는 튀긴 어묵보다는 샐러드나 스낵용 게맛살의 수요가 많다는 점을 공략한 덕택이다

부산대학 대학원에서 국제무역학을 전공하는 베트남 유학생 룽화냔(27)씨는 "내가 직접 만든 어묵을 맛보고 어묵의 역사까지 상세하게 알고 경험해 보람있었다"며 "베트남에도 어묵과 비슷한 '피시볼'이 있지만 국이나 탕에 넣어 끓이기 때문에 쫄깃한 식감을 맛볼수 있는 어묵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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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푸드] 부산 어묵? 오뎅?…일본 젊은이도 탐내는 '바로 이 맛'

기사등록 2020/01/07 06: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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