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실패 용납' 경영철학, 韓 최초 독자개발 신약 '혁신' 밑거름

기사등록 2019/11/22 10:17:59

최종수정 2019/11/22 10:24:39

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FDA 승인…독자개발 신약으로는 한국 최초 성과

SK바이오팜 IPO 성공 낙관...SK㈜ 명실상부 ‘글로벌 투자형 지주회사’ 성장

최태원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글로벌 종합 제약사' 27년 꿈 '한발짝'

[서울=뉴시스] 최태원 SK 회장. 사진 SK
[서울=뉴시스] 최태원 SK 회장. 사진 SK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잇단 대형 M&A와 지분투자를 통해 글로벌 영토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SK㈜(대표이사 장동현)의 가장 두드러진 성과가 바이오∙제약 영역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Solriamfetol)의 FDA 신약판매 허가 및 상업화에 이어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신약승인을 받았다. SK㈜의 신약개발 자회사 SK바이오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신약허가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국내 최초의 제약사가 됐다.

이에 따라 SK㈜의 기업가치도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25일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한 SK바이오팜의 IPO도 성공할 것으로 낙관되고 있다.

혁신 신약의 글로벌 상업화는 SK㈜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투자형 지주회사’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지원하에 지난 1993년부터 바이오 제약 사업에 꾸준한 투자를 단행했다. SK는 1993년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리면서 불모지와 같았던 제약사업에 발을 들였다.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이 실패 확률이 낮은 복제약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SK바이오팜은 오직 혁신신약개발에만 매달렸다. 단기 재무성과에 목마른 기업 입장에서 큰 결단이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 최 회장의 비전과 확고한 투자 의지와 함께 '실패 용납' 경영철학이었다.

신약개발은 통상 10년~15년의 기간과 수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고도 5000~1만개의 후보물질 중 단 1~2개만 신약으로 개발될 만큼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연구 전문성은 기본이고 경영진의 흔들림 없는 육성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영역이다. 엑스코프리 역시 최 회장의 뚝심과 투자 철학이 없었다면 빛을 볼 수 없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최 회장은 평소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 이런 토양을 용납해야 혁신 성장이 된다"면서 "혁신성장을 하기 위한 기본 전제는 실패에 대한 용납"이라고 강조해왔다. 혁신 성장은 말로 외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라 숱한 실패와 비용을 감내할 때 이뤄진다는 것이 요지다.

SK바이오팜은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독자 개발한 혁신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기술 수출하지 않고 FDA에 신약신청서를 제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FDA 승인을 받은 세노바메이트는 최고 수준의 기술과 전문성이 필요한 중추신경계 난치성 질환 치료제로 2020년 상반기 내 미국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12월 미국 재즈(Jazz)社와 공동개발한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도 FDA 시판허가 승인을 올해 3월 받았다.

【서울=뉴시스】SK바이오팜 연구원들이 신약후보 물질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 = SK그룹 제공)
【서울=뉴시스】SK바이오팜 연구원들이 신약후보 물질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 = SK그룹 제공)
SK㈜는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의약품 위탁생산 업체) 분야에서 최근 2년간 글로벌 M&A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단숨에 업계의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SK㈜는 2017년 아일랜드 원료의약품 생산 공장인 ‘SK바이오텍 아일랜드’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미국 앰펙(Ampac Fine Chemicals)사 인수에 성공했다. 글로벌 제약 시장을 양분하는 유럽과 미국에서 최고 기술력으로 고난이도의 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을 품에 안은 것이다.

SK㈜는 SK바이오텍의 아시아-유럽 생산 시설과 미국 앰펙 간 R&D, 생산, 마케팅 및 판매의 ‘삼각편대’를 활용해 글로벌 사업확장을 지속, 2022년 기업가치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선두 CMO로 도약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과 아일랜드에서 총 40만 리터급의 원료의약품이 생산되고 있으며 앰펙 생산규모를 고려할 때 2020년 이후 생산규모가 글로벌 최대인 160만 리터 급으로 늘어나게 된다.

최 회장은 지난 2002년 바이오 사업의 꾸준한 육성을 통해 2030년 이후에는 바이오 사업을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통합해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을 키워낸다는 비전이었다.

연이은 글로벌 CMO 인수와 신약 상업화를 통해 SK는 오랜 목표였던 ‘글로벌 종합제약사(연구∙개발부터 생산∙판매까지 독자 수행)로의 도약’에 바짝 다가서게 될 전망이다. 신약 하나로 조(兆) 단위 매출을 올리는 미국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종합제약사로의 성장은 국내 제약사에 전례가 없는 도전이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이항수 PR팀장은 “SK의 신약개발 역사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혁신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사의 등장이 침체된 국내 제약사업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는 지난해 총 투자액 1조5000억 원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 바이오∙제약과 에너지 등 미래 신성장 동력 육성을 위한 글로벌 투자에 썼다. 올해 그 비율은 90%에 달할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이 비즈니스모델 혁신 방법 중 하나로 ‘글로벌 경영’을 강조하면서 SK㈜도 ‘글로벌 투자형 지주회사’로 도약을 본격화한 것이다. 국내 지주사도 배당과 브랜드사용료에 의존하지 않고 글로벌 사업확장을 통해 수익 다각화 및 기업가치 제고가 가능하다는 것을 SK㈜가 보여주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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