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 믿고 싶어"
"南과 사전에 합의해서 결심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南정계 어디를 봐도 현명한 용단 내릴 인물 없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14일 담화에서 "나는 13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조미(북미)협상의 진전을 위해 미국 남조선 합동군사연습을 조정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 유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가 발표된 직후 나온 미 국방장관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나는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자체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미 국방장관의 이번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믿고 싶으며 조미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측의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 국무위원회 대변인은 전날인 13일 담화를 통해 연합공중훈련에 대해 "우리 인민의 분노를 더더욱 크게 증폭시키고 지금까지 발휘해 온 인내력을 더는 유지할 수 없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에스퍼 장관의 반응도 이어졌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한국으로 가는 항공기 안에서 한미 연합공중훈련과 관련, "우리는 언제라도 만일의 사태에 준비돼 있다"며 "외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따라 훈련 태세를 더 큰 쪽으로든, 작은 쪽으로든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우리에게 제1의 임무는 '준비 태세' 유지"라며 "조정을 고려한다면 이는 북한에 대한 양보가 아니라 외교의 문을 열어둔다는 의미"라고 했지만, 비핵화 협상의 진척과 별개로 북미 대화를 위해 훈련 축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읽혔다.
김 위원장의 이날 담화는 김명길 대사가 다음 달 미국과 실무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힌 직후여서 특히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지난달 결렬된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도 영변 핵시설 폐기+α에 대한 상응조치로 한미 연합훈련의 지속적인 유예와 민생분야 대북제재 완화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 입장에서는 에스퍼 장관 방한을 계기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유예'를 한 차례 추가 압박함으로써 미국의 대화 의지를 가늠해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은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선을 확실하게 그었다. 연말까지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북미 대화 진전에 따라 남북 대화를 푸는 선순환 구조를 구상하는 정부로서는 다소 난처한 부분이다.
김 위원장은 "나는 그가 이러한 결심을 남조선당국과 사전에 합의하고 내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왜냐하면 남조선 정계를 아무리 둘러봐도 이런 현명한 용단을 내릴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김명길 대사는 이날 담화에서 "최근 미 국무성 대조선정책 특별대표 비건은 제3국을 통해 조미(북미) 쌍방이 12월 중에 다시 만나 협상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면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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